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원방재~ 댓재) 무박 산행이라기에 외면 했더니 당일 산행 한다며 연락이 왔다.
화요, 목요 긴 산행하고 토욜엔 속이 꽉 찬 배추 8포기로 종일 김치하고 나니 녹초, 피로 누적될까
선뜻 대답 않다 아침에 나섰더니 소형 bus 다가와 선다. 무박산행을 기피한 사람이 많았나 보다.
당일산행으로 바뀌니 신청않고 참석한 사람들이 몇 있어 가다 보니 자리가 다 찬다.
안성에서 온다는 두 젊은이에게 승용차 주문하여 용인 휴게소에서 만나 나누어 타고, 들머리 잡았던 댓재와
날머리 원방재를 반대로 바꿔 원방재에서 조금 떨어진 이기령까지 가능하면 차로 가 볼 생각으로 떠났다.
영동 고속 국도 진부 나들목을 나서서 계곡물과 나란히 달리는 태백, 정선으로 향하는 59번 도로로
평창군 지나 정선군, 나전 삼거리에서 좌회전 강릉, 동해, 임계로 가는 42번 도로를 택한다.
잠시 철길과 또는 길 옆 계곡물과 함께 달리다 정선 아우라지 삼거리 통과하니 삼척이 64km로 표시되어 있다.
멀리도 왔다. 큰 너그니령(해발 700m) 넘으니 임계면, 강원도 이곳 주변 지역 도로는 평균이 해발 600m 이다,
가뜩이나 오르내리는 곳 많은데 차가 힘이 없어 조금만 더 오르면 빌빌 거리며 속도를 못내 시간이 더 걸린다.
앞 서 달리는 승용차는 속도도 못내고 가다 기다려 주기를 여러 번. '작은 너그니재' 넘어 '백두대간 약초나라' 행사장 있는
도전리 지나고, 된장 항아리 가즈런히 널려진 첼리스트 집 앞 부수베리 길 달린다.
2년 전 여름 백봉령에서 원방재로 산행 후 대간 종주 남편 도와주는 여인 차 얻어 타고 나온 비포장 도로가 눈에 익다.
차의 출입을 막는 barricade 있어 원방재 못미쳐 하차. 시계 보니 10시 20분, 다른 날보다 한 시간 빠른 05:00에 출발 했어도
워낙 멀다 보니 늦다. 이른 시간이면 각오하고 1진 따라 가겠지만 당일 산행으론 힘든 곳 아는지라
일곱 명 속에 끼어 2진으로 남아 다시 차에 오른다.
되돌아 나와 날머리 댓재 근처로 이동하니 '삼척 하장 산나물 축제'가 열리고 있다.
댓재(해발 810m) 아래 번천리, 두타산 아래 골짜기로 오를 수 있는 만큼 작은 차로 오르니 감시원이 제지를 한다.
산나물 채취를 금지 하는 모양인데 등산하러 왔다 하니 수긍하고 보내 준다. 차에서 내리니 12시가 다 되었다.
길 입구에 2시간 10분 걸린다는 작은 안내판 있으니 4시간 이면 족하리라 생각하고 골짜기 따라 오른다.
산나물 채취하는 사람들 여기 저기 많이 보인다.
낮 시간에 백두대간 청옥, 두타 두 산을 걷기엔 시간이 부족한 건 알고 있다.
2년 전 무박으로 왔다가 새벽 3시 댓재에서 올라 두타산 정상에서 일출을 봤으니 두타산은 제대로 못 보고 오른 셈,
밝은 시간에 제대로 감상하고 싶어 다시 찾은 것이았다. 분홍색 작은 꽃덩어리 쥐오줌풀, 소복하게 핀 노란 뱀딸기,
계곡물을 건너 숲으로 들어서니 진분홍 앵초가 군락을 이루며 반긴다. 골짜기와 나란히 하는 계곡물을 이리 건너고 저리 건너니
노란 괴불주머니, 진분홍 병꽃, 보라색 벌개덩굴, 이름 모를 흰 꽃들이 자꾸 유혹을 한다.
