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30. 출발. 08:10. 인제 근처 만남의 광장 휴게소에서 아침식사를 하고 다시 출발하니 한계령으로 가는 44번 도로가
임시로 개통되어 통행되고 있다. 지난 여름 수마에 휩쓸린, 아직도 아물지 못한 흔적을 직접 보니 마음이 더 아프다.
09:20. 한계령(옛 오색령). 설악의 단풍철이라 그런지 고개 아래까지 관광버스가 주차되어 있다. 역광에 비치는 울긋불긋한
여러가지 단풍색에 금방 매료된다. 한계령을 지나 오색 방향으로 내려가다 보니 집채 만한 바위가 길옆에 뒹굴어 있다.
09:50. 많이 돌긴했지만 한계령 드라이브 한 번 잘하고 56번도로 진입하여 구불구불 산 중턱을 돌며 800, 900, 1000고지를 오른다.
10:25. 구룡령(1013m)도착. 다섯 시간을 넘게 오니 지루하다. 구룡령 표지 석 사진을 찍고 북쪽을 향해 바로 치고 오르니
발목과 종아리가 당긴다. 능선에 오르니 나무들은 모두 단풍으로 갈아 입고 더러는 벌거벗은 나목도 있다.
10:50. 1121m 봉, 생태 복원을 위하여 조림한다는 간판과 함께 넓은 공터에 ‘구룡령 옛길’이란 초라한 나무판이 서있다.
구룡령 옛길은 양양과 홍천 내면을 오가던 길이다, 예전엔 이 높을 곳을 걸어서 넘어 다니려면 얼마나 힘들었을까?
돌계단을 오르니 갈잎 냄새가 구수하다.
1100m급의 작은 봉우리들을 힘들게 오르내리니 여름 날씨만큼이나 덥다. 돌계단을 만들기 위해 공사 중인 곳도 있다.
11:40. 목을 축이고 다시 오르막. 햇빛을 향한 빨간 단풍이 유혹을 하고, 도토리가 낙엽 위로 떨어지느라 여기저기서 후두둑 거린다.
능선 방향이 우측으로 계속 이어지니 구룡령을 오르던 도로가 ㄷ字 모양으로 발 아래 보인다.
12:00. 치밭골령 팻말을 지나 갈전곡봉((1204m)도착. 오늘구간 중 제일 높은 봉우리지만 잡목이 우거져 조망이 없다.
좌측으로 가면 가칠봉과 삼봉약수로 가는 길이라 조심해야 한다. 한 번만 엎드리면 한 주먹씩 잡힐 정도로
도토리가 많이 떨어져 있다. 가파른 내리막은 돌 위로 낙엽이 쌓여 있어 위험하다.
무명봉 하나를 치고 올랐다 내려서고 다른 봉우리를 향해 다시 오르막. 잡목 속에 간간히 섞인 빨간 단풍과 빨간 열매들이 아름답다.
12:35. 무명봉을 오르고 내리는 중 도토리를 밟아 미끄러지며 엉덩방아 찧는 일행도 있고 도토리를 줍느라 바쁜 여인도 있다.
12:50. 삼각점(현리 426)이 있는 봉우리. 삼각점만 있을 뿐 봉우리 이름은 없다. 능선엔 진달래가 많다.
멀리 있는 시퍼런 산 중턱에 풍력 발전기 두 대가 보인다. 고도표를 보며 급경사와 완만한 들쭉날쭉한 봉우리들을
5분 정도의 간격으로 올랐다 내려서기를 예닐곱 번 반복한다. 도토리까지 조심해야 하는 산행은 처음이다.
13:25. 왕승골 삼거리. 다른 팀 몇 명이 식사를 하는데 반대 방향에서 왔단다.
산죽 사이 길을 지나 걷는 오르막에도 여전히 도토리가 많다. 다람쥐들은 뭐 하고 있을까? 빨리 저축 해 두지 않고.
13:40. 대간 길에 평해 손씨 묘지 1기가 있어 앞에 나무가 없으니 갈전곡봉을 지나 하나씩 세며 넘던 봉우리들이 한 눈에 보인다.
14:00. 높고 바람 시원한 봉우리에 오르니 일행이 식사 중. 함께 앉아 먹고나니 후미 팀이 도착하여 자리를 내주고 다시 행진한다.
가파른 능선 내리막 우측으로 오전에 구룡령을 향해 올라오던 도로가 보이는데 골이 깊으니 무척 험준해 뵌다.
14:35. 삼각점 있는 968m봉. 정상의 나무를 베어내 조망이 좋다. 지나온 갈전곡봉 너머 남쪽의 약수산(1306m)과 북쪽 산줄기도 잘 보인다. 금방금방 오르내리던 봉우리와는 다르게 잡목 사이로 잠깐 내려섰다 완만한 능선을 한 동안 오르니 지루하고 버겁다.
15:10. 1020m봉의 구 헬기장. 잡풀이 무성하고 기우는 햇살이 따갑다. 그림자를 밟으며 내려서는 능선에 바람이 시원하다.
돌길 내리막엔 낙엽이 제법 많아 조심해야 한다.
15:30. 연가리골 갈림길. 150m 아래에 샘이 있다고 하는데 요즘 날씨가 가물어 물이 있을지 모르겠다.
