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와 글

신동엽 - 껍데기는 가라,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마려운 사람들.

opal* 2007. 11. 10. 19:38

 

 

껍데기는 가라

 

              신 동엽

 

껍데기는 가라.
四月도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

껍데기는 가라.
東學年 곰나루의, 그 아우성만 살고
껍데기는 가라.

그리하여, 다시
껍데기는 가라.
이곳에선, 두 가슴과 그곳까지 내논
아사달 아사녀가
中立의 초례청 앞에 서서
부끄럼 빛내며

맞절 할지니

껍데기는 가라.
漢拏에서 白頭까지
향그러운 흙가슴만 남고
그, 모오든 쇠붙이는 가라.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신 동엽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누가 구름 한 송이 없이 맑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네가 본 건, 먹구름
그걸 하늘로 알고
일생을 살아갔다.

네가 본 건, 지붕 덮은
쇠 항아리,
그걸 하늘로 알고
일생을 살아갔다.

닦아라, 사람들아
네 마음속 구름
찢어라, 사람들아,
네 머리 덮은 쇠 항아리.

아침 저녁
네 마음속 구름을 닦고
티없이 맑은 영원의 하늘
볼 수 있는 사람은
외경(畏敬)을
알리라.

아침 저녁
네 머리 위 쇠 항아릴 찢고
티없이 맑은 구원(久遠)의 하늘
마실 수 있는 사람은

연민(憐憫)을
알리라
차마 삼가서
발걸음도 조심
마음 조아리며.

서럽게
아, 엄숙한 세상을
서럽게
눈물 흘려

살아가리라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누가 구름 한 자락 없이 맑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마려운 사람들

 

         신 동엽

 

마려운 사람들이 살고 있기 때문에
세상은 무서워 보이는 것이리

구름도 마려워서
저기 저 고개턱에 걸려 있나
고달픈 사람들이 살고 있기 때문에
세상은 고요한 전날 밤
역사도 마려워서
내 금 그어진 가슴 위에 종종걸음 치나

구름을 쏟아라
역사의 하늘
벗겨져라

오줌을
미국땅 살 만큼의 돈만큼만
깔겨 봤으면
너도 사랑스런 얼굴이

 

 

 

 

1930년 충청남도 부여 출생
단국대학교 사학과 및 건국대학교 대학원 국문과 졸업
1959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이야기하는 쟁기꾼의 대지>가 당선되어 등단
1967년 장편 서사시 <금강> 발표
1969년 사망
1975년 『신동엽 전집』 발간
1980년 유고 시집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발간

시집: 『아사녀(阿斯女)』(1963), 『신동엽 전집』(1975),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1980),

『꽃같이 그대 쓰러진』(1989), 『금강』(1989), 『젊은 시인의 사랑』(19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