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위에서
이 해인
그 누구를 용서할 수 없는 마음이 들 때
그 마음을 묻으려고 산에 간다.
산의 참 이야기는 산만이 알고
나의 참 이야기는 나만이 아는 것
세상에 사는 동안 다는 말 못할 일들을
사람은 저마다의 가슴속에 품고 산다.
그 누구도 추측만으로 그 진실을
밝혀 낼 수가 없다
꼭 침묵해야 할 때 침묵하기 어려워
산에 오르면
산은 침묵으로 튼튼해진 그의 두 팔을 벌려
나를 안아준다.
좀 더 참을성을 키우라고 내 어깨를 두드린다.
친구에게
이 해인
나무가 내게 걸어오지 않고서도
많은 말을 건네 주듯이
보고싶은 친구야
그토록 먼 곳에 있으면서도
다정한 목소리로 나를 부르는 너를
어떻게 잊을 수가 있겠니?
겨울을 잘 이겨냈기에
즐거이 새 봄을 맞는
한 그루 나무처럼 슬기로운 눈빛으로
나를 지켜주는 너에게
오늘은 나도 편지를 써야겠구나
네가 잎이 무성한 나무일 때
나는 그 그슴에 둥지를 트는
한 마리 새가 되는 이야기를
네가 하늘만큼 나를 보고 싶어 할 때
나는 바다만큼 너를 향해 출렁이는
그리움임을
향기로운 하루를 위해
이 해인
좋은 책에서는 좋은 향기가 나고
좋은 책을 읽은 사람에게는
그 향기가 스며들어
옆 사람까지도 행복하게 한다
세상에 사는 동안
우리 모두 이 향기에 취하는
특권을 누려야 하리라 아무리 바빠도
책을 읽는 기쁨을 꾸준히 키워나가야만
속이 꽉 찬 사람이 될수 있다
언제나 책과 함께 떠나는 여행으로
삶이 풍요로울수 있음에 감사하자
책에서 받은 감동으로 울수있는
마음이 있음을 고마워 하자
책에서 우연히 마주친
어느 한구절로 내 삶의 태도가
예전과 달라질수 있음을
늘 새롭게 기대하며 살자
-이 해인 님의 꽃삽 중에서-
본명 이명숙
1945년 강원 양구 출생
1970년 [소년]지에 동시 '하늘', ' 아침' 등으로 추천
1981년 제9회 새싹 문학상
1985년 제2회 여성동아 대상
1998년 제6회 부산여성 문학상
2004년 제1회 「울림예술대상」 한국가곡작시상 부문 수상
시집
'내 혼에 불을 놓아'(1979), '민들레의 영토'(1981), '시간의 얼굴'(1989)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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