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行 日記

선유도 대신 산행한 고창 선운산.

opal* 2006. 3. 28. 00:30

 

05:30. 출발. 2년 전에 다녀온 에메랄드와 쪽빛 바다의 거문도 섬 산행의 추억을 떠 올리니 오늘의 선유도도 기대가 크다.

08:00. 대천 휴게소에서 아침식사. 잔뜩 흐린 날씨에 비까지 오락가락한다.


고속도로의 이정표는 군산에서 가까운 서천을 알려주는데 총무님 전화 한 통을 받는다.

기상악화로 출항이 금지되었다는 선착장 매표소에서 온 연락이란다.

산 꾼들이야 아무 산에라도 오르면 되겠지만 모처럼 관광으로 오신 분들은 얼마나 낙심하실까?


09:00. 동 군산 톨게이트를 나와 금산사를 볼 수 있는 김제 모악산, 직소폭포와 내소사를 볼 수 있는 변산 쌍선봉,

도솔암과 선운사를 볼 수 있는 고창의 선운산 중 다수결에 의해 산행지가 선운산으로 결정된다.

그 자리에서 턴을 하여 다시 고속도로로 진입하여 선운산을 향한다.


10:00. 심원초등학교 앞 도착. 경수산부터 선운산으로 긴 산행을 할 1진은 내리고 나머지 인원은 선운사로 향한다.

경수산, 수리봉, 낙조대, 천마봉 등 지난해에 왔던 기억이 생생하여 오늘은 느긋한 마음으로 여유 부리며 역 산행 2진에 끼어든다.


10:20. 선운사 입구에 도착하여 천연기념물인 송악은 잘 있나 확인 후 길옆에서 파는 군밤, 은행, 등 주전부리를 사들고 선운사 앞 계곡물 건너편의 넓은 길로 오른다.

 "언니 11시부터 부도 밭에서 제사를 지낸대요, 언니는 그런 것에 관심이 많으신 것 같아 연락 드려요." 

 "총무님 Thank you Thank you~"

선유도 구경을 못해 아쉽던 참에 옳다 거니, 가던 걸음을 멈추고 되돌아 선운사 앞길로 부리나케 내 달린다.

마음의 여유를 가지니 이런 횡재도 있구나.


알맞은 시간에 도착했는데 제물만 준비되어 있고 사람들이 아무도 없다. 둘러보니 예전에 일부러 찾아와 보았던

 까만 대리석에 쓰인 백파 율사의 추사체 비문이 안 보인다. 스님 한 분이 오시기에 여쭤봤더니

훼손이 심해 질까봐 안에다 모셔 놨단다. 제사 지내는 모습을 찍겠다하니 흔쾌히 대답 하신다.


11:30. 많은 스님들 도착하여 제 의식이 시작되고... 옆에서 셔터를 계속 눌러대니 관광객들도 하나 둘씩 모여든다.

젊은 스님 한 분이 손사래를 치며 커다란 눈을 부라리며 쫓는다. 더 있다가는 육두문자 듣겠다. 조금 전 대화를 나누던 스님과 비교가 된다.

어차피 오늘은 맘껏 여유를 부려 보고 싶던 차에 처음 보는 좋은 구경을 하니 마음이 부자가 된다. 내려서던 곳까지

다시 가니 1시간이 더 지났다. 홀로 걷는 호젓한 산행 길에 눈발이 심하게 날린다. 작년 이맘 때 왔을 때도 눈보라가 날렸었다.


진흥왕이 왕위를 퇴위하여 수도했다는 암굴과, 수령 600년 樹高 20여m의 천연기념물인 長沙松(盤松)을 둘러보고 도솔암으로 직행.


12:20. ‘도솔천 내원궁’이라 쓰인 아담한 문을 들어서서 돌계단을 올라 두건을 쓰고 있는 지장보살을 모신 팔작지붕의 전각과

산신각을 둘러보고, 주변으로 보이는 암산의 아름다운 모습들을 담는다.


12:40. 도솔암 마애불(보물 1200호). 1994년 지정이라는 표지석을 보니 현재 문화재 청장님의 답사 후에 지정된 모양이다.

다른 석불의 부드러운 미소와는 좀 다른 모습이다. 30m가 넘는 깎아지른 암벽에 새겨진 석좌여래상 명치끝의 감실을 바라보며

경이로움에 빠져 드는데 함께 올랐던 일행이 선운사 앞에서 기다린다며 연락을 준다.

 

선운사 뒷마당 동백은 아직 인데 도솔암의 동백 한 그루가 빨갛게 피어있다. 용문굴까지 갔다가 가수 송창식의

‘선운사’ 노래를 흥얼거리며 내려선다. 相思花(꽃무릇,石蒜)의 푸른 잎이 삭막한 숲 속을 부드럽게 만든다.

선운사 마당을 지나 잡동사니를 늘어놓고 호객하는 길옆의 아낙네 소리를 들으니 육자배기 가락을 듣던

미당님의 싯귀가 떠올라 읊퍼 본다. 詩碑는 공사 중인 울타리에 가려져 안 보인다.


‘선운사 골째기로

선운사 동백꽃을 보러 갔더니


동백꽃은 아직 일러 피지 안했고

막걸리 집 여자의 육자배기 가락에


작년 것만 상기도 남었습니다.

그 것도 목이 쉬어 남었습니다.’


13:50. 주차장 도착하여 1진으로 산행하느라 도착 못한 몇 명을 남겨두고  풍천의 민물이 흘러드는 바닷가의 장어 집으로 향한다.

주인으로부터 바다건너 보이는 변산반도의 산 설명을 듣고 복분자와 풍천장어로 시장기를 채우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마감한다.


2006.3.28.(火).   일정이 바뀌는 바람에 여유를 갖고 산행한 선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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