멀리 안부가 보이는 골짜기의 한 낮, 자갈에서 올라오는 지열과 머리 위에서 내리쬐는 고도 높은 햇살이 제법 뜨거워
한여름의 炎天을 방불케 한다. "이리 가면 박달령 가는 길 맞나요?"
산나물 채취하는 이 만날 때 마다 물어보며 뜨거운 햇살 피해 숲으로 들어서서 오르니 경사가 급해진다.
댓재에서 능선따라 대간길로 올라섰다 내려오면 재미 없을 것 같아 청옥산과 두타산 사이의 박달령으로 올라
두타산 정상을 밟고 댓재로 하산 할 생각으로 골짜기를 오른다.
계곡물 소리 멀어지니 아름다운 새소리가 대신 벗한다. 길 옆에서 졸졸 흘러나오는 암반수 있어 받아 마시려니 바닥이 얕아
간신히 긁어 한 모금으로 입술 축인다. 나머지 여섯 명은 산행보다 나물 채취에 여념 없어 진행이 더디다.
한동안 오르다 말고 시원한 맥주 한 모금씩 나누어 마시고 일어서니 사람 발길이 잦은 곳인지 나물은 별로 없고 길도 없어졌다.
나물 종류를 잘 모르거니와 두타산 정상만 머리속에 있어 혼자 부지런히 능선에 오르니 태풍 같은 바람이 맞아준다.
신갈나무 고목들이 울창한 숲, 능선에 올랐으니 박달령이 가깝겠지 생각하며 능선따라 우측으로 오르니 ???
이게 어떻게 된 일이람? 깊은 골짜기 건너 멀리 시퍼렇게 높은 산이 두타산 같고 서 있는 곳과는 너무 멀다.
화들짝 놀라 일행 부르니 대답이 없다. 오르던 길 되돌아 내려가며 고래 고래 큰 소리로 이 사람 저 사람 불러도 바람소리만 크다.
다 어딜 갔지? 가방 무게 줄일 생각에 랜턴도 나침반도 다 꺼내놓고 왔는데... 만의 하나 잘못되면 혼자서 온 길로 되돌아 가리라 생각해도 길이 묘연해 깊은 숲이라 잠시 섬뜩하다.
이렇게 많이 올라왔나 싶게 처음 올라섰던 능선까지 내려가며 부르니 겨우 반응이 온다.
지금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라며 애타게 호들갑 떨어도 나물 찾느라 혈안인 여섯 명 눈 하나 깜빡 거리지 않고 시쿤둥이다.
산행은 안중에도 없다. 빨리 가보자며 2진 대장 앞세우니 그때서야 반응 보인다. 내 서서 놀랐던 자리 서더니 청옥산으로
가게 생겼다며 무전기로 교신을 시도하나 불통, 엉뚱한 곳에 내려 주었다며 안내자만 탓한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틀린 것인지...
지도를 들여다 봐도 등고선을 알 수 없으니 현재 위치를 알 수가 없다.
워낙 골이 깊은데다 낭떠러지 같은 급경사 골짜기는 나무가 우거져 내려 설 수도 없다.
할 수 없이 능선따라 무작정 걸으며 각도를 달리하니 나무 사이 멀리 청옥산이 보이다 말다 한다.
두타산은 점점 더 멀어지고 청옥산이 가깝게 느껴진다. 1진 선두와 교신되니 청옥산 넘어가고 있다며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게 되니 이쪽으로 오지 말라" 한다. 짧은 산행 하려다 1진 보다 더 많이 걷게 생겼다.
시간은 오후 두 시, 하산 할 시간은 다가 오는데 이제 시작도 못한 셈이니 어찌해야 하나...
고도 1200m급 능선을 오르내리며 빠른 걸음으로 무조건 앞으로 앞으로. 길은 오로지 능선의 흐릿한 흔적 뿐,
금방 한 시간 지나 오후 세 시. 청옥산은 청옥산 대로 두타산은 두타산 대로 45도 정도로 보이던 각도가 90도로 벌어지며
점점 멀어진다. 능선에 서서 우측 멀리 겹쳐진 산 줄기 뒤 흐릿한 댓재 방향 바라보니 시퍼런 골짜기가 한 없이 길다.
