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30. 콧노래가 절로 흥얼거려지는 새벽길을 걸어 차에 오른다. 08:00. 단양휴게소에 도착하여 된장국으로 아침식사.
09:40. 지난 구간 하산 때 본 꽁꽁 얼었던 오전저수지의 얼음은 가장자리만 살얼음으로 남아있는 채 파도가 일렁인다.
위로 보이는 산 능선엔 상고대가 만발하여 빨리 올라오라며 손짓한다. 오후가 되어야 저 구간을 지나게 될 텐데...
녹지 말고 기다려 줄 수는 없을까?
09:55. 차는 주실령(780m)을 넘어 낮은 곳으로 다시 내려간다. 지도를 보니 옥돌봉에서 내려서는 곳이다.
지난번 하산지점인 늦은목이까지 오르려면 시간이 많이 걸리므로 차가 닿는 도래기재에서 역으로 산행하기로 한다.
10:45. 다섯 시간이나 걸려 도래기재 도착. 산 짐승들을 위한 육교 일까? 육교 옆 나무로 만든 계단을 올라 산으로 오른다.
함께 온 용감한 젊은이는 산악자전거를 들고 계단을 오르나 계속되는 눈과 얼음길 오르막에 타질 못하고 끌고만 간다.
다리가 아파 쉬던 동료가 4개월 만에 참석하니 반가워 함께 걷는다.
지난주엔 광주 무등산도, 창원 웅산도 올랐건만 도움이 안 되었나? 급경사 오르막 눈길에 종아리가 당겨 내 페이스대로 오른다.
나무에 달린 이름표를 보고 몇 개 외며 공부 해 보지만 며칠이나 갈까? 물박달이나 물푸레나무의 樹皮는 이제 확실히 알겠다.
11:10. 철쭉 군락지. 500년생 철쭉나무를 구경하고 가라는 안내판이 있는데 거리가 멀어 그냥 지나치려니 아쉽다.
따뜻한 햇살로 가지에 달렸던 상고대의 긴 얼음들이 바닥의 흰 눈 위에 떨어져 보석처럼 빛난다.
11:30. 옥돌봉(1242m) 도착. 전망 안내판은 있지만 잡목 숲으로 되어 볼 수가 없다. 옥석산과 예천방향으로
갈 수 있는 갈림길이 있어 조심해야 할 곳이다. 이정표 지나 우측으로 가파른 내리막을 출입 통제용 밧줄을 잡고
조심스럽게 내려딛는다. 오랜만에 나온 동료가 걱정스럽다.
12:10. 해발 958m지점, 예전에는 춘양목이 많았으나 솔잎혹파리의 피해로 지금은 신갈나무 숲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안내판이 있고 긴 나무의자가 있어 잠깐 앉아 쉬어 본다. 군데군데 있는 굵은 금강송이 멋지다.
12:25. 박달령 도착. 선달산과 옥돌봉 중간에 위치하고, 예전엔 보부상들이 드나들던 길목이며,
城隍神位를 모시는 山靈閣이 있어 매년 사월 초파일에 제사를 지낸다고 한다. 임도가 있고 간이 화장실과 헬기장도 있다.
높은 능선에 바람이 부니 상고대로 매달렸던 얼음이 우박처럼 떨어진다. 박달령을 지나 계속되는 오르막은
걸을 수 없도록 눈이 쌓인 능선이 있는가 하면 산비탈의 오르막엔 발을 한번 잘못딛으면 무릎까지도 빠진다.
떡과 물로 초벌요기를 하고 다시 오르막. 올랐다 내려서고 올랐다 내려서며 봉우리 하나를 안간힘을 쓰며 오른다.
산 중턱에서 점심을 먹고 13:25. 출발. 여전히 산비탈의 눈을 헤집으며 오르고 또 오른다.
윈드자켓을 입고 힘겹게 오르니 티셔츠가 땀에 젖어 꾹 짜면 뚝뚝 떨어질 정도로 젖어있다. 바람은 부나
땀이 많이 나니 훈풍으로 느껴진다. 내려서서 뒤 돌아보면 걸어온 산이 뾰족하게 높아 보기에도 가파르게 보인다.
양지에선 낙엽 길을 걷고 음지에선 눈길을 걸으며 하얀 눈 위에 하트를 그려본다. 이렇게 힘든 순간에
안전산행을 위해 격려해주는 여러분들 생각이 난다.
14:10. 바위 틈 사이를 힘겹게 비집고 오르니 잡목 숲 나뭇가지 끝 위 멀리 흰 눈이 잔뜩 쌓인 높은 봉우리들이
엎어진 3字로 갈매기를 그리며 나타난다.
흰 눈 위로 떨어져 반짝대는 상고대는 여전한데 양지쪽에선 노란 꽃의 양지 풀이 파란 잎을 내밀며 올라오고 있다.
질퍽대는 진흙 길과 발목까지 빠지는 눈길을 번갈아 가며 오르내린다.
14:45. 선달산 보다 더 높은 1246m의 무명봉을 지나 선달산(1236m) 도착. 하얀 눈밭에 하얗고 가느다란
표지기둥 하나만 덩그러니 서있는데 살짝 들기만 해도 뽑힌다. 기념촬영을 하고 후미 팀 함께 내려딛는다.
눈이 녹아 졸졸 흐르는 급경사의 내리막은 쉴 수 없게 만든다. 지난번 반대쪽에서 하산하며 어떻게 오르나 걱정했던 곳이다.
오전부터 함께 걷던 동료가 내리막길에 걱정이 된다. 다음에도 같이 걸어야 할 텐데.
15:20. 늦은목이 도착. 그러고 보니 반대방향에서 산행하던 지난번 구간 때와 똑같은 시간에 도착을 했다. 오늘의 산행은 이곳에서 갈곶산까지 다시 올라 봉황산을 거쳐 부석사로 내려설 예정이었으나 후미 팀 몇 명이 모두 그대로 하산 한다기에 함께 내려선다.
오래 전에 와 감상했던 부석사의 모습을 떠올리며 오늘로써 소백산 국립공원 구간을 끝맺으니 마음이 뿌듯하다.
16:25. 지난번 하산 때처럼 오전리 저수지 도착. 아직 하산할 사람이 있다기에 기다리니 아침에 자전거를 들고 올라섰던
젊은 친구가 신나게 폐달을 밟으며 콘크리트길을 뒤따라 내려오고 있다. 중간에 포기하고 돌아선 줄 알았었는데...
박수로 맞이하며 함께 기다렸다 차로 부석사 앞으로 와 봉황산을 거쳐 온 일행들을 만난다.
오늘의 산행 소요시간. 6시간.
2006. 3 7.(火). 백두대간 29-2구간을 종주하다.
(도래기재~옥돌봉~박달령~1246봉~선달산~늦은목이-오전 저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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