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유 치환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에마랄드 빛 하늘이 환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행길을 향한 문으로 숱한 사람들이
제각기 한 가지씩 생각에 족한 얼굴로 와선
총총히 우표를 사고 전보지를 받고
먼 고향으로 또는 그리운 사람께로
슬프고 즐겁고 다정한 사연들을 보내나니
세상의 고달픈 바람결에 시달리고 나부끼어
더욱더 의지 삼고 피어 헝클어진 인정의 꽃밭에서
너와 나의 애틋한 연분도
한망울 연연한 진홍빛 양귀비 꽃인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 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설령 그것이 이 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 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
그리움
유 치 환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임은 뭍같이 까딱 않는데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날 어쩌란 말이냐
旗 빨
유 치환
이것은 소리없는 아우성
저 푸른 해원(海原)을 향하여 흔드는
영원한 노스탈쟈의 손수건
순정은 물결같이 바람에 나부끼고
오로지 맑고 곧은 이념의 표ㅅ대 끝에
애수는 백로처럼 날개를 펴다
아아 누구든가
이렇게 슬프고도 애닯은 마음을
맨 처음 공중에 달 줄을 안 그는
바 위
유 치 환
내 죽으면 한 개 바위가 되리라.
아예 애련(愛憐)에 물들지 않고
희로(喜怒)에 움직이지 않고
비와 바람에 깎이는 대로
억 년(億年) 비정(非情)의 함묵(緘默)에
안으로 안으로만 채찍질하여
드디어 생명도 망각(忘却)하고
흐르는 구름
머언 원뢰(遠雷).
꿈 꾸어도 노래하지 않고,
두 쪽으로 깨뜨려져도
소리하지 않는 바위가 되리라.
호는 청마(靑馬)
1908 7월 14일 경남 충무시 태평동 출생
1922 통영보통학교 4학년을 마치고 도일하여 도오야마중학(豊山中學) 입학.
박명국, 김거주, 최두춘, 유치진과 함게 동인회 <토성> 조직
1926 동래고보 편입
1927 연희전문 입학
1931 시 <정적>을 <문예월간>2호에 발표하면서 문단에 데뷔
1937 문예동인지 <생리(生理)>를 장응두, 최상규 등과 함께 발행
1946 청년문학가협회 회장 역임
1947 제1회 청년문학가협회 시인상 수상
1950 한국전쟁시 문총구국대(文總救國隊)를 조직
1957 한국시인협회 초대회장에 피선
1967 2월 13일 윤화(輪禍)로 사망
주요 저서 시집 목록
시집 <청마시초> 청색지사 1939
시집 <울릉도> 행문사 1947
시집 <생명의 서> 행문사 1947
시집 <청령일기> 백자사, 행문사 1949
시집 <현대시집 II>(공저) 정음사 1950
시집 <보병과 더불어> 문예사 1951
시집 <예루살렘의 닭> 산호장 1953
시집 <청마시집> 문성당 1954
시집 <제9시집> 한국출판사 1957
시집 <유치환시선> 정음사 1958
시집 <유치환시초> 신구문화사 1958
수필집 <동방의 느티> 신구문화사 1959
시집 <뜨거운 노래는 땅에 묻는다> 동서문화사 1960
수필집 <나는 고독하지 않다> 평화사 1962
시집 <미루나무의 남풍> 평화사 1964
시집 <청마시선> 민음사 1974
시집 <깃발> 삼중당 1975
수필집 <나의 창에 마지막 겨울 달빛이> 문학세계사 1978
시집 <유치환> 한국현대시문학대계 지식산업사 1981
시집 <나는 고독하지 않다> 정음사 1984
시집 <기(旗)빨> 정음사 1984
시집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정음사 1984
시집 <깃발> 자유문학사 1987
시집 <마침내 사랑은 이렇게 오더니라> 문학세계사 1987
시집 <청마시집> 문학세계사 1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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