청옥산 방향으로 이어지는 능선은 끝없이 연결되며 고도가 더 높아져 앞이 안 보여 알 수가 없다.
시간은 자꾸 흐르고, 결정을 내려야 한다. 어느 산이고 한 군데도 못 가게 생겼다.
우측 아래 벌목한 비탈면 뒤로 보이던 두타산도, 앞으로 보이던 청옥산도 다 가려져 없어졌다.
얼마가 걸릴지도 모르는 골짜기 내려 셨다가 다시 오르려면 밤이 되어도 못 내려 갈 것 같다.
앞 섰던 대장과 과일로 목 축이며 뒤에 오는 이들 기다리느라 앉으니 둥굴레 꽃이 군락을 이루며 피어있다.
산이 깊으니 잎과 꽃이 크며 쪼르르 나란히 매달린 꽃도 숫자가 많다, 이렇게 크고 싱싱한 모습은 처음 본다.
"두타산 가는 일은 포기하고 이쯤해서 골짜기로 하산하며 나물 산행이나 하겠다" 하니 젊은 여인들 박수로 환호성 이다.
봉우리 몇 개 남쪽 사면을 벌목하여 여기 저기 방화선을 만든, 사람들의 발길이 전혀 닿지 않는 깊은 숲 비탈면.
관목류 많으니 풀이 깔보는 듯 풀은 풀 대로 나무는 나무대로 서로 영역 다툼 하듯 무성하다.
가문비 묵은 잎에 찔리지를 않나 덩굴딸기 나무 가시에 찔리지를 않나, 싸리가지 무성하고 작은 나무가지들 얽힌 비탈면,
풀은 풀 대로 길어 잘 못 딛으면 그대로 미끄러져 곧장 내려서질 못하고 비탈면 따라 옆으로 옆으로 조금씩 내려 딛는데
앞장서서 내려 딛던 여인들 잎 넓은 취나물 크고 좋다며 종류 대로 뜯어 담으며 함박 웃음 다물 줄 모른다.
나물이 너무 많아 종일 있어도 좋겠다며 여유 부리는 여인네들 허리는 굽힌 채 일어날 줄 모른다,
산행 시작부터 뜯은 나물보다 여기서 잠깐 뜯은 나물이 훨씬 더 많단다.
좋아라 떠드는 이 여인들 틈에 서 있으면서 난 왜 이방인이 되어야 하나? 살금 살금 약이 오른다.
가시에 손 찔리며 두룹나무 가지 길게 나온 새순 따고, 엄나무 가지 새순 따며 벙글 거리는 일행들과 왜 같이 휩싸이지 못하고 혼자 약 올라 하지?
산딸기 무성한 방화선, 가시에 찔리며 헤쳐 혼자 부지런히 내려서고, 가파르고 좁은 계곡 바위로 내려 서는데
길은 없고 수량도 많아지니 어느 곳을 딛어야 할지... 더 약 오른다. 새벽 잠 설치며 3시에 일어나 부지런 떨더니
기껏 여기와서 헤메려고? 안기고 싶어하던 두타산은 멀리서 한 번 슬쩍 바라보기만 한 걸로 족해야 하다니. 염불을 못했으면
잿밥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나물은 구별을 못해 아무거나 뜯었다간 나중에 골라내는 수로고움만 더 많을 것 같아 아예 손도 안 댔다.
보따리 하나씩 부등켜 안은 여인들 해가 기울어도 내려 설 줄 모른다, 이 깊고 깊은 산 중에서 대장하나 믿고 겁도 없이.
