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와 글

정 호승- 이별노래, 사랑, 작은 기도

opal* 2007. 11. 2. 06:53

 

 

이별 노래

 

                  정 호승

 

떠나는 그대
조금만 더 늦게 떠나준다면
그대 떠난 뒤에도 내 그대를
사랑하기에 아직 늦지 않으리

그대 떠나는 곳
내 먼저 떠나가서
나는 그대 뒷모습에 깔리는
노을이 되리니

옷깃을 여미고 어둠 속에서
사람의 집들이 어두워지면
내 그대 위해 노래하는
별이 되리니

떠나는 그대
조금만 더 늦게 떠나준다면
그대 떠난 뒤에도 내 그대를
사랑하기에 아직 늦지 않으리

 

 

사랑

 

             정 호승

 

꽃은 물을 떠나고 싶어도
떠나지 못합니다

새는 나뭇가지를 떠나고 싶어도
떠나지 못합니다

달은 지구를 떠나고 싶어도
떠나지 못합니다

나는 너를 떠나고 싶어도
떠나지 못합니다

 

 

작은 기도

 

                 정 호승

 

주여 저에게도 산을 주소서
평야로부터 언제나 벗어날 수 있도록
저에게도 분노와 용서의 산을 주소서
오늘도 이 땅에 살기 위하여
사막의 눈물과 바람 속에 서서 잠드나니
저에게도 인내와 감사의 산을 주소서
사랑은 무덤 앞에 기울고
흔들리지 않는 인간의 갈대는 흔들리는데
모든 가난을 아름답게
모든 이별을 아름답게 하시고
오늘도 저로 하여금 무일푼이 되게 하소서
평화가 눈내린 산길을 밟고 온 발자국 하나
저의 창가에 고요히 머무르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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