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30. bus출발. 사람도 차도 고속도로에선 보통 두 시간 정도의 주행 후 휴식이 좋다는데 거의 세 시간 가까이 달려
인삼랜드 휴게소에 도착. 모두들 조용하게 한밤중 인양 곤히 자고 있으니 오늘 처음 뵙는기사분이
본인이 더 이상은 참을 수 없어 쉬어야겠다며 차 내 방송을 한다.
09:40. 지곡IC(09:25)를 거쳐 함양 군립공원 매표소에 도착.
길옆으로 커다란 물레방아도 보이고 숲 속으로 간간히 정자들도 보이니 설명 없이도 용추계곡의 깊음과 아름다움이 전해져온다.
09:45. 차에서 내려 곧장 뻗은 넓은 소나무밭길을 놔두고 오른쪽의 등산로를 택해 올라서니 맑은 아침햇살에
코를 찌르는 토끼풀 내음과 짙은 찔레꽃 향에 기분이 한결 상승.
앞쪽에 서서, 지난 토요일에 백두대간 중 한 구간을 종주하신 분의 선두와 후미가 들머리를 잘못 찾아 헤맸던
생생한 후일담을 들으며 침엽 활엽 뒤섞인 울창한 수림 속 돌길을 도주골 계곡물소리와 함께 오른다.
많은 나무들 속에 섞여 피어있던 향 짙은 쪽동백 꽃이 떨어져 소복하게 쌓이며 하얀 꽃길을 만들어 놓았다.
아무리 떨어진 꽃이라 해도 아직은 싱싱해 밟기가 아깝다. 최상으로 잘 꾸며진 결혼식장에서의 신부가 걷는 꽃길도 이 만은 못하겠지? 관목인줄 알았던 쪽동백 나무가 여기서 보니 키가 엄청 크다.
쪼로롱 쪼로롱 찌 익..., 찌오 찌오 찌찌찌찌..., 찍 또로롱 찍 또로롱..., 썍 썍 썍 썍...,
쑝 쑝 쑝 쑝 한 박자쉬고 다시 쑝 쑝 쑝 쑝... 박자도 정확하게 리듬도 일정하게. 글로써는 흉내 낼 수 없는 제각기 다른
음색의 길고 짧은 새소리. 많은 글자를 갖고도 제대로 표현할 수 없는 서로 다른 새들의 아름다운 지저귐을
사람들은 왜 흔히 ‘새들의 울음소리’라고 하는지 모르겠다. 내가 듣기엔 한껏 기분좋아 떠드는 웃음소리로 들리는데...
녹음 우거진 대자연의 숲 속에서. 다른 잎들은 모두 떨어져 잠자는 추운겨울에 홀로 새파란 잎 위에 흰 눈을 소복히 얹고 그토록 매료시켰던 산죽나무 잎이 지금은 반대로 누렇게 변해있다.
10:55. 1325m의 네거리 능선 길에 오르다. 꽤 높은 곳인데 조망도 바람도 없다. 키 작은 고추나무, 키가 큰 산철쭉, 단풍나무, 신갈나무... 활엽수들로 꽉 채워진 여기서도 찌롱찌롱찌롱.., 찌익 쩨쩨째째..,
새들의 지저귐은 계속되고, 침묵으로 행진하는 중간 팀 이웃사촌과 일행들... 가파른 오르막임을 알 수 있다.
선두와 후미의 중간 팀에서도 차츰 뒤로 밀려나며 혼자 조용히 오르는데 금속성 음속 비행기가 온 산을 뒤흔들며 지나간다.
11:35. 커다란 바위덩이들로 이루어진 능선에 오르니 조망이 탁 트이며 능선에 돌이 책처럼 쌓여진 책 바위와
우리가 가야할 금원산까지 한 눈에 보인다. 고도가 높아 아직 화사하게 피어있는 산철쭉과 짙은 색의 병꽃나무가
파란 하늘의 구름을 배경으로 아직은 제철이라며 맘껏 뽐내고 있다.
11;40. 기백산(1331m) 정상 도착. 사방으로 장쾌하게 뻗어있는 파노라마 같은 능선들의 조망이 발목을 잡는다.
우리가 향하는 금원산 뒤 북쪽으로 덕유산의 영봉들, 오른쪽으로는 멀리 가야산, 왼쪽으로는 가까이에 황석산의 능선이 보이고,
뒤로는 멀리 지리산 능선까지... 남의 손끝만 따라 시선을 옮기며 끄덕거리지만... 아 좋긴 좋다.
온통 녹색세상이 되어버린 능선에서 책바위도 지나고, HAM들의 시설물같은 안테나 있는 곳도 지나고,
1200고지가 넘는 봉우리들을 오르내리며 풍광을 보느라 정신없다.
