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行 日記

충북 대성산, 천태산.

opal* 2006. 3. 14. 16:52

 

 06:00. 출발.   08:10. 옥산 휴게소 도착하니 흐린다던 예보와 다르게 날씨는 청명하다. 

어제저녁 내린 눈으로 영산홍 가지 위의 눈송이가 마치 목화송이 같다.


10:20. 윤정리 들머리 도착. 길을 잘 못 드는 바람에 시간이 늦어졌다. 마을에 하차하여 딱 버티고 있는 뾰족한 산을 보니

매우 가파르게 생겼다. 산 입구의 등산로 안내판을 본 후 선두와 후미는 우측으로 향하고,

중간 팀에 섞여 대성산까지의 등산로가 짧은 곳을 택해 좌측으로 간다. 아무도 밟지 않은 눈길을 걸으니

 이번 겨울의 눈 산행도 마지막 일듯 싶다. 징검다리를 건너고 산비탈의 가파른 오르막을 요리 돌고 조리 돌며 오솔길을 오른다.


11:30. 선바위를 지나고 절터도 지나 능선의 갈림길. 앞에 보이던 뾰족한 봉우리(덕운봉)의 전망대로 가는 길과

큰 폭포로 가는 길, 작은 폭포를 지나니 의평리로 하산 할 수 있는 곳이다. 덕운봉과 연결되는 능선에 오르니 바람이 차다.

 상큼하고 맑은 공기를 허파 속 깊숙이 들여 마신다. 좌, 우측으로 내려다보이는 전망이 시원스럽다.


11:45. 덕운봉을 거쳐 앞서서 부지런히 걸어오는 선두대장을 만나 서대산과 장룡산의 위치 설명을 듣고 하나 배운다.

대장님 thank you~. 오를수록 바람이 너무 차가워 벗었던 옷을 다시 입는다.


12:00. 대성산(705m) 정상 도착. 북쪽 방향으로 장룡산과 남쪽방향으로 천태산이 각 각 5시간씩 소요된다고 표시되어 있다.


송전 철탑을 지나 남쪽으로 향하는 능선을 따라 걸으니 오른 팔은 충남에, 왼팔은 충북에 걸쳐 있다.

능선에서 뻗어 내린 산줄기마다 눈이 쌓여 명암이 뚜렷하니 한 폭의 그림으로 보인다.

반대쪽인 남쪽에서 북쪽을 향해 걸었으면 못보고 지나칠 뻔 했다. 반사되는 빛에 눈(目)이 부신 눈(雪)위에 낙서를 하고,

Oak 종류의 나무가 많아 넓고 푹신한 떡갈잎 낙엽을 밟으며 능선을 오르내린다.


13:00. 성찬은 아니어도 어디서 구했는지 와 ~ 배추 꼬리,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안주와 포도주 한잔을 곁들인 점심 식사는 꿀맛.


14:10. 봉우리 몇 개를 넘고 넘었으니 이 봉우리가 천태산은 아닐까? 가파른 오르막을 올라서니 어림 없는 소리.

앞 봉우리 몇 개 뒤에 더 높은 봉우리가 보인다. 대성산에서 5시간 소요된다고 써 있더니 정말?  누군가가 친절하게 서대산 가는 길이라고 표시를, 어떤 이는 손바닥만한 종이에  대성산과 서대산 가는 화살표를 그려 나무에달아 놓았다. 이곳이 감투봉 같다.

탈출로 없이 한 동안을 걷는 능선은 가시거리 넓게 양쪽으로 시원스런 전망, 소나무들이 많은 능선에 여러 가지 멋진

모양의 바위가 제법 많아 홀로 걸어도 지루하지 않게 걷는 재미가 쏠쏠하다. 오르막 없이 이런 능선만 걸었으면 좋겠다.


14:55. 같이 식사했던 일행이 부르기에 쳐다보니 앞에 보이는 날카로운 바위 봉우리 중턱 큰 바위 위에 개미 크기로 보인다.

전망이 좋아 셔터 몇 번 누르는 동안에 줄달음치더니... 경관이 너무 멋지다. 능선을 더 걸어 뒤돌아보니 치마바위로 생긴 암산이다.


15:05. 굵은 밧줄 여러 가닥이 매달려있는 수직 절벽바위. 홈이 패인 곳은 눈과 얼음으로 차 있고, 난감하다.

아침 차 안에서 산행대장님이 남자들에게 매달려 도와 달라 하라더니 여길 두고 한 말이로구나.

그런데 어쩌나 앞에도 뒤에도 사람이 없으니... 있는 힘을 다해 낑낑거리며 매달리며 오른다.

넓은 바위에 올라서서 내려다보는 맛이 일품이다. 역시 고생 끝에 낙. 박수~


15:35. 천태산(714.7m) 정상. 2년 전 다른 산악회로 처음 왔는데 우연히도 날자가 똑 같은 걸 방명록에 서명하며 기억해 낸다.

그 때는 난코스인 A코스의 밧줄을 잡고 올라 옥새봉까지 거쳐 하산하며 전망 좋은 삼층탑과 영국사의 부도까지 샅샅이 둘러보았다. 

천태산의 또 하나의 ㅇ추억, 아침 차 안에서 아침식사로 준 김밥을 먹고 산에 오르다 쳇기로 힘들어 하는 내게

수지침을 놔주신 그 분은 아직도 잊혀 지지 않는다. 나중에 계룡산에 갔을 때 만났는데 얼마나 반갑던지... 


B코스는 패쇄 되고 밧줄을 잡고 C코스로 하산하는데 그 사이에 산불로 많은 나무들이 불에 타 마음을 안타깝게 한다.

멋진 노송의 모습을 만들려면 수백 년은 걸려야 될 텐데...


16:30. 영국사 도착. 유형 문화재인 석종형, 원구형 부도와 보물 534호인 원각국사 비를 둘러보고 내려오니

만세루의 루 마루 난간과 기둥이 화마가 지나간 흔적을 간직한 채 검은 모습으로 서 있어 보는 이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수령이 천년쯤으로 추정되는 은행나무는 변함없이 그 자리에 서서 얼마나 많은 일 들을 알고 있을까?


17:00. 주차장 도착. 오늘의 산행소요시간 6시간 반.


2006. 3. 14.(火).   충북 옥천과 금산에 있는 대성산과 천태산을 오르다.

'山行 日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석기봉과 민주지산.  (0) 2006.04.22
선유도 대신 산행한 고창 선운산.  (0) 2006.03.28
[스크랩] 평통 산악회, 강화 마니산 시산제.  (0) 2006.03.05
창원 웅산.  (0) 2006.03.04
광주 무등산.  (0) 2006.03.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