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하는 연습
유 안진
나는 좀 어리석어 보이더라도 침묵하는 연습을 하고 싶다
그 이유는 많은 말을 하고 난 뒤 일수록
더욱 공허를 느끼기 때문이다
많은 말들이 얼마나 사람을 탈진하게 하고
얼마나 외롭게 하고 텅 비게 하는가?
나는 침묵하는 연습으로 본래의 나로 돌아가고 싶다
내 안에 설익은 생각을 담아두고
설익은 느낌도 붙잡아 두면서
때를 기다려 무르익히는 연습을 하고 싶다
다 익은 생각이나 느낌 일지라도 더욱 지긋이 채워 두면서
향기로운 포도주로 발효되기를 기다릴 수 있기를 바란다
침묵하는 연습
비록 내 안에 슬픔이건 기쁨이건...
더러는 억울하게 오해받는 때에라도
해명도 변명조차도 하지 않고
무시해버리며 묵묵하고 싶어진다.
그럴 용기도 배짱도 지니고 살고 싶다.
버리기 연습
유 안진
몸에 안 맞는
옷가지를 버리듯
분에 넘치는 꿈을 버린다
이 빠진 접시도
곁들여 버리듯
풀기 죽은 오기를 버린다
잘라 내어도 자라나는
대밭의 죽숙 같은
외통 고집을 버리고
사람 한 번 잘못 본
이 두 눈을
후비어
우물파서 버리고
키
유 안진
부끄럽게도
여태껏 나는
자신만을 위하여 울어 왔습니다
아직도
가장 아픈 속 울음은
언제나 자신을 위하여
터져 나오는
얼마나 더 나이 먹어야
마음은 자라고
마음의 키가 얼마나 자라야
님의 몫도 울게 될까요
삶이 아파 설운 날에도
나 외엔 볼 수 없는 눈
삶이 기뻐 웃는 때에도
내 웃음 소리만 들리는 귀
내 마음 난장인 줄
미쳐 몰랐습니다
부끄럽고 부끄럽습니다
들꽃 언덕에서 알았다
유 안진
값 비싼 화초는 사람이 키우고
값없는 들꽃은 하느님이 키우시는 것을
그래서 들꽃 향기는 하늘의 향기인 것을
그래서 하늘의 눈금과 땅의 눈금은
언제나 다르고 달라야 한다는 것도
들꽃 언덕에서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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