12:35. 수망령에서 임도를 따라 올라온 듯한 짚차 세대가 이 높은 곳까지 와있다.
저 사람들은 무엇 하러 이 높은곳까지 차를 갖고 왔을까? 기백산쪽의 봉우리들은 이제 다 끝나고 다시 금원산을 향한
오르막이 시작되는데 그동안 보았던 것과 다른 색깔과 모양의 이정표가 서있다.
나무의 키가 작아 뜨거운 뙤약볕 아래서 오르려니 배가 고파 허기가 진다.
13:00. 헬기장도착. 앞에 보이는 저 높은 봉우리가 금원산 정상 같다. 앞선 사람들이 저 곳에서조망을 둘러보고 있는 것을 보면.
조금만 더 참고 가서 밥을 먹자. 비타민 D를 생성시켜준다니 뜨거운 햇볕도 참자...
13:15 돌무더기로 이루어진 봉우리정상. 바위 위에 하얀 이정표가 서있다.
금원산 정상인 줄로 알고 올라왔더니...커다란 줄기를 이루는 1335m의 봉우리다. 이곳에 있던 사람들은 이미 왼쪽으로 이동하여
금원산 정상으로 가 서있고. 정상을 향해가는 능선에 있는 키 작은 신갈나무 잎들이 물에 젖은 표정들이다.
13:25. 금원산 (1353m)정상 도착. 밥 먹을 자리를 잡기위해 흩어졌나?
먼저 도착하신 분들은 이미 이곳저곳으로 ... 뒤돌아서서 지나온 능선들을다시 한 번 바라보고 다른 분들 따라 내려서는데
나무그늘속의 기온이 엄청 차이가 난다. 오늘은 바람이 없는 편인데 고도가 높아 그런가보다.
13:30. 직접 재배한 상추를 갖고 오신분과 시원한 막걸리를 가져오신 분, 아직도 얼음이 녹지 않고 그대로 섞여있는 냉커피와
따끈한 커피. 나무 그늘에 여럿이 둘러앉아 맛난 점심을 나눈다.
14:00. 배도 부르고 휴식도 취하니 시원한 그늘 속으로의 하산 길엔 가속이 붙는다.
백두대간 때와는 다르게 오늘의 이 산엔 이정표가 잘 되어 있어,이정표와 산행지도를 봐 가며 내려선다.
잡목 숲 수림 속을 거치고, 어두울 정도의 그늘속인 침엽수림도 지나고, 하얀 꽃길도 또 지나고,
풀이 많은 마차길 넓이의 임도도 건건다.
근처의 유명한 산에 가려져 널리 알려지진 않았지만 종일 그늘로만 다닌 오늘의 산 선택은 참 잘 한 것 같다.
15:05. 여기하나 저기하나.. 집 세 채가 뚝뚝 떨어져있는 지재미골 도착. 토끼먹이 풀을 베는 분을 만나 이야기도 나누고,
살림살이가 있는 비닐 하우스 안에 들어가 물도 받으며 둘러보니, 촛농을 흘리며 타던 굵은 초 한자루가 나무기둥에 꽃혀 있다.
자연속에 묻혀 문명을 거부하며 사시는가 보다. 건강해 뵈는데 아팠었단다. 먹다 남은 사탕이라도 있으면 달라기에 열지도 않은 도시락과 반찬, 비상용으로 넣고 다니던 초코렛과 사탕등을 모두 꺼내 주고 나왔다. 몇 알의 사탕까지도....
15:20. 아직 뒤에 오실 분들이 많아 맑게 흐르는 계류에 탁족의 시간도 갖는다. 뒤에 내려오시던 대장님이 몇 분이 정상에서 다른 곳으로 하산했다며 걱정하신다. 그러고 보니 짝꿍이 안 보인다. 평소 가까이 지내던 분들이 반대 방향으로 하산을 한 것이다.
15:50. 가섭사지 마애삼존불상(보물 제 350호) 앞 도착. 몇 십 계단의 돌계단을 오르면 양쪽의 커다란 바위 사이로
또 돌계단을 올라 굴처럼 생긴 곳에 새겨진 마애삼존불은 고려시대의 양식이라고 씌어 있다.
한 동안은 일부러 답사여행을 다니기도 했었는데... 서산의 미소가 예쁜 삼존불만큼은 안되지만 산행 중에 문화재와 유적지를
만날 때의 기쁨은 말할 수 없이 크다. 오늘 같은 날은 다섯 번 째의 요일이라서 덤으로 얻은 날로 생각해 기분이 좋았는데
거기다 보물까지 보았으니 기분이 더 좋다.
16:20. 주차장 도착. 산행 소요시간 6시간 30분.
2005. 오월의 마지막 날 (火).
경남 함양에서 올라 거창으로 내려선 기백산과 금원산 산행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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