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와 글

피 천득 - 이 순간, 너. 진달래.

opal* 2006. 1. 15. 14:02

 

 

이 순간

 

                        피 천득

 

이 순간 내가

별들을 쳐다본다는 것은

그 얼마나 화려한 사실인가

 

오래지 않아

내 귀가 흙이 된다 하더라도

이 순간 내가

제 9 교향곡을 듣는다는 것은

그 얼마나 찬란한 사실인가

 

그들이 나를 잊고

내 기억 속에서 그들이 없어진다 하더라도

이 순간 내가

친구들과 웃고 이야기 한다는 것은

그 얼마나 즐거운 사실인가

 

두뇌가 기능을 멈추고

내 손이 썩어가는 때가 오더라도

이 순간 내가

마음 내키는 대로 글을 쓰고 있다는 것은

허무도 어찌하지 못할 사실이다.

  

 

 

                   피 천득

 

눈보라 헤치며

날아와

 

눈 쌓인 가지에

나래를 털고

 

그저 얼마 동안

앉아 있다가

 

깃털 하나

아니 떨구고

 

아득한 눈 속으로

사라져 가는

 

 

진달래

 

                      피 천득

 

 

겨울에 오셨다가
그 겨울에 가신 님이

봄이면 그리워라
봄이 오면 그리워라

눈 맞고 오르던 산에
진달래가 피었소

 

 

 

1910 4월 21일 서울 종로구 청진동 출생  
1931 상해 호강대학 영문과 졸업 경성중앙산업학원 교원으로 시작과 영시 연구에 전념  
1949 경성대학 예과 교수 역임  
1946 서울대 사범대학 교수 역임  

주요 저서 시집 목록
시집 <서정시집>    상호출판사  1947
시집 <금아시문선>    경문사  1959
시집
    삼화출판사  1968
시집 <산호와 진주>    일조각  19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