사이가 더 이상 벌어지면 낙오자 될까 싶어 계곡에서 잘 보이는 건너편 높은 곳 방화선으로 다시 올라 일행 내려오기 기다렸다
합류하여 계곡 길로 하산 한다. 깊은 산 중 계곡은 이미 빛이 가려진 상태. 야생화 담으며 타박 타박 산 길 내려오니 들머리에
태워다 준 가이드 중간에 차 세우고 마중나와 같이 걷는다. 골짜기 길을 내려오다 보니 두타산 청옥산 갈라지는 작은 돌기둥
이정표가 풀 사이에 서 있다. 이 골짜기를 들머리 잡아 올라가야 할 것을 멀고 엉뚱한 곳에 내려줘 고생만 하고 두타산은 근처도
얼씬 못했다. 약 오른 마음을 푸념하듯 전달하고 자동차로 댓재에 도착하니 1진 선두만 내려와 기다리고 있다. 1진 중 뒤로 처진
몇 명 역시 청옥산만 산행하고 두타산은 못가고 박달령에서 탈출하여 내려오고 있단다. 그러면 그렇지 얼마나 힘들고 긴 거린데...
오늘 처음 나온 어떤 이, 1진으로 산행하다 뒤로 쳐지며 길 몰라 두타산을 못넘고 무릉계곡으로 혼자 하산 했단다.
댓재로 오려고 Taxi 잡으니 요금을 사 만원이나 요구해 서울 행 Bus로 직행 한다며 연락이 왔다 한다.
다름아닌 바래봉 산행날 후미 맡았던 대장 친구다. 바래봉 산행 날 후미 대장을 맡아 앞에 걷고 있기에 "1진이 모두 몇 명이냐" 물으니 모른단다. 오늘 같은 낙오자 있을까 염려되어 이해 되도록 얘기하니 할 수 없이 뒤로 물러서서 일행을 기다렸었다.
그날 알아 듣도록 얘기했는데도 불구하고 바로 사흘 뒤 이런 낙오자가 생겼다. 다른이도 아닌 본인이 데리고 온 친구가.
댓재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내려오는 이들 마다 머리를 절래 절래 흔든다. 이렇게 힘든 곳 인줄 몰랐단다. 봉우리 넘으며
이젠 없겠지 하고 넘고 보면 앞에 또 봉우리, 반복되는 봉우리 넘는 일은 백두대간의 묘미이며 특징으로 사람을 무척 지치게 한다.
반복되는 봉우리가 걸을 땐 실망을 주지만 지나고 나면 재미로 남아 또 찾게 되는 곳이 백두대간 종주 산행 이다.
두타산 산행 하겠다고 나서서 여섯 시간을 넘게 걸었어도 두타산 구경 못한 두타산 산행 날, 말로는 두 번씩이나 찾은 두타산,
첫 날은 어두운 시간에 올라 제대로 못 본 채 정상에서 인사만 나누고, 오늘은 언저리만 맴돌다 먼 발치에서 원거리 모습만
쳐다보다 내려 선, 나를 약 올리며 교훈을 준 두타산 산행. 단풍 좋은 계절에 단일 산행으로 다시 한 번 알차게 찾아 보리라,
멋진 무릉계곡도 함께.
두타산(해발 1353m)은 강원도 삼척시와 동해시 경계를 이루며 동해시 삼화동 남서쪽으로 약 10.2km 거리이다.
산 이름 頭陀는 불교 용어로 속세의 번뇌를 버리고 佛道 수행을 닦는다는 뜻 이란다.
백두대간의 주봉을 이루며 서쪽으로 4km 떨어진 靑玉山 (해발1404m)을 잇는 의가등(衣架嶝)은 병풍을 펼쳐놓은 듯 하다.
북쪽으로 三和寺에 이르는 14km의 계곡에는 무릉계곡이 있고
조선시대 석축산성인 두타산성,둥글게 패인 바위 위에 크고 작은 50개의 구멍이 있는 오십정(또는 쉰우물)을 비롯하여, 오십천(五十川), 학소대, 옥류동,
광음사, 광음폭포, 선녀탕, 쌍폭포, 천은사(天恩寺), 금란정, 용추(龍湫)폭포 등 명승 고적지가 있다.
많은 이들이 앉을 수 있는 넓은 무릉반석에는 조선 전기(前期) 4대 명필가의 하나인 봉래(蓬萊) 양사언(楊士彦)의
석각(石刻)과 매월당 김시습(金時習)을 비롯하여 수많은 명사들의 시가 새겨져 있다.
어느 핸가 애들 어렸을 때 무릉계곡 오르다 힘이들어 무릉 반석까지만 오르고 내려선 적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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