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30. 출발. 07:50. 치악 휴게소 도착하여 아침식사.
한 시간 후 영월 도착. 고속도로를 벗어나 높은 산과 잘 어울리는 강물 따라 구불대는 한적하고 아름다운 길을 한동안 달린다.
09:55. 도래기재 도착. 지난번과 다른 길을 선택하니 50분이나 단축 되었다.
차에서 내려 북쪽 방향의 나무계단을 숨 가쁘게 오르니 새소리가 아름답다.
10:25. 임도에 도착하여 나무계단 오르니 눈길을 끄는 금강송 아래 벤취가 있다. 산의 파괴를 막기위해 만든
계단을 놔두고 옆으로 길을 만들며 오르는 사람들이 있다. 급경사 내리막은 진흙까지 합세하여 더 미끄럽다.
11:00. 헬기장을 지나고, 두 개의 벤취가 놓여있는 공터를 지나고 다시 임도를 만난다. 도래기재 4km, 구룡산 1.5km 지점.
다각형 모양의 정자와 벤취가 있고, 축대를 쌓아 올라서기 쉽도록 만든 나무계단이 있다.
구룡산을 향하는 가파른 오르막. 통나무 두 개씩을 받쳐 만든 계단을 오르며 만든 이의 수고로움에 감사드린다.
이정표가 잘 되어있고 가끔 나무를 설명하는 안내판도 있어 도래기재에서 구룡산까지는 심심치 않게 다닐 수 있다.
벤취 두 개가 있는 1256m 고지, 목을 축이고 다시 오르는 능선엔 겨우내 내 키보다 높게 단층을 이루며 쌓였던 눈이
따뜻한 햇살에 고드름을 만들며 녹아내리고 있다.
12:00. 구룡산 (1345.7m) 도착. 정상 주위로 큰 나무가 없어 태백산의 천제단과 함백산 정상까지
대간 길이 멀리까지 조망된다. 한 눈에 바라보이는 태백산에게 유혹을 당했는지 먼저 지나간 선두에선
오늘 구간을 화방재까지 가면 어떻겠느냐고 물어 오지만... 후미에선 Oh, No~.
도래기재에서 5.5km를 왔고, 태백까지만 가려해도 14km를 가야하고 화방재까지 4km를 더 가야 하기 때문이다.
하산 목적지까지 가는 거리에 조금만더 보태면 갈 수 있다는 계산이지만... 무박 산행이면 몰라도, 예고없는 무리는 금물!!
구룡산을 내려딛던 중 진흙에 일행 한 분이 엉덩방아를 찧는다. 눈에 미끄러지던, 진흙에 미끄러지던
감수해야 할 계절이니 다치지만 않기를 바랄 뿐이다. 구룡산 하산 길의 눈은 아직 녹을 생각이 없다기에
앞 사람 발자국만 짚으며 내려 딛는다. 급경사 내리막에 휘청거리다 엉덩방아를 간신히 모면한다.
12:55. 곰넘이 재(1110m). 우측으로 하산지점의 목적지인 애당리(이정표에 참새골로 표시)로 가는 탈출로가 있어
몇 분은 이곳에서 하산한다. 곰넘이재에서 다시 오르는 길은 눈 녹은 물이 얼음 위로 흘러내려 빙판을 이룬다.
13:15. 입이 즐겁기 위해 다리가 쉴 수 있는 20분간은 달콤하고 행복하다. 배식 받은 도시락은 꺼내지도 않고
옆에서 건네주는 도너츠 한 개와 커피로 배고픔을 달랜다.
눈길을 내려서서 묘지 1기를 지나 다시 신성봉을 향한 오르막은 산죽 군락지. 급경사 오르막에 출입금지용 밧줄을 잡고 오른다.
14:00. 신성봉(1215m). 이 높은 지점에 경주 손씨 처사의 묘지 1기, 조상을 잘 모시려는 후손들의 정성으로 보아야 하는 걸까?
오늘 구간 중 마지막 높은 봉우리라 생각하니 맘이 편하다. 묘지 앞에서 직각도 안 되는 우측으로
두어 발자국의 예각으로 하산 하는 진로 방향에 각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할 곳이다.
가파른 내리막은 달리다 시피 내려서도록 속도를 멈추지 못하게 한다. 이곳에도 여전히 산죽 길이다.
뾰족하게 생긴 신성봉 하나가 완전히 산죽의 세상이다. 고도의 차이가 심하지 않은 산죽 사이의 얼음 길을 따라 오르내리니
큰 나무가지 사이로 좌측엔 태백산, 우측엔 걸어온 산줄기들이 보인다.
15:00. 차돌배기 도착. 예전엔 차돌이라 하여 하얗고 단단하여 차지게 생긴돌이 많았었는데 여기도 그런 돌이 많았을까?
이정표를 보니 태백산 10km. 석문동 6km인데, 하산 종점 애당리까지는 얼마일까?
대간 길은 여기서 작별하고 얼마가 걸릴지 모르는 오지 마을을 향해 하산을 서두른다.
차가 닿을 수 있는 애당리까지의 거리가 멀어 화방재까지 가자커니 말자커니 옥신각신 했던 것이다.
대간 길에서 우측의 남쪽을 향해 내려서니 눈은 볼 수 없고 발아래 낙엽만 바스락 댄다.
신갈나무의 고목들이 많은 사이로 주황색 날개에 검은 점을 가진 나비 한 마리와 인사 나눈다. 이 봄에 맞는 첫 손님이다.
저 위에선 눈 만 밟고 다녔는데...
바닥에 박힌 돌이 볕에 달구어져 따뜻한지 굳이 돌에 앉겠다는 나비와 한동안 씨름을 하다 내려서니
이번엔 아름다운 아름드리 금강송이 계속 떼거지로 눈싸움을 하자며 발길을 잡는다.
예전에는 봉화, 울진, 삼척등지에서 생산되어 춘양역에서 반출된다하여 춘양목이라 불리던 적송이 언제부턴가
금강송으로 불리고 있다. 옹이가 없이 곧게 자라고 단단하여 궁궐이나 사찰, 문화재 보수등 건축 목재로 쓰이는 나무다.
내 어릴 적엔 금강송 소리를 못들어 봤는데 금강산 갔을 때 처음 들은 후, 그 뒤로 많이 듣게 된다.
16:00. 시원한 물소리가 들리며 계곡이 나타난다. 성급한 후미대장은 먼저 내려가 얼음 밑으로 흐르는 차디찬 물에 발을 담근다.
컵으로 계곡물을 떠서 마시니 뱃속까지 시원하다. 지도에 그려진 등산로와 다른, 계곡 길로 내려온 것 같다.
물소리를 행진곡 삼아 계곡을 수 없이 이리 건너고 저리 건너며 지루한 줄 모르고 내려서니
새로 지어진 집 몇 채(석문동, 애당 2리)가 보이기 시작한다.
17:15. 차가 기다리는 마을에 도착하니 송아지티를 막 벗어난 소 한 마리가 커다란 눈망울을 굴리며 반긴다.
일찍 내려온 일행들은 옆에서 장작을 패 본다고 도끼자루를 서로 교대 한다.
다 내려와 보니 하산 길에 미끄러져 옷에 흙을 묻힌 사람이 여러 명, 미끄러지며 손을 다친 분도 있어 걱정된다.
오늘의 산행 소요시간 7시간.
2006. 3.21.(火). 백두대간 30-1구간을 종주하다.
(도래기재~구룡산~고직령~곰넘이재~신성봉~차돌배기-애당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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