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샹송
이 수익
우체국에 가면
잃어버린 사랑을 찾을 수 있을까
그곳에서 발견한 내 사랑의
풀잎되어 젖어 있는
悲哀를
지금은 혼미하여 내가 찾는다면
사랑은 또 처음의 衣裳으로
돌아올까
우체국에 오는 사람들은
가슴에 꽃을 달고 오는데
그 꽃들은 바람에
얼굴이 터져 웃고 있는데
어쩌면 나도 웃고 싶은 것일까
얼굴을 다치면서라도 소리내어
나도 웃고 싶은 것일까
사람들은
그리움을 가득 담은 편지 위에
愛情의 핀을 꽂고 돌아들 간다
그때 그들 머리 위에서는
꽃불처럼 밝은 빛이 잠시
어리는데
그것은 저려오는 내 발등 위에
행복에 찬 글씨를 써서 보이는데
나는 자꾸만 어두워져서
읽질 못하고,
우체국에 가면
잃어버린 사랑을 찾을 수 있을까
그곳에서 발견한 내 사랑의
기진한 발걸음이 다시
도어를 노크
하면,
그때 나는 어떤 미소를 띠어
돌아온 사랑을 맞이할까
한 잔의 기쁨 위에
이 수익
초봄에는
가만히 앉았어도 왠지 눈물겹다
봄풀이 돋아나도 그렇고
강물이 풀려도 그렇다
말없이 서러운 것들
제가끔 제자리로 돌아오고 있는 이 길목의 하루는
반가움에 온몸이 젖어
덩실덩실 일어나 춤이라도 추고 싶다
바람같이 언덕을 달리고 싶다
오오. 환생하는 것들 어리면 어릴수록
약하면 약할수록
나를 더욱 설레이게 하는
만남의 희열이여. 무한 축복이여
초봄에는
가만히 앉았어도 왠지 눈물겹다
한 잔의 기쁨 위에
또 한 잔의 슬픔처럼
나에겐 병이 있었노라
이 수익
강물은 깊을수록 고요하고,
그리움은 깊을수록 말을 잃는 것.
다만 눈으로 말하고
돌아서면 홀로 입술 부르트는
연모의 질긴 뿌리 쑥물처럼 쓰디 쓴 사랑의
이
지병을,
아는가……그대 머언 사람아
1942년 경상남도 함안 출생
1965년 서울대학교 영어교육과 졸업
1963년 {서울신문} 신춘 문예에 <고별>, <편지>가 당선되어 등단
1963년 '현대시' 동인
1965년 제4회 신인 예술상 수상
1980년 부산시 문화상 수상
1987년 제32회 현대문학상 수상
1988년 대한민국문학상 수상
1995년 제7회 정지용 문학상 수상
현재 한국방송공사 라디오 본부 근무
<<현대시>> 동인
주요 저서 시집 목록
시집 <우울한 샹송> 삼애사 1969
시집 <야간열차(夜間列車)> 예문관 1978
시집 <슬픔의 핵(核)> 고려원 1983
시집 <단순한 기쁨> 고려원 1986
시집 <그리고 너를 위하여> 문학과비평사 1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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