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와 글

홍 수희- 사랑은 나에게, 기도, 내가 지금 눈물 흘리는 까닭은, 부치지 못

opal* 2008. 3. 11. 00:06

 

 

 

사랑은 나에게

 

                             홍 수희


사랑은 나에게
더 이상은 돌아보지
말라한다

지금 이후만
생각하라 한다

도무지
잊혀지지 않는 기억도
지워라 한다

사랑은 나에게
서두르지
말라 한다

조급한 내 심정
서두르지 않을 수
없는데

바로 곁에 당신이
있는 것처럼
그렇게 천천히
걸어라 한다

사랑은 나에게
게으르지 말라한다

조급한 내 마음
붙잡아 놓곤

사랑은
그다지도 멀리
있는 것처럼

여기서는 쉴 틈이
없다고 한다

사랑은 나에게
차갑고도 뜨겁게
살아라 한다

 

 

기도 


                    홍 수 희

다시는,

사랑으로
절망치 않게 하소서

희망으로
절망치 않게 하소서

그리하여 비로소,

사랑이
자유가 되게 하시고

그 자유가
희망이 되게 하시며

그 희망이,
오로지 미쁨이 되게 하소서
......

 

 

내가 지금 눈물 흘리는 까닭은

                                        홍 수희

내가 지금 눈물을 흘리는 까닭은
당신의 부재가 서러워서가 아닙니다
만질 수 없는 당신이 야속해서가 아닙니다

당신의 침묵이 너무 섬세한 까닭입니다

내가 지금 돌아서서 우는 까닭은
당신의 등이 서러워서가 아닙니다
당신의 말씀이 모질어서가 아닙니다

당신의 냉정함이
모다 나를 위한 배려인 까닭입니다

세상이 나를 두고 저만치 멀어 보여도
고독이 함박눈처럼 창틀을 하얗게 뒤덮어도

내 마음이 이렇게 풍요로운 까닭은
님이여, 당신이 내 안에 계신 까닭입니다

오늘도 잎 떨어진 스산한 뜨락,
왼종일 내 영혼 서성이며 설레이느니

내 마음이 이렇게 붉어지는 까닭은
님이여, 당신만이 나를 태울 불꽃인 까닭입니다

내가 지금 눈물을 흘리는 까닭은
당신의 침묵이 너무 섬세한 까닭입니다
당신의 등이 너무 뜨거운 까닭입니다

 

 

부치지 못한 편지

 

                         홍 수희

        
오늘도
그대에게 편지를 쓰네

나의 하루
지치고 고달펐거늘

그대 생각에 조금은 행복했노라
보지 않아도 내 마음 거기 있노라

꽃은 지고 다시 피나니
이제 기척 한 번 주시기를

나 여기 있다
한 말씀 하여주시기를

때로는 투정 섞어 적어보지만
끝내 부치지 못하는 편지

내 마음 이미 그 곳에 있어
계절의 오고 감이 그저 섧거늘

행여 연약하다 책망하실 까
쓰고서도 부치지 못하는 편지

행여 가벼웁다 눈 흘기실 까
목메여도 부치지 못하는 편지

내 마음 한 켠엔 수북히 쌓여만 가는
그대가 읽어야 할 편지가 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