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行 日記

기백, 금원 산행기

opal* 2005. 5. 31. 00:24

 

05:30. bus출발. 사람도 차도 고속도로에선 보통 두 시간 정도의 주행 후 휴식이 좋다는데 거의 세 시간 가까이 달려

인삼랜드 휴게소에 도착. 모두들 조용하게 한밤중 인양 곤히 자고 있으니  오늘 처음 뵙는기사분이

본인이 더 이상은 참을 수 없어 쉬어야겠다며 차 내 방송을 한다.

 

       09:40. 지곡IC(09:25)를 거쳐 함양 군립공원 매표소에 도착.

길옆으로 커다란 물레방아도 보이고 숲 속으로 간간히 정자들도 보이니 설명 없이도 용추계곡의 깊음과 아름다움이 전해져온다.

       09:45. 차에서 내려 곧장 뻗은 넓은 소나무밭길을 놔두고 오른쪽의 등산로를 택해 올라서니 맑은 아침햇살에

코를 찌르는 토끼풀 내음과 짙은 찔레꽃 향에 기분이 한결 상승.

앞쪽에 서서, 지난 토요일에 백두대간 중 한 구간을 종주하신 분의 선두와 후미가 들머리를 잘못 찾아 헤맸던

생생한 후일담을 들으며 침엽 활엽 뒤섞인 울창한 수림 속 돌길을 도주골 계곡물소리와 함께 오른다.

 

      많은 나무들 속에 섞여 피어있던 향 짙은 쪽동백 꽃이 떨어져 소복하게 쌓이며 하얀 꽃길을 만들어 놓았다.

아무리 떨어진 꽃이라 해도 아직은 싱싱해 밟기가 아깝다. 최상으로 잘 꾸며진 결혼식장에서의 신부가 걷는 꽃길도 이 만은 못하겠지? 관목인줄 알았던 쪽동백 나무가 여기서 보니 키가 엄청 크다.

 

       쪼로롱 쪼로롱 찌 익...,    찌오 찌오 찌찌찌찌...,    찍 또로롱 찍 또로롱...,    썍 썍 썍 썍...,     

쑝 쑝 쑝 쑝 한 박자쉬고 다시 쑝 쑝 쑝 쑝... 박자도 정확하게 리듬도 일정하게. 글로써는 흉내 낼 수 없는 제각기 다른

음색의 길고 짧은 새소리.은 글자를 갖고도 제대로 표현할 수 없는 서로 다른 새들의 아름다운 지저귐을

람들은 왜 흔히 ‘새들의 울음소리’라고 하는지 모르겠다.  내가 듣기엔 한껏 기분좋아 떠드는 웃음소리로 들리는데...

음 우거진 대자연의 숲 속에서.  다른 잎들은 모두 떨어져 잠자는 추운겨울에 홀로 새파란 잎 위에 흰 눈을 소복히 얹고 그토록 매료시켰던 산죽나무 잎이 지금은 반대로 누렇게 변해있다.

      

10:55. 1325m의 네거리 능선 길에 오르다. 꽤 높은 곳인데 조망도 바람도 없다. 키 작은 고추나무, 키가 큰 산철쭉, 단풍나무, 신갈나무... 활엽수들로 꽉 채워진 여기서도 찌롱찌롱찌롱.., 찌익 쩨쩨째째..,

새들의 지저귐은 계속되고, 침묵으로 행진하는 중간 팀 이웃사촌과 일행들... 가파른 오르막임을 알 수 있다.

선두와 후미의 중간 팀에서도 차츰 뒤로 밀려나며 혼자 조용히 오르는데 금속성 음속 비행기가 온 산을 뒤흔들며 지나간다.

      

11:35. 커다란 바위덩이들로 이루어진 능선에 오르니 조망이 탁 트이며 능선에 돌이 책처럼 쌓여진 책 바위와

우리가 가야할 금원산까지 한 눈에 보인다. 고도가 높아 아직 화사하게 피어있는 산철쭉과 짙은 색의 병꽃나무가

파란 하늘의 구름을 배경으로 아직은 제철이라며 맘껏 뽐내고 있다.   

      

11;40. 기백산(1331m) 정상 도착.  사방으로 장쾌하게 뻗어있는 파노라마 같은 능선들의 조망이 발목을 잡는다.

우리가 향하는 금원산 뒤 북쪽으로 덕유산의 영봉들, 오른쪽으로는 멀리 가야산, 왼쪽으로는 가까이에 황석산의 능선이 보이고,

뒤로는 멀리 지리산 능선까지... 남의 손끝만 따라 시선을 옮기며 끄덕거리지만... 아 좋긴 좋다.

온통 녹색세상이 되어버린 능선에서 책바위도 지나고, HAM들의 시설물같은 안테나 있는 곳도 지나고,

1200고지가 넘는 봉우리들을 오르내리며 풍광을 보느라 정신없다.

