06:00. 오랜만의 늦은 출발시간이라서 확인 후 나섰던 아침이다.
08:10. 제천휴게소에 들러 잠시 쉬고 제천IC를 빠져나가 한적한 곳을 시원스레 달리다가 계곡 옆에
보도블럭 포장 길로 들어선다.
09:50. 단곡 천 입구에 도착. 차에서 내려 하얀 자갈길 언덕을 오른 후 등산로 입구(두위봉 2.75km)의 울창한 숲 속
가파른 오르막을 오르니 금방 땀에 푹푹 젖는다. 금지구역을 나타내느라 길옆의 나무에서 나무로 연결지어 매어놓은
가느다란 흰 줄을 잡으며 오르는데 금방 선두와 후미가 구별이 되며 자꾸 자꾸 뒤로 밀려난다.
10:15. ‘박달나무길‘ 가로로 길게 만든 네모진 나무판에 써서 나무에 달아놓은 표지판인데 색도 시원하고 웬지 정감이 간다.
완만하게 빙빙 도는 임도 사이로 만들어진 가파른 지름길을 힘들게 오르는데 새들이 도와준다.
숲이 울창하니 새소리 또한 아름답다. 길옆에 무성하게 자란 들깻잎을 닮은 잎을 따서 향을 맡는다.
정식 이름은 아직 모르고 예전에 방아잎이란 얘기만 들은 잎과 같은 모양 이다.
10:30. ‘두위봉 1.7km’ 거리와 방향이 표시된 기둥을 지나고 ‘감로수 쉼터’라는 샘물을 만나 기분 좋게 물을 마신다.
올라오며 흘린 땀을 보충하랴 앞으로 또 배출해야할 노폐물을 생각하며 마시고 또 마시고...
친구에게 선물로 받은 새 컵으로. 잔뜩 퍼 마시고 또 한잔을 가득 담아 뚜껑을 닫아 옆에 매어 달았다.
모양은 작지만 내겐 딱 어울리는 선물이라서 참 좋다. 친구야 고마워~.
산죽나무가 많은 곳에 정겹게 걸려있는 ‘산 대나무길’ 이란 표지판을 지나 정리가 덜되어 더 자연스런 돌계단을
숨이 턱에 차도록 헉헉거리며 오른다. 오르막에서 답답하리만치 유난히 뒤쳐지는 나를 간간히 기다리며
챙겨주는 사촌에게 미안한 맘이 생긴다. 속도가 워낙 빨랐던 사람이기 때문이다.
‘아라리 고개’는 얼마나 힘들기에 이런 이름을 붙여 놨을까? 이 곳 정선의 지역특성에 맞게 붙여진 이름이 맘에 쏙 든다.
마음의 각오를 하며 가파른 오르막의 엉성한 돌계단을 오른다.
11:10. ‘산마루길’ 이정표가 서있는 능선에 도착. 색과 모양이 감자 꽃을 닮은 야생화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꽃이 많아도 이곳에서 처음 보는 꽃이라 이름을 모르니 답답하다. 5분정도 더 오르니 크지 않은 갈참나무와 야생화가 어우러진
군락지, 조금 더 오르니 이번에 철쭉의 군락지다. 개화시기엔 무척 예뻤겠다.
키보다 큰 철쭉꽃은 모두 지고 잎만 무성한 채 산을 덮고 있다. 군데군데 피어있는 수수꽃다리의 향기가 온산을 진동 시킨다.
11:35. 해발 1464m의 봉우리. 정상인듯 전망은 좋으나 운무로 뿌옇다. 철쭉제 기념으로 만든 지 얼마 안 된 듯한
‘斗圍峯 철쭉碑’라 새겨져 자연석 위에 올라앉은 까만 돌이 좀 부자연스럽고 어울려 뵈지 않는다.
앞의 봉우리에 서 계신 대장님이 이곳이 정상이 아니라고 손짓하신다. 헬기장을 지나 손짓하던 봉우리(1465m)로 가보니
그 곳도 정상은 아니고 ‘두위봉 국유림, 산림청 ’이라 새겨진 작은 표지석만 하나 서있다.
11:55. 헬기장 한군데를 더 지나 두위봉(1465.8m)정상 도착. 바위 옆에 금속으로 만들어 세워놓았던 기둥이 망가진 채
그대로 방치되어 있다. 이 산이 영월군과 정선군의 경계이고, 이곳의 전망이 아까 그 봉우리보다
덜 좋아 다른 쪽 행정구역에서 비석을 세운 걸까?
헬기장 같은 곳을 지나 봉우리를 또 올라섰다 내려서며 숲길을 걷는데 바람은 없어도 고도가 높으니 기온이 서늘하다.
이 높은 곳에 해당화도 한 송이가 보인다. 깊은 숲에 각종의 야생화가 많이 피어 그런지 지나가는 길마다 각기 다른 향내가
코끝을 통해 머리까지 기분 좋게 자극시킨다. 좁은 오솔길에 다른 팀의 젊은이 예닐곱 명이 바람처럼 스치며 추월한다.
12:40. 깔닥고개를 오르는데 다리도 아프고, 배도 고프다고 꾸룩꾸룩. 감로수 쉼터에서 한잔 가득 담아 옆에 매달았던 물을
모두 마시고 전망대에 오르니, 멀리 보이는 함백산과 태백산의 능선들이 하늘색과 별 차이없이 뿌옇게 수묵화처럼 보인다.
13:00. 전망대에서 내려서서 큰 도사곡의 하산지점인 넓은곳에서 점심. 여럿이 둘러앉은 자리에 상추쌈이 큰 인기다.
13:30. 점심 먹기 전에 보았던 오래된 주목을 하산 길에서 또 만났다. 먼저 본 안내판(2000년)엔 수 백년 된 노거수 12그루를
2000여 만원을 들여 수술했다 하고, 나중에 본 안내판(99년)엔 수령이 1400년 된 8그루를 4000여 만원을 들여 외과수술을 했다고
씌여 있으니 혼돈스럽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큰 주목나무와 기념사진을 찍고 통나무를 받쳐 만든 계단 내리막길을 잠깐 걸으니
돌 자갈길보다 훨씬 편하다. 내려오며 샘물을 두 번 만나 목 축이니 준비한 물이 많이 남았다.
14:30. 계곡물에서 웃통 벗고 땀 닦을 수 있는 남자들은 얼마나 시원할까? 계곡물 소리와 함께하며 하얀 산목련,
붉은 수수꽃다리, 노랗고 하얀 많은 야생화들을 만나 일일이 인사 나누며 내려서는 발길이 가볍고 시원하다.
커다란 적송의 숲길에선 심호흡으로 허파 가득 맑은 공기를 넣으며 걷는다.
15:00. 큰 도사곡 주차장에 도착하여 따끈따끈한 야채전과 포도주.
오늘의 산행 소요시간 5시간.
15:50. 귀가행 bus출발. 동강휴게소에 도착하도록 정신없이 한 시간을 졸고 났는데
오늘처음 나오신듯한 어느 분은 짜증나도록 조용하다며 노래를 못하면 음악이라도 틀어주길 원하지만,
다른 분들은 몇 년씩 이 조용한 분위기에 익숙해진 사람들이니... 잘 못 알고 나오셨나보다.
2005. 6. 14.(火). 정선 두위봉을 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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