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새
이 해인
이 땅의 어느 곳
누구에게도 마음 붙일 수 없어
바다로 온 거야
너무 많은 것 보고 싶지 않아
듣고 싶지 않아
예까지 온 거야
너무 많은 말들을
하고 싶지 않아
혼자서 온 거야
아 어떻게 설명할까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은
이 작은 가슴의 불길
물 위에 앉아
조용히 식히고 싶어
바다로 온 거야
미역처럼 싱싱한 슬픔
파도에 씻으며 살고 싶어
바다로 온 거야
고독을 위한 의자
이 해인
홀로 있는 시간은 쓸쓸하지만
아름다운 호수가 된다
바쁘다고 밀쳐 두었던 나 속의 나를
조용히 들여다 볼 수 있으므로
여럿 속에 있을 땐
미쳐 되새기지 못했던
삶의 깊이와 무게를
고독 속에 헤아려 볼 수 있으므로
내가 해야 할 일
안해야 할 일 분별하며
내밀한 양심의 소리에
더 깊이 귀 기울일 수 있으므로
그래
혼자 있는 시간이야말로
내가 나를 돌보는 시간
여럿 속의 삶을
더 잘 살아내기 위해
고독 속에
나를 길들이는 시간이다
풀꽃의 노래
이 해인
나는 늘
떠나면서 살지
굳이
이름을 불러주지 않아도 좋아
바람이 날 데려가는 곳이라면
어디서나 새롭게 태어날 수 있어
하고 싶은 모든 말들
아껴 둘 때마다
씨앗으로 영그는 소리를 듣지
너무 작게 숨어 있다고
불완전한 것은 아니야
내게도 고운 이름이 있음을
사람들은 모르지만
서운하지 않아
기다리는 법을
노래하는 법을
오래 전부터
바람에게 배웠기에
기쁘게 살 뿐이야
푸름에 물든 삶이기에
잊혀지는 것은
두렵지 않아
나는 늘
떠나면서 살지
'詩와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도 종환 -세월, 여백,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0) | 2007.09.15 |
---|---|
도 종환 - 봉숭아 , 무심천, 사랑은 어떻게 오는가, 담쟁이. (0) | 2007.09.11 |
이 효녕 - 비가 내리면 추억이 젖어도 좋다. (0) | 2007.09.06 |
유 안진 - 침묵하는 연습, 버리기 연습, 키, 들꽃 언덕에서 알았다. (0) | 2007.09.05 |
오 규원 - 살아 있는 것은 흔들리면서, 나무에게. (0) | 2007.09.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