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00. 출발. 다른 날 보다 30분 늦은 출발이라 길에 차가 많다.
08:20. 옥천 휴게소. 차에서 내리니 날씨가 꽤 좋다. 부지런히 아침식사를 마치고 다시 차에 오른다.
11:00. 다섯 시간 후, 시원스럽게 뻗은 직선 도로 양쪽으로 쭉쭉 뻗은 메타쉐콰이아 가로수를 가르며 동악산(動樂山) 매표소 도착.
장거리를 달려와 하차하여 차례를 기다려 마지막으로 화장실 들려 나오니 일행이 한 사람도 안 보인다.
매표소 옆, 암반위로 흐르는 계류와 五曲 樂樂臺(5곡 요요대)라 쓰인 바위가 쾌청한 날씨에 시선을 끈다.
원효대사가 창건하고 도선국사가 중창 했다는 천 년 고찰 도림사의 문 옆을 지나려니 처음 보는 보라색의 현호색과
흰 제비꽃들이 무리지어 연두색과 어우러져 유혹 한다. 그러지 않아도 일행이 안보여 마음은 바쁜데...
道林寺를 소개하는 안내판을 보니 도림사 계곡은 평평한 반석 위로 맑은 물줄기가 비단을 펼쳐 놓은 듯 흐르고 있어
‘水石의 景이 三南에서 으뜸’으로 '전라남도 기념물 101호'로 지정되어 있다.
도림사 바로 옆에 있는 커다란 바위는 이끼로 덮혀 있어 曲 字만 보인다.
11:15. 계곡을 따라 오르니 빨간 다리 옆으로 커다란 바위에 八曲 海東武夷(해동무이)라 쓰여 있다.
중국의 주자는 무이구곡에서 후학을 가르쳤다 해서 그런지 아래의 넓은 암반엔 朱子의 詩가 새겨져 있고,
조선말 학자 매천야록의 저자인 황매천의 글자도 보인다. 선현들의 시인 묵객이 많이 다녀간 계곡이라더니 여러 이름들이 많다.
좌측으로는 형제봉, 우측으로 동악산으로 가는 이정표를 보고 우측으로 오르니 오늘 처음 나온 듯 한 일행 두 명이
힘들다며 산행을 포기하고 내려오고 있다.
탄피를 벗어난 총알인가, 아님 활시위를 떠난 화살인가 얼마나 빠른지 먼저 달아난 일행을 한 사람도 만날 수가 없다.
여기저기 보느라 늦어져 쫓아가기 힘드니 일행 만나기를 포기하고 돌과 나무와 벗하며 돌길을 홀로 오른다.
암반과 계류를 보아 심상치 않으니 오늘 하루는 마음의 여유를 갖고 느긋하게 감상해 보리라.
지난주엔 대간 길을 두 번 걷느라 힘들었으니 오늘은 욕심을 버리고 綠樹와 綠水, 여러 가지 꽃들과 어울려 이 봄을 만끽하리라.
매표소에서 얻은 지도 한 장은 방위 표시가 제대로 나타나지 않아 헷갈리지만
손에 쥐어 있으니 혼자서 하루를 자연에 묻혀 지내는 것도 즐거우리라.
새로 나오는 연두색과 묵은 잎의 진초록색이 조화를 이루는 숲 그늘 이지만 땀이 줄줄 흐른다.
미세한 바람에도 파르르 떨리는 새순과 키 작은 꽃들을 담으며 혼자 즐기니 홀가분하다.
가파른 오르막엔 오를수록 많이 흐르는 땀의 양에 비례하며 대신 바람이 도와준다.
12:00. 전망을 잠시 보여주는 바위에서 건너편의 형제봉을 감상하고 진달래와 제비꽃과 애기 나누며 오른다.
신선바위 위에서 얘기 나누는 소리가 들려 우리 팀인가 하고 올라보니 다른 팀이다.
낯선 남자 서너 명이 곡성읍의 조망을 내려다보기에 사진 한 장 부탁하고 다시 내려서서 능선 따라 오른다.
소나무 사이로 피어 있는 진달래가 가는 길을 막으며 자꾸 손짓을 한다.
12:50. 동악산(735m)정상. '원효대사가 도림사와 길상암을 세울 때 하늘의 풍악에 산이 춤췄다' 하여
동악산(動樂山)이란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정상에는 돌로 둥근 탑을 만들어 세워놓고 그 위에 심청이가 탄 배를 만들어 놓았는데
무슨 사연으로 그 배가 왜 그 탑 꼭대기에 있는지 잘 모르겠다.
정상에 서서 바라보니 남쪽의 형제봉은 잘 보이나 일행들은 어디쯤 걷고 있는지 전혀 알 수가 없다.
등산객도 별로 없어 반대쪽인 서쪽능선에서 오고 있는 사람이 보이기에 한 동안 기다렸다 기념 한 장 찍힌다.
형제봉까지 가기에는 시간이 너무 늦고, 되돌아 내려설까 하다 가파른 철 계단을 내려서서 배넘이재로 향한다.
벌판을 휘감고 흐르는 섬진강을 바라보는 조망도 좋거니와 암릉이 아기자기하여 산행하는 맛이 꽤 좋다.
탈출로 없이 한 길로 가게 되어있는 능선 따라 바위 길을 오르내리며 혼자 걸어도 즐겁기만 하다.
바위가 많은 곳에서 철 계단을 다시 한 번 내려딛고 동악산 정상이 바라다 보이는 곳에서 기념 한 장 남길까 하며
두리번거리지만 아무도 없어 휴대폰으로 찍듯 self로 찍어 보니 그 맛도 그런대로 괜찮다.
13:50. 배넘이재. 형제봉으로 가면 시간이 얼마나 더 걸릴지를 몰라 이곳에서 내려서기로 마음을 굳히고
계곡 따라 내려서니 물가에 사람들이 제법 많은데 우리 일행은 전혀 안 보인다. 모두들 다시 형제봉으로 올라갔나 보다.
지인이 찾아와 기다리고 있다는 연락에 부지런히 내려오다 道林寺에 들려 보니 보광전 앞엔 포크레인이 공사를 하고 있고,
마당에 서있는 당간지주만이 오래된 사찰임을 나타내고 悟道門으로 나오며 자세히 보니
남종화의 대가인 毅齊(許百鍊)의 이름이 쓰여 있다.
주차장까지 내려오는 길옆의 계곡물 아래에 깔려있는 암반이 장관을 이루는 걸 보면 선현들이
풍류를 즐기고도 남았으리라 짐작된다. 이 계곡에 있는 磐石은 길이가 1km나 되며
제 1반석 쇄연문(鎖烟門)부터 제 9반석 별유비인간(別有非人間)까지 문구가 새겨져 있다고 한다.
15:00. 주차장 도착. 오늘의 산행시간 4시간 소요.
2006. 4. 25.(火). 전남 곡성의 動樂山을 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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