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백두대간 19구간(속리산 피앗재~늘재) 산행 중 시간이 많이 걸려(8시간 20분) 힘도 들었지만,
날이 어두워지는 바람에 밤티재에서 도중하차하고, 밤티재에서 늘재까지 남겨놓았던 구간을 마무리 하고자
속리산 산행하는 '일요산행' 팀에 참석하여 개인적으로 나섰다.
06:00. 백두대간 종주 때 보다 늦은 출발. 08:20. 옥산 휴게소 도착하여 아침식사. 고속도로를 빠져나와
가을의 정취를 느끼며 25번 국도를 시원스레 달린다. 누렇게 변해가는 황금들판이 아침햇살에 역광으로 샛노랗다.
11:35. 25번 도로에서 49번 도로로 바꿔 달리다 길을 잘 못 들어 한동안을 돌은 후 천황봉으로 가는
일요 팀 일행을 장각동에 내려주니 산행시작이 너무 늦어졌다.
작년 7월 산행 때 밤티재에서 포기했던 12명 중 4명은 다음 구간 산행 때 밤티재부터 재도전 했고 오늘은 혼자 나섰다.
긴 시간을 요구하는 산행이 아니므로 혼자 산행 할 각오로 왔는데, 일요 팀 일행 중 한 사람이 컨디션이 안 좋아
2진으로 역산행을 하고 싶다며 차에 남아 있기에 동행할 것을 권유했더니 흔쾌히 응한다.
11:50. 늘재 도착, 고개치고는 완만하게 늘어진다고하여 늘고개라고도 한다. 낙동강과 한강의 분수령이라는
안내판을 보니 눈에 익어 반갑다. 북서쪽의 물줄기는 화양천을 따라 한강으로 흘러들고, 동남쪽의 물줄기는
병천과 용암천을 따라 낙동강으로 흘러 든다고 한다. 길 건너 고목 보호수 음나무는 여전히 건재 하다.
들머리의 출입 금지구역이란 안내문에 늘재에서 밤티재까지의 거리가 2.3km라는 숫자를 보고 잡목 숲으로 들어선다.
출입 금지구역은 이곳만이 아니고 백두대간 등산로인 늘재에서 문장대까지의 6.9km 전체가 출입금지 구역이다.
잠시 올라섰다 내려서서 대간 길에 있는 묘지 1기를 지나 가파르게 올라선다. 동행인이
"어떻게 혼자 산행 할 생각을 다 하느냐?" 기에 "처음부터 한 구간도 빠짐없이 걷다보니 이렇게 되었다"고 대답해 주었다.
12:15. 전망 좋은 바위에서 20구간의 청화산을 바라보며 잠시 휴식. 둘이서 하는 산행에 시간이 넉넉하니 여유를 갖는다.
차를 타고 달려 온 벌판길이 골짜기로 보인다. 어제는 소백산 고치령부터 비로봉까지의 대간을 7시간 산행하고 왔기에
오늘은 짧은 거리만 걸을 셈으로 왔으니 시간의 여유가 많다. 다시 오르는 능선은 잡목 숲의 그늘과 바람이 있어 시원하다.
12:35. 전망 좋은 바위에서 멀리까지 보이는 조망을 즐기고 다시 오른다. 한 낮인데도 풀벌레 소리가 매미 만큼 시끄럽다.
능선에 핀 꽃은 구절초 한 종류만 보인다. 돌아보니 먼저 올랐던 봉우리가 나무사이로 높아 뵌다.
능선 오르막의 메마른 마사토 왕모래가 걸음을 더디게 한다. 어쩌다 한 사람씩 반대에서 오는 이들을 만난다.
629봉의 봉우리를 올랐다 내려딛으며 마사토 길에 동행인이 미끄러지며 엉덩방아를 찧는다.
13:00. 전망 좋은 바위에서 청화산을 바라보며 점심을 먹고 시원한 그늘에서 한 동안 휴식을 취하는 여유를 부린다.
휴식을 끝내고 십 여분을 올라 바위 사이의 밧줄을 잡고 올라선다.
13:40. 삼각점이 있는 696.2봉. 암봉으로 되어있고 천황봉에서 관음봉까지 속리산 전체를 바라볼 수 있는
전망대 역할을 하는 조망이 압권이다. 문장대에서 밤티재까지의 대간능선이 훤하게 보인다.
뒤를 제외한 세 방향을 지루한 줄 모르고 감상하다 다시 내려딛는다.
커다란 암석덩이들이 아무렇게나 쌓여있는 내리막의 난이도가 심하다. 일행과 같이 오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내려딛다 전망 좋은 곳에서 다시 한 번 속리산의 Sky Line을 감상하고 구절초를 담으며 어두운 숲 길 내리막을 내려 딛으니
대간 길에 오래된 묘지 1기가 있고, 조금 더 걸으니 밤티재 건너편으로 절개지가 가파르게 내려다보인다.
14:30. 밤티재. 전에 이 마을에 밤나무가 많고, 근처에 높은 고개가 있어 율치(栗峙)라고 하며 우리말로 밤티재라고 불린다.
짧은 거리를 여유 부리며 천천히 걸으니 시간이 많이 걸렸다. 밤티재에서 차를 기다리고 있으려니 문장대에서 내려오는
여러 팀들이 차례대로 기념 사진을 찍는다. 삼삼오오 다니는 사람도 있고 여럿이 단체로 온 이들도 있다.
밤티재를 날머리로 대간 종주를 마치며 프랭카드를 들고 찍는 팀들이 있는가 하면, 늘재를 향해 다시 오르는 팀들도 있다.
길지도 않은 거리를 마무리 못해 늘 마음에 담아두고 걱정만 하다 이번 구간을 걸음으로써
3구간(원방재~백복령, 소백산 늦은맥이~고치령, 속리산 밤티재~늘재)을 모두 채우고 나니 마음이 한결 가볍고
속이 다 후련하다. 도대체 백두대간이 무엇이기에, 이정도 까지 되었는지...
오늘 하루 곁에서 함께 해준 여인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둘이서 포도주로 건배를 나눈 후 차에 올라
화북매표소 쪽으로 하산하는 일요 산행 팀을 만나러 간다.
2006. 9. 24(日). 백두대간 종주 19구간(속리산) 중 늘재에서 밤티재까지 보충산행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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