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종주기

백두대간 36회(4구간. 노치마을~수정봉~입망봉~여원재~고남산~매요리)

opal* 2006. 4. 18. 01:30

 

 05:30. 출발. 08:00. 인삼랜드 휴게소, 남쪽으로 이동하는 날의 아침식사와 휴식 장소가 된다. 

원래는 32구간의 함백산 구간을 종주해야 하는데 산불조심 기간으로 입산이 금지되어 남쪽으로 향한다.

지리산 성삼재에서 고리봉을 거쳐 주촌리(3구간)로 하산했던 다음 구간 이다.


10:15. 농로같은 지방도로를 구불대며 노치부락 입구에 도착. 콘크리트 포장도로를 따라 마을 안으로 들어서니 

해발 550m, 정령치 6km, 여원재 6.7km라고 표시된 이정표가 노치샘 앞에 서있다. 마을 뒷산으로 오르니

두 사람이 안아도 모자를 정도로 굵고 싱싱한, 앞으로도 천 년 이상 더 살 수 있을 것 같은 멋진 노송 몇 그루가 서있다.

20분을 가파르게 치고 올라 능선을 오르내리니 만개한 진달래가 소나무 사이에서 손짓한다.


11:10. 운봉 308 삼각점이 있는 봉우리를 오른 후 좌측으로 내려딛는다. 수종이라곤 소나무와 진달래뿐인

내리막 지표면에 노루발풀이 제법 보인다. 발에 밟히는 솔가래의 촉감이 부드러워 걷기에 훨씬 편하다.


11:30. 방향이 우측으로 돌려지며 앞에 커다란 봉우리가 보인다. 가파른 오르막에 숨은 헉헉대지만 오감이 즐겁다.

시원한 바람이 피부를 간질어주고 진분홍 두견화가 시선을 빼앗는다. 아름다운 새 소리가 귓전에 울리고

소나무의 짙은 향이 코끝을 스친다.  마음이 즐거우니 찝찔한 땀 맛도 싫지가 않다.


11:50. 수정봉(804.7m). 커다란 바위와 진달래가 어울려 노닐고 있는 뒤로 지나온 산자락이 내려다 보인다.

묘지 1기를 지나 능선을 따라 내려서서 넓은 임도를 만났다 다시 산으로 들어서니 우측으로 마을과 논, 포장도로가 멀리 보인다.


12:20. 여원재(480m). 삼한 시대의 진한으로부터 지금의 운봉읍이 되기까지 연혁이 새겨진 석 장승이 길옆으로 서있다.

길을 건너 이정표를 확인하고 숲으로 들어서니 키가 훤칠한 노송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밀식되지 않은 노송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이 시원하니 소풍 나온 기분으로 잠시 놀다 가고 싶다.


한적한 시골 동네 어귀. 예전의 집터 자리인지 개나리 진달래 목련 등 여러 가지 봄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밭둑을 지난다.

여러 채의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마을 뒤로 멀리 고남산이 높다랗게 보인다.


12:50. 다시 솔밭. 크게 힘들지 않은 구간이라 그런지 오랜만에 중간팀과 후미팀이 성찬을 함께 나누니 얻어먹는 양이 더 많다.

줄지 않은 가방 무게에 배를 채운 무게를 합쳐 힘들게 올라서니 능선 길에서 갑자기 우측의 내리막으로 이어진다.

산 속 오솔길에 마을 분이 묘 뒤로 다닌다고 나무를 베어 길을 막고 있다. 앞으로도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이 길을 지나다닐텐데...


13:30. 철탑 근처의 나무들이 불에 그슬려지고, 묘지 옆의 많은 나무가 베어져 주변이 훤하다. 일부러 불을 놓고 베어낸 듯하다.


고남산을 오르는 능선엔 젊지도 늙지도 않은 소나무들이 즐비하다. 숲이 우거지니 새들의 노래가 있고 진달래가

한참 만개해 뽐내고 있다. 오전부터 계속 소나무 숲으로만 걸으니 피톤치드(phytocide) 삼림욕 한번 제대로 한다. 


