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00. 출발. 산악회 몇 년 동안에 처음 가는 산이라는 데 빈 좌석이 많다. 원등산(713m)이 낮은 대신 긴 산행을 위해
학동산까지 오르고 시간이 되는 분은대부산까지 올랐다 내려오라는 멘트. 원점회귀 산행이다.
08:20. 탄천 휴게소. 차에서 내리니 날씨가 잔뜩 흐려 음산한 게 꽤 쌀쌀하다. 지난 번 산행 때 덥기에
내피와 조끼를 준비하지 않았는데 산 정상에서 후회하지 않을까? 휴게소 쉼터 의자를 밥상삼아 쪼그리고 앉아 아침을 먹는다.
09:50. 높은 곳에 있는 위봉 산성을 지나고, 동광사를 지나 동상면 지행동에서 하차하여 넓은 비포장 임도로 들어선다.
큰 무리를 지었던 일행들은 삼삼오오 나누어지고 다시 한 둘씩 흩어지며 계속되는 오르막을 오른다.
계곡건너 우측 산 높은 곳에 흐르던 물이 폭포처럼 얼어붙고 길 옆 바위에도 고드름이 매달려있다.
한참을 오르니 길은 콘크리트 포장으로 바뀌고, 낙석 된 돌덩이들이 길 한 쪽에서 뒹군다. 해동의 계절이라 주의해야겠다.
땀을 흠뻑 흘리며 올라선 골짜기가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곳까지 오르니 오늘의 운동량은 이만 해도 되겠다싶은 생각이 든다.
11:00. 임도 중 가장 높은 곳. 모두들 좌측 산으로 오르고 후미 몇 명만 남아 있는데, 뒤 따라 온 검은 승용차 안에서
너 댓 명이 내려 우리와 반대쪽 산으로 오른다. 우린 낑낑대며 한 시간 이상 힘들게 걸어 올라왔는데?
5분쯤 오르니 산 아래의 마을들이 나뭇가지 사이로 펼쳐진다. 낙엽이불 위로 새로 얼굴을 내민 파랗고 동그란 잎과
반가이 악수를 한다. 6월초에 은방울꽃 모양으로 작은 방울처럼 하얀 꽃이 피는 식물인데 이름을 모른다. 완연한 봄이다.
조금 더 걸으니 우리가 지나쳤던 동광사가 멀리 내려다보인다. 산줄기가 산 아래 양쪽의 임도와 나란히 뻗어 있다.
양쪽 아래로 한적한 시골동네 마을이 가까이 내려다보이니 능선의 날카롭기를 알만하다.
지루하다 싶을 정도로 전망도 없는 똑같은 잡목 숲 낙엽 길을 오르내린다.
12:00. 바위틈에 수직가까이 매달린 가느다란 줄을 잡고 힘겹게 오르니 우리가 차에서 내렸던 곳이 발 아래로 보인다.
12:15. 산성처럼 돌이 쌓여있는 봉우리에 오르니 먼저 온 중간 팀의 간식시간. 차가 기다리는 마을과 점점 가까워지는데
봉우리 몇 개를 넘는 동안 이정표도, 정상 표지석도 아무것도 못 봤으니 무슨 산을 걷고 있는 건지 알 수가 없다.
작은 마을의 앞산인지 뒷산인지...
간식을 먹는 중에 선두에서 교신이 온다. 다 내려오면 타고 온 차가 있는 마을이니 산을 더 타실 분은 맞은편으로 다시 올라서란다.
몇 명 남고 중간과 후미 팀 함께 급경사 내리막을 미끄러지듯 내려선다. 표고버섯 재배를? 그루의 굵은 참나무들이 베어지고 있다.
12:30. 산행 시작 두 시간 반 만에 산을 다 내려섰는데 앞에 높게 보이는 저 산을 다시 올라야 되나 말아야 되나?
대중교통이 다니는 아스팔트길을 따라 걷다 냇물을 건너 맞은편 산으로 다시 올라선다. 백두대간을 걷는 것도 아닌데 이게 뭐람?
임도 따라 걷다 산 속으로 들어서서 산죽나무 사이를 헤치고, 가파른 너덜지대를 오른다. 혼자만 힘든 것도 아닌데
여전히 맨 뒤로 쳐진다. 길도 없는 가파른 오르막을 작은 나뭇가지에 얼굴을 부딪치며 힘겹게 오르다 배가 고파 간식을 먹는다.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 했거늘... 사흘 전의 산행 날엔 웅장한 산세와 설경을 바라보며 희열감을 느끼며 좋아했는데
오늘의 산행은 좀... 운동 삼아 다니고는 있지만 이왕이면 볼거리나 산행 재미가 있으면 좋겠다.
발목까지 빠지는 낙엽을 밟으며 잡목 숲을 오르는데 한 발자국을 올려놓으면 두 발자국 만큼 뒤로 미끄러진다.
머리위로 암반이 보이는 봉우리. 경사각이 너무 심해 산비탈로 빙빙 돌며 네 발로 기어오른다. 극기 훈련이라도 나온 듯.
13:50. 오솔길이 흐릿하게 나 있는 능선에 오르니 산 너머의 집들과 길이 보인다. 뾰족뾰족한 봉우리들이 연결 지어진 능선을
바위만 밟으며 걷는다. 한 쪽이 단애로 이루어진 바위산이라 전망도 내려다보이고 바위에 매어놓은 줄을 잡고 오르기도 하니
오전에 걷던 산 훨씬 보다 낫다.
14:20. 이게 웬일? 하루 종일 못 보던 표지판이 있는 대부산. 잡목으로 둘러쳐져 전망은 없다. 종일 쫓아만 다니다 여기에 와
지도를 펼쳐보니 오전에 걷던 산이 오늘 계획했던 원등산이 아니다. 삼각점이 있는 대부산의 높이가 지도에는 602.4m이고,
표지판엔 601.7m로 표시가 다르다. 바위틈마다 박혀 있는 멋진 소나무들을 감상하고, 먼 곳의 산줄기를 바라보며 후미 팀 셋이서
하산을 서두른다. 흰 밧줄과 굵은 철사 줄을 잡고 바위를 내려선다. 멀리 내려다 뵈는 저수지 같은 곳의 파란 물빛이 아름답다.
14:50. 밧줄을 잡고 바위를 내려서서 낙엽 쌓인 능선을 내려선다. 커다란 바위들 사이로 맑은 물이 흘러내리는 계곡을 건너니
우리보다 먼저 내려섰던 중간 팀이 다른 곳에서 내려온다. 등산로도 없는 낭떠러지와 작은 나무들이 얽히고설킨 곳을
헤치며 오느라 고생을 무척 했단다.
15:15. 입석교를 건너 차가 기다리는 폐교된 초등학교자리 옆 도착. 지난겨울부터 산행 후에 먹는 늦은 점심도 오늘이 마지막 이다.
오늘의 산행 소요시간 5시간 20분.
2006. 2 28.(火). 전북 완주의 대부산을 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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