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뉴스 끝에 나오는 날씨 예보로 '안개 주의보'가 들린다, 낮엔 무덥겠군.
오전 6시 출발하여 고속도로 달리니 군데 군데 안개로 비상등 켠 차들이 많다. 졸다 일어나 치악 휴게소에서 아침식사(08:20~45).
청량산은 2004년 타 산악회에 참석하여 두 번 산행, 이번이 세 번째다.
가는 길이 지루하여 청량산 가까운 곳 지인에게 "'오~~매 단풍 들겄네', 지금 청량산에 가고 있어요.♪"
얼굴 본지 언제인지 모를 정도로 '무소식이 희소식'으로 지내다 몇 년만에 보낸 문자 임에도 금방 답신이 온다.
"지금 청량산 한참 좋아요, 약간 가물어 먼지가 나긴 하지만, 건강하게 산행 하시니 반가워요."
10시 반 도착하니 청량산은 단풍이 절정을 이루고 있다. 산행시간 보다 오가는 시간이 더 걸리는? 청량산,
청량사 근처 호젓한 길은 전이나 다름 없건만 일주문에는 '하늘다리' 개통을 경축하는 프랭카드가 붙어 있다.
일주문 들어서서 입석 앞에 하차하니 뒤따라 오는 버스들, 많은 산객들을 쏟아 놓는다.
잠시 맨손 체조로 몸풀고 들머리 계단 오르니 아침 햇살 역광에 노랑과 갈색으로 바뀐 참나무 잎이 화려하다.
대구, 부산 등 전국에서 모여든 등산객 모두 섞여 오른다. 경상도 사투리 억양에 산이 들썩 거린다.
골짜기 따라 들어온 길이 조망되고 길 건너편 축융봉이 아름답다. 산비탈로 돌다 건너다 보이는 무위당을 안고 있는
바위봉 주변 나무들 모두 갈색 일색, 바위에 붙어 오르는 담쟁이가 한껏 빨갛다. 응진전을 돌아 멀리 보이는
바위봉우리 감상하니 자연의 신비감이 더해진다. 모든 것이 아름답게 보이는 눈이 부신 날, 어쩜 이리도 골고루 물 들었을까?
골짜기 건너로 보이는 청량사가 알록달록 무지개 속에 안겨있다.
신라 말 대 문장가 최 치원이 마시고 더 총명해 졌다는 총명수聰明水 , 천길 절벽아래 바위틈에서 솟아나는 물은
가물어 그런지 수량이 많지 않다. 총명수 옆엔 최치원 암이 있었다고 한다. 고대 중국의 인물 열어구가 바람을 타고
보름동안 놀다가 돌아갔다고 해서 불려지는 어풍대御風臺, 기암절벽으로 장관을 이루고 있는
청량산의 연꽃 봉우리 같은 연꽃 꽃술에 자리한 청량사가 한 눈에 조망된다.
청량사를 먼 발치에서 바라보고 우측 방향으로 발을 옮긴다, 두 번째 왔을 때 김생굴, 청량사 등 골고루 들려본 일이 있어
경일봉으로 향하여 오르니 경사가 가파르다. 등산객 거의가 경일봉 오르기를 생략하고 청량사 방향으로 가니 등산로가 호젓하다.
청량산 김생굴(金生窟)은 경일봉(擎日峰) 아래, 환선봉(喚仙峰)의 동쪽에 있는데 신라의 명필 김생(金生)이 글을 익힌 곳,
굴 안에 붓을 씻는 우물이 있으며 지금까지 그 흔적이 남아 있다고 한다.
동쪽에는 돌 가운데 샘이 있는데 물이 떨어져 내려와 물소리가 바위 사이를 울린다.
서쪽에는 탁필봉(卓筆峰)이 있어 뾰쪽하게 붓처럼 솟아있는 듯하다.
김생굴에는 재미있는 전설이 전해온다.