14:10. 가파른 오르막에 힘이 들어 오르다 말고 뒤돌아본다. 길지 않은 시간에 굽이굽이 많이도 걸어온 우리네 인생길 같은 산길을.

대간 길 가운데 쉬기좋게 바위가 있는 묘지가 있다. 아직 포만감으로 가득해도 물은 '건 갈이 논에 물 들어가듯' 잘도 들어간다.


14:30. 이틀 전 홍도에서 불던 바람은 배를 출항시키지 않아 얄밉더니 오늘 산에서 부는 바람은 이토록 고마울 수가 없으니,

사람의 마음이란 참~ 


14:40. 오르막에 만난 커다란 바위 능선. 우회로를 마다하고 바위에 올라 한 컷 찍고, 앞 바위로 뛰어 건너며 밧줄 매듭을

잡으려다 놓치는 바람에 바위 아래로 떨어진다. 추락하며 순간적으로 떠오르는 생각 '아무도 모르게 가는가 보다.'

대장이 같이 걷다 바로 앞에서 뛰어 건너 올라간 상태다. 사진 한 컷 찍고 뒤따르다... 아무도 못 보았다.

가느다란 진달래나무가 잡아줘 수 십 미터 절벽 낭떠러지로 추락할 것을 모면한다.

아프단 말도 못하고 다시 올라 앞에 가는 중간대장에게 도움을 청한다.


14:50. 고남산(846.4m). 철망으로 둘러쳐진 radar 시설과 국방부에서 설치한 아주 커다란 대 삼각점이 있다.  

시원스레 펼쳐진 벌판과 마을들, 몇 겹을 이루며 보이는 산줄기들을 산불 감시원께 부탁하니 친절하게 설명해 주신다.

좌측 바래봉 뒤로 높게 보이는 천왕봉, 낮은 산줄기 뒤로 중간에 우뚝 솟은 반야봉, 오른쪽으로 높은 곳이 만복대. 기타 등 등.

멀리 떨어진 곳이건만 능선 길이가 길어 한 컷에 다 담기질 않는다.


우리가 걸어온 길을 바라 본 후 종착지인 매요리 마을을 확인하고 발길을 옮긴다.

정상아래 대간 길, 통신회사의 커다란 시설물이 자리 잡고 있어 건물 울타리 밖 좌측으로 내려딛는다.

차가 다니는 콘크리트길을 피해 산으로 들어서니 묘지 위의 할미꽃이 발목을 잡는다.


능선 길을 올라 묘지 1기가 있는 앞에서 우측으로 내려딛는다. 다시 오르는 오르막에 진달래가 많아

몇 송이 따서 씹어보니 쌉쌀하면서도 달착지근하며 갈증 해소에 도움이 된다. 예전엔 많이도 따먹었는데...


15:30. 유치재. M대학의 P씨가 노란 종이를 코팅하여 꽂아 위치를 알려준다. 매요리까지 40분 걸린단다.

다시 오르는 오르막에 잠시 쉬며 물을 찾으니 물통이 없다.

바위에서 떨어질 때 빠진 모양이다. 과일과 뜨거운 물로 갈증을 해소시킨다.

백두대간을 걷는 날들이 춥지도 덥지도 않고 ,시원한 바람이 종일 불어주는 오늘만 같으면 좋겠다.

앉은 김에 한 숨 자고 싶다. 떨어질 때 부딪친 왼쪽 팔 다리가 점점 더 아파온다.


시작부터 종일 계속되는 소나무 숲 길. 가까운 건설현장에서 탕탕거리며 들리는 소리가 정적을 깬다.

정상에서 내려다 볼 땐 금방 도착 할 것 같던 능선길이 지루하게 느껴진다.


16:00. 운봉 403 삼각점. 양쪽으로 늘어선 진달래의 사열을 받으며 오솔길과 밭길을 지나

마을길을 걸으니 불어오는 바람에 먼지가 실려 눈으로 들어간다.


16:25. 매요리 마을 회관 앞 도착. 오늘의 산행 소요시간 6시간 10분.


2006. 4. 18.(火). 백두대간 4구간을 종주하다.

(노치마을~수정봉~입망치~입망봉~여원재~고남산~매요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