갈 길이 멀어 따뜻한 coffee로 목을 축이고 물을 아낀다.
15:50. 삼각점이 있는 956봉. 무슨 소망이라도 있는 걸까? 삼각점 위에 누군가가 십 원짜리 동전을 올려놓았다.
앞의 높은 봉우리를 바라보며, 내리꽂듯 급경사의 지그재그 내리막은 낙엽과 도토리가 복병이다.
오르내리기를 반복하며 우측을 보니 맞은편 산 중턱에 걸친 구룡령으로 오르는 도로가 여전히 보이며 계곡이 깊다.
앞에 보이는 봉우리(1059m)는 제발 한 번에 치고 오르는 길이 아니기를 빌어본다.
16:10. "처음부터 도토리를 줍는 게 아닌데...’" 힘들게 오르려니 후회스러운가 보다. 종일 걷도록 이렇게 많을 줄은 몰랐단다.
산행시작부터 도토리를 줍던 자매가 이젠 무겁고 지쳐서 줍기를 포기한다.
산이 깊어 그럴까? 많은 가지가 얽히고 설킨 나무 모습이 공포영화를 연상시킨다. 굵은 막대를 걸쳐놓은 멧돼지 잡이
구덩이도 보인다. 종아리가 당기는 오르막을 힘들게 올라 정상인가 했더니 뒤에 봉우리가 또 보인다.
16:30. 1061m봉. 타 산악회에서 코팅지에 높이를 적어 걸어 놓았다. 동쪽 방향으로 돌며 내리막. 산죽 길을 지나 다시 955봉 오르막. 갈참나무 사이로 단풍나무가 제법 많아 울긋불긋 색의 조화가 잘 이루어진다. 나무사이로 긴 그림자가 밟힌다.
16:55. 955봉에 올라 우측 남쪽방향으로 휘어져 내려걷는다. 봉우리가 높아도 표시가 없어 헷갈린다. 百聞不如一見이라 했던가.
고도표를 쥐고도 속고 또 속는다. 급경사 내리막이라 속도를 늦춘다. 뒤에 오시던 분의 엉덩방아에 놀라 더 조심하게 된다.
17:15. 높은 산에 해가 가려 숲이 어둡다. 이젠 하산 할 일만 남았으려니 하며 그동안 아껴두었던 물 한 모금을 마신다.
부족한 듯 싶으면 갈증은 왜 더 나는지 사람 심리가 참 묘하다. 다 드러난 나무뿌리를 밟고 내려서는 급경사에 ‘대간 길은 참 오묘하기도 하다’ 하는 생각이 채 끝 나기도 전에 미끄러지며 엉덩방아를 찧으니 시선은 물론이려니와 생각조차 맘대로 못한단 말인가.
넓은 쉼터를 지나 다시 오르막에 진이 빠진다. 내려서면 오르고 또 내려딛으면 오르고, 몸에선 땀이 흐르며 열기가 솟으나
저녁이 되니 기온이 서늘하다. 산죽과 갈참나무 뿐인 숲에 아무 생각 없이 오르니 방향은 좌측으로 휘어지며
철쭉 등 작은 나무들이 얽히고 설켜 있다. 좌측으로 높은 산이 넘어가는 햇살에 어느새 실루엣으로 나타난다.
17:45. 봉우리에 올라보면 봉우리가 또 보이니 이 길이 언제 끝나려나? 잡목 우거진 오르막이 무척 힘들게 한다.
날은 저물어 어두운데 가도 가도 첩첩산중이라 끝이 안 보인다.
18:05. 오랜만에 보는 큼지막한 이정표 기둥. 양 방향의 조침령과 구룡령이란 단어 외에는 다른 표시가 없어 도움이 안 된다.
갈림길 없이 오로지 한 길뿐이며 이미 떠나온 곳과 갈 곳이기 때문이다. 능선은 직진인데 좌측 아래로 길이 보인다.
하루 종일 숲 속만 걷다 길이 보이니 반갑다. 수풀 우거진 곳은 이미 어둡고 돌아보니 실루엣으로 보이는 높은 산위로
추석을 사흘 앞 둔 달이 어느새 밝다.
18:20. 굵은 나무 기둥에 안내문 표시가 있어 조침령인가 하고 카메라 불빛으로 보니 아랫동네 쇠나드리 민박집에서
붙여놓은 안내문이다. 이젠 해의 길이가 짧아져 랜턴을 챙겨야 한다. 길은 어두워 더 이상 진행 할 수가 없고
나무에서 나무로 매어놓은 포장용 비닐 끈을 따라 좌측으로 하산 한다. 차가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민박집에서 매어 놓은 끈으로, 많이 다니는 길이 아니라 가파르고 수풀이 우거져 험하다.
18:30. 옛 조침령 쇠나드리 민박집 앞 도착하니 일행들 얼굴이 안 보일정도로 깜깜하여 차 전조등 도움을 받는다.
오늘의 산행거리 약 18km, 산행 소요시간 8시간.
2006. 10. 3.(火) 백두대간 제 40구간을 종주하다.
(구룡령~갈전곡봉~왕승골 삼거리~연가리골 갈림길~옛 조침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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