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行 日記

광주 무등산.

opal* 2006. 3. 3. 00:21

 

 08:30. 약속시간 보다 30분 늦은 시간. 카페 회장님, 산행 방장님과 총무님, 두 부부 팀 등 모두 8명이 출발.


12:00. 동 광주 도착. 총무님과 방장님의 노련한 운전 솜씨로 휴게소에서 한 번 쉬고 세 시간 반 만에 동 광주 IC를 빠져나오니

이곳 지역 분들이 마중을 나오셨다. 산행 안내를 위해 나와 주신 소석님, 바쁜 시간에 틈을 내어 일부러 나와 주신 진보라 님,

넓은바다 님, 형래 님과 인사를 나눈 뒤, 길을 잘 아는 넓은 바다님과 진보라님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차 두 대가 원효사로 향한다.


사찰을 둘러본 후 기념 촬영. 세 분은 산행 후에 만나자는 약속을 하고 산행을 안내 하실 소석님만 남아

멀리 보이는 산 정상을 바라보며 개념도 설명 후 바로 산으로 오른다.


13:15. 아스팔트길을 따라 올라서서 샘터가 있는 늦재 삼거리(490m) 도착.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더니

졸졸 흐르는 약수와 벤취가 있어 식사 시간을 갖는다. 각자 도시락이나 김밥 등을 준비해 왔건만

이곳에서 일부러 먹거리까지 준비해 주셨으니 감사히 받아 챙긴다.


13:35. 원효봉에서 오르는 길과 만나지는 늦재에 도착하여 아스팔트길을 버리고 산 속 오솔길로 오르는데

눈이 녹지 않아 아이젠을 착용한다. 아름다운 60대 깃발을 가방에 꽂으신 소석님이 앞장서며 안내하신다.


좌측으로 서석대, 입석대라는 이정표만 보고 올라섰더니 우측의 중봉(동화사 절터)쪽으로 가야 된다며 뒤에서 부르신다.

도로 내려와 다른 분들과 함께 걷지만 계속되는 오르막길에 다시 앞 뒤 속도 차이가 난다.


14:10. 소나무 숲길을 지나고 너덜지대 같은 눈에 덮힌 돌길을 올라서니 양쪽의 숲 사이로 기다란 원효봉이 한 눈에 보이며

그 뒤로 광주호와 시가지 넘어 담양호를 끼고 있는 추월산까지 시원스레 보인다. 잠시 쉬며 뒤에 오시는 분들을 기다려 함께 오른다.


14:30. 작은 돌무더기 탑과 벤취가 있고, 증심사 방향으로 탈출로가 있는 동화사 삼거리 도착. 정상의 군사 시설과 서석대,

진행방향인 중봉 쪽으로 통신시설 안테나들이 보이니 마음은 급해지는데 뒤에 오시는 분들은 보이지가 않는다.


기회는 왔을 때 잡아야 되는데... 저 꼭대기를 빤히 올려다보면서도 여기까지 왔다가 못 올라가고 돌아서면 어쩌나...

시간의 여유가 많지 않을 텐데...


광주호 옆의 선동마을 초가집에서 밤을 새우기도 하고, 무등산 기슭의 소쇄원과 식영정, 명옥헌 등을 둘러보며

무등산을 빤히 바라보다 돌아선 때가 몇 번이던가...

십분 쯤 지나 총무님 도착. 다른 분들 정상까지 안 가시면 혼자라도 빨리 다녀오겠다 하니 모두들 가신단다.

앞장서서 오르며 돌아서서 광주호 내려다보기를 몇 차례. 사방으로 잘 보이는 가시거리가 넓은 날씨에

좋으신 분들과 좋은 곳을 함께하니 기분이 UP~


15:00. 무등산 송신소 도착. 안테나들이 서있는 곳이 중봉인줄 알고 올라섰더니 광주 MBC와 광주 방송의 송신소이며

중봉은 저 만치 앞에 혼자 서 있고 그 뒤로 통신 시설이 또 보인다.


15:10. 중봉 도착. 혼자 앞서가다 길을 잘못 갈까봐 걱정되시는지 뒤에 오시던 소석님 헐레벌떡 올라서신다.

앞서서 혼자 내빼는 얄미운 사람 챙기랴, 시간은 촉박한데 빨리 못 오르시는 분들 돌보랴 중간에서 땀만 뻘뻘 흘리며 말도 못하고

끙끙대는 모습이시다. 무등산에 한번 놀러 오라고 한 것을 후회 하고 계시는 건 아닐까?


