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하착 (防下着)
박 해수
이승의 바람도 멎고
달빛, 낙엽만 춥다
달빛, 낙엽만 죽어 난다
마음은 산에 던지고
나무는 낯선 길목에 서서
어둠 속에 어둠을 지키고
하늘발톱풀 하늘 죽이고
등심붓꽃 등심을 죽였다
부처꽃 부처를 죽였다
앞산 뒷산 바람 멎고
마음도 육체도 산, 강으로 흩어졌다
뚝, 뚝, 뚝 눈물 흘리며
천주경(天主經 )외는 소리
방하착(防下着) 이로다
방하착(防하着) 이로다
바다에 누워
박 해수
내 하나의 목숨으로 태어나
바다에 누워
해 저문 노을을 바라본다
설익은 햇살이 따라오고
젖빛 젖은 파도는
눈물인들 씻기워 간다
일만(一萬)의 눈초리가 가라앉고
포물(抛物)의 흘러 움직이는 속에
뭇 별도 제각기 누워 잠잔다
마음은 시퍼렇게 흘러 간다
바다에 누워
외로운 물새가 될까
물살이 퍼져감은
만상(萬象)을 안고 가듯 아물거린다.
마음도
바다에 누워
달을 보고 달을 안고
목숨의 맥(脈)이 실려간다
나는 무심(無心)한 바다에 누웠다
어쩌면 꽃처럼 흘러 가고
바람처럼 사라진다
외로이 바다에 누워
이승의 끝이랴 싶다.
구절리역에는
박 해수
구구절절이
구절초 꽃이 피었다
게으른 들판길을 걸어 오면서
돌과 잡풀 속에서
구절구절 가난이
도둑과 같이
구절구절 돌아보는
삶과 같이
구절리 역에는
섣불리 인생과 술과 시에
대하여 사랑했다고 言說하지 마라
구절리 역에는
구절초 꽃잎이 떨어진다
구절리 역에는
구절구절 많은
구절초 꽃 같은
사랑이 숨어 있다
1948년 1월 14일 대구 출생
1964년 대륜고등 재학 중 시집 '꽃의 언어'를 간행
영남대 국문과 졸업 영남대 대학원 대구가톨릭대
1996년 <유치환 시연구> 문학박사
1974년 제1회 ≪한국문학≫에 시 <바다에 누워>가 당선되어 등단
1992년 제10회 대구문학상 수상
대구가톨릭 문인회회장 역임
현, 한국문협 대구문인협회 회장 (2003년~ )
현 대중금속공업고등학교 교사
자유시(1976~ ) 동인
주요 저서 시집 목록
시집 <바다에애 누워> 심상사 1980
시집 <서 있는 바다> 심상사 1986
시집 <걸어서 하늘까지> 1989
시집 <자유꽃> 오늘 1990
시집 <스물의 화약냄새> 오늘 1990
시집 <별속에 사람이 산다> 1992
시집 <사람이 아름다워> 한국문연 2000
시집 <죽도록 그리우면 기차를 타라> 북랜드 2002
시집 <기차 푸르른 네 잎 속으로> 북랜드 2005
시집 <기차가 네 몸속으로 들어갔다> 북랜드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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