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경
도 종환
하루 종일 아무 말도 안 했다
산도 똑같이 아무 말을 안 했다
말없이 산 옆에 있는 게 싫지 않았다
산도 내가 있는 걸 싫어 하지 않았다
하늘은 하루 종일 티 없이 맑았다
가끔 구름이 떠오고 새 날아왔지만
잠시 머물다 곧 지나가 버렸다
내게 온 꽃잎과 바람도 잠시 머물다 갔다
골짜기 물에 호미를 씻는 동안
손에 묻은 흙은 저절로 씻겨 내려갔다
앞산 뒷산에 큰 도움은 못되었지만
하늘 아래 허물없이 하루가 갔다
열 쇠
도 종환
세상의 문이 나를 향해 다 열려 있는 것 같지만
막상 열어보면 닫혀 있는 문이 참 많다
방문과 대문만 그런게 아니다
자주 만나면서도 외면하며 지나가는 얼굴들
소리없이 내 이름을 밀어내는 이데올로기들
편견으로 가득한 완고한 고집들이 그러하다
등 뒤에다 야유와 멸시의 언어를
소금처럼 뿌리는 이도 있다
그들의 문을 열 만능 열쇠가 내게는 없다
이 세상 많은 이들처럼 나도
그저 평범한 몇 개의 열쇠만을 갖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두드리는 일을 멈추진 않을 것이다
사는 동안 내내 열리지 않던 문이
나를 향해 열리는 날처럼 기쁜날이 어디 있겠는가
문이 천천히 열리는 그 작은 삐걱임과
빛의 양이 점점 많아지는소리
희망의 소리도 그와 같으리니
1954년 청주 운천동산직말에서 태어나
충북대 국어교육과를졸업하고
충남대에서 박사과정을수료했다.
교직에 몸담고 있던 시절,
동인지 '분단시대'에 <고두미 마을에서>등 5편의 시를 발표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교직생활과 시 창작을 병행하던 시인은
1989년 전교조 활동으로 해직된 이후 전교조 충북지부장을 맡으며
교육운동을 해왔으며, 현재는 충북민예총 문학위원장을 맡고 있는 한편
주성 전문대 등에서 강의를 하면서 지역 문화운동에 힘쓰고 있다.
시집으로
<고두미 마을에서>, <접시꽃 당신>,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지금 비록 너희 곁을 떠나지만>, <당신은 누구십니까>,
<사람의 마을에 꽃이 진다>, <부드러운 직선>등이 있고,
산문집으로는
<지금은 묻어둔 그리움>, <그대 가슴에 뜨는 나뭇잎배>,
<그때 그 도마뱀은 무슨 표정을 지었을까>가 있다.
제8회 신동옆 창작기금과 제7회 민족예술상을 받았다
1954년 청주 운천동산직말에서 태어나
충북대 국어교육과를졸업.
충남대에서 박사과정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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