15:30. 중봉에서 다시 혼자 내려서서 군부대 입구 이정표를 지나 입석대 방향만 보고 가문비가 심겨진 산 속으로 들어서니

길이 없다. 나무와 마른 풀을 헤치고 장불재에서 오르는 길을 만나니 장불재에서 일행이 부른다.


산비탈 너덜겅에서 일행 기다릴 겸 간식과 물을 마시고 있으니 여섯 분은 장불재에서 ‘도저히 못 오르겠다’고

증심사쪽으로 먼저 하산 하셨다며 방장님과 소석님 두 분만 올라오신다.


15:55. 입석대(1017m) 도착. 오각이나 육각형 모양으로 된 검은색 돌기둥들이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멋진 모습으로

제각기 자랑하며 서 있다. 이름하여 ‘무등산 주상절리대’. 초 광각렌즈가 준비되지 않아 한 번에 다 못 담는다.

숭정은 명나라의 년 호라는 설명을 듣고, 셋이서 교대로 기념 셔터를 눌러댄다. 기다란 바위기둥 여기저기에 조상들이 새겨놓은 글 들이 있다.

崇禎紀元四戊辰孟夏 暗行御史鄭稷朝過此(숭정기원4무진맹하 암행어사정직조과차). 암행어사라는 분이 새겨놓은 걸 보면

우리민족은 어느 시대 어디를 가나 좀 괜찮다 싶은 곳에 흔적남기기를 좋아했나보다.

 

멋대로 뒹굴며 박혀있는 검은 돌덩이 들을 밟으며 한발 한 발 오르니 사방으로 시야가 탁 트이며 가까운 산줄기들이

발아래로 펼쳐진다. 반대편의 산줄기사이로 동복호의 푸른 물이 보이니 몇 년 전에 물염적벽에 갔었던 생각이 떠오른다.

중국의 적벽에 버금간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1186.8m의 무등산 정상을 올라보고 싶지만 철조망이 설치되고 군사 시설이 있어 갈 수가 없다.

팔공산에 갔을 때도 그렇더니 여기도 마찬가지군... 혼자  투덜대 본다.


16:30. 서석대 위에 오르니 바람이 차다. 입석대의 돌기둥이 제각각 서 있다면 서석대의 돌들은 함께 붙어있다.

입석대보다 풍화작용이 덜된듯하나 바로 아래에는 무너진 돌무더기들이 많이 쌓여있다.


사진으로만 보던 돌 모양과 웅장한 크기를 직접 접하고, 가파른 내리막 눈길을 미끄러지듯 내려선다.

아쉬운 마음에 오래 머물고 싶지만, 먼저 하산하여 기다리시는 분들도 계시고 하산 약속 시간도 가까워져 서두른다. 


17:00. 넓은 초원으로 된 해발 900m의 장불재. 가을엔 억새가 볼만 하겠다.

이곳에서 1.8km 거리에 규봉암. 서석대 입석대와 더불어 세 군데의 명승지라 가보고 싶지만 여건이 안 맞으니 숙제로 남긴다.


기울어지는 오후 햇살을 가슴으로 안으며 중머리재로 하산을 시작한다. 언제나 그렇듯이 하산 때는 왜 그리 아쉬움이 많은지,

전망이 좋은 곳을 내려다보며 내려서는 능선도 그럴진대 하물며 숲 속 계곡이야...

오르던 곳과는 반대방향인 양지쪽이라 눈이 없어 걷기에 편하다.


17:30. 약수터에 도착하여 물 한 모금 마시고 일행 기다릴 겸 종일 신고 다니던 아이젠을 벗어 닦는다.

잠시 쉬고 10분쯤 내려서니 해발 586m의 중머리재. 계곡 아래에서 불어오는 찬바람을 맞으며

한 시간 동안 기다리고 계시는 회장님을 뵈니 얼마나 죄송스럽고 송구스럽던지,  숲이 우거져 어두워지는 길을 함께 내려딛는다.


18:20. 증심사 입구 도착.  안내하시는 분은 어찌 이리 산행시간을 딱 맞게 계획 하셨는지...

해는 앞산에 가려져 어둑어둑한 시간. 넓은 바다님이 차를 갖고 마중 나와 계시다.


일행 모두 다른 분들이 기다리는 장소로 이동하여  즐겁고 화기애애한 저녁 시간. 이어지는 여흥의 시간을 보내고

훌륭한 숙소까지 준비해 주시어 편히 쉬려 하나 그게 어디 맘대로 되어야 말이지... 시간은 새벽으로 가는데...


오늘을 위해 무엇 하나 소홀함 없이 정성을 다해 준비해 주신 여러분들께 감사드립니다.


2006. 3. 3.(金). 광주 무등산에 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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