      

12:35. 수망령에서 임도를 따라 올라온 듯한 짚차 세대가 이 높은 곳까지 와있다.

저 사람들은 무엇 하러 이 높은곳까지 차를 갖고 왔을까? 기백산쪽의 봉우리들은 이제 다 끝나고 다시 금원산을 향한

오르막이 시작되는데 그동안 보았던 것과 다른 색깔과 모양의 이정표가 서있다.

나무의 키가 작아 뜨거운 뙤약볕 아래서 오르려니 배가 고파 허기가 진다.

      

13:00. 헬기장도착. 앞에 보이는 저 높은 봉우리가 금원산 정상 같다. 앞선 사람들이 저 곳에서조망을 둘러보고 있는 것을 보면.

조금만 더 참고 가서 밥을 먹자. 비타민 D를 생성시켜준다니 뜨거운 햇볕도 참자...

 

13:15 돌무더기로 이루어진 봉우리정상. 바위 위에 하얀 이정표가 서있다.

금원산 정상인 줄로 알고 올라왔더니...커다란 줄기를 이루는 1335m의 봉우리다. 이곳에 있던 사람들은 이미 왼쪽으로 이동하여

금원산 정상으로 가 서있고. 정상을 향해가는 능선에 있는 키 작은 신갈나무 잎들이 물에 젖은 표정들이다. 

 

13:25. 금원산 (1353m)정상 도착. 밥 먹을 자리를 잡기위해 흩어졌나?

먼저 도착하신 분들은 이미 이곳저곳으로 ... 뒤돌아서서 지나온 능선들을다시 한 번 바라보고 다른 분들 따라 내려서는데

나무그늘속의 기온이 엄청 차이가 난다. 오늘은 바람이 없는 편인데 고도가 높아 그런가보다.  

13:30.  직접 재배한 상추를 갖고 오신분과 시원한 막걸리를 가져오신 분, 아직도 얼음이 녹지 않고 그대로 섞여있는 냉커피와

따끈한 커피. 나무 그늘에 여럿이 둘러앉아 맛난 점심을 나눈다.

 

       14:00. 배도 부르고 휴식도 취하니 시원한 그늘 속으로의 하산 길엔 가속이 붙는다.

백두대간 때와는 다르게 오늘의 이 산엔 이정표가 잘 되어 있어,이정표와 산행지도를 봐 가며 내려선다.

잡목 숲 수림 속을 거치고, 어두울 정도의 그늘속인 침엽수림도 지나고, 하얀 꽃길도 또 지나고,

풀이 많은 마차길 넓이의 임도도 건건다.

근처의 유명한 산에 가려져 널리 알려지진 않았지만 종일 그늘로만 다닌 오늘의 산 선택은 참 잘 한 것 같다.

 

       15:05. 여기하나 저기하나.. 집 세 채가 뚝뚝 떨어져있는 지재미골 도착. 토끼먹이 풀을 베는 분을 만나 이야기도 나누고,

살림살이가 있는 비닐 하우스 안에 들어가 물도 받으며 둘러보니, 촛농을 흘리며 타던 굵은 초 한자루가 나무기둥에 꽃혀 있다.

자연속에 묻혀 문명을 거부하며 사시는가 보다. 건강해 뵈는데 아팠었단다. 먹다 남은 사탕이라도 있으면 달라기에 열지도 않은 도시락반찬, 비상용으로 넣고 다니던 초코렛과 사탕등을 모두 꺼내 주고 나왔다.  몇 알의 사탕까지도....

 

       15:20. 아직 뒤에 오실 분들이 많아 맑게 흐르는 계류에 탁족의 시간도 갖는다. 뒤에 내려오시던 대장님이 몇 분이 정상에서 다른 곳으로 하산했다며 걱정하신다. 그러고 보니 짝꿍이 안 보인다. 평소 가까이 지내던 분들이 반대 방향으로 하산을 한  것이다.  

     

15:50. 가섭사지 마애삼존불상(보물 제 350호) 앞 도착. 몇 십 계단의 돌계단을 오르면 양쪽의 커다란 바위 사이로

또 돌계단을 올라 굴처럼 생긴 곳에 새겨진 마애삼존불은 고려시대의 양식이라고 씌어 있다.

한 동안은 일부러 답사여행을 다니기도 했었는데... 서산의 미소가 예쁜 삼존불만큼은 안되지만 산행 중에 문화재와 유적지를

 만날 때의 기쁨은 말할 수 없이 크다. 오늘 같은 날은 다섯 번 째의 요일이라서 덤으로 얻은 날로 생각해 기분이 좋았는데

거기다 보물까지 보았으니 기분이 더 좋다.

16:20. 주차장 도착. 산행 소요시간 6시간 30분.

     

2005. 오월의 마지막 날 (火).

      경남 함양에서 올라 거창으로 내려선 기백산과 금원산 산행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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