옛날 김생이 이 굴에서 9년동안 서도를 닦은 후, 스스로 명필이라 자부하고 하산할 준비를 했다고 한다.
그러자 한 여인이 나타나 자신도 9년동안 길쌈을 했으니 솜씨를 겨뤄보자고 한다.
이리하여 컴컴한 어둠 속에서 서로 솜씨를 겨루었는데 길쌈해 놓은 천은 한 올 흐트러짐이 없는데 반해 김생의 글씨는 엉망이었다.
이에 김생은 다시 1년을 더 정진한 후 세상에 나와 명필이라 칭송을 받게 되었다는 이야기이다
단풍의 고운 모습 담아가며 여유롭게 오르니 산행시작 한 시간 십 분만에 경일봉 도착한다. 조망이 없는 대신
햇살 받은 참나무의 갈색 톤이 화려하다. 기념 남기고 돌아서서 능선 밟으려니 송진 채취 당하느라 빗살무늬 목질부를
감추지 못한 노송 보인다. 꿋꿋하게 살아온 노송에게 박수를 쳐주고 싶다. 바위틈을 비집고 가파른 내리막 내려 딛고
다시 철계단을 올라 앞에 보이는 바위 봉우리들 바라보며 능선따라 걷는다.
능선이나 골짜기나 골고루 빠짐없이 물든 나무들과 상록수 푸른 색이 어쩜 이리 조화롭게 잘 매치 되는지,
쾌청하지 못한 운무 낀 날씨가 조금은 원망 스럽다.
청량사나 김생굴에서 올라오는 지름길과 만나지는 삼거리 도착하니 산객이 많아 진다. 철계단 이용하여
자소봉에 올라 둘레 둘레 조망 감상하니 온 천지가 만산 홍엽, 단풍시기가 별 차이 없어 요즘은 어딜가나 비슷하다.
올라섰던 철계단을 다시 내려와 삼거리에서 탁필봉으로 향한다. 바위봉이 붓 끝처럼 뾰족하게 생겨 정상석을 아래에다
세워 놓았다, 직접 올라설 수 없어 그냥 지나쳐 또 다른 철계단을 통해 옆에 있는 연적봉에 올라 감상을 해야 한다.
연적봉에 올라 멋진 탁필봉을 감상하고 돌아서니 다음 봉우리 넘어 하늘 다리가 의상봉 아래로 흐릿하게 보인다.
연적고개로 내려 섰다 다시 봉우리 올라 점심 성찬을 펼친다.
꿀맛 같은 식사 후 철계단 내려서니 뒷실 고개, 다시 오르는 등산로는 철계단이 있으나 육산으로 되어 있어 흙먼지가 인다.
가을 날씨에 오래 가물어 등산로가 완전히 흙길로 변해 숨쉬기 힘들 정도다.
봄에 황매산 갔다가 흙먼지로 코 밑이 까맣었던 생각이 다 난다. 풀 한 포기 없이 길이 억망이라 휴식년제라도 해야 할 것 같다.
이곳에는 철계단을 설치 중에 있다. 공사 하느라 파 헤쳐 더 그럴까? 도무지 숨을 쉴 수가 없다.
많은 등산객들의 발자국 따라 이는 먼지에 고역 스럽다. 바지가랑이와 등산화가 영 말이 아니다.
새로 생겼다는 '하늘다리'는 대둔산이나 월출산 처럼 빨갛지 않고 연두색으로 칠해져 있다. 해발 높이 800m,
자란봉과 선학봉을 연결하는 폭 1.2m에 길이 90m, 지상 고는 70m로 한꺼번에 100 명의 무게도 버틸 수 있는
국내에서 가장 긴 산악 현수교량 이란다. 중간 쯤 걸으니 흔들림이 있어 어지러워 하는 사람도 있다.
다리 위에서 바라보는 조망 또한 일품인데다 바위를 감싼 나무들 색갈까지 칼라풀하게 비경을 연출하고 있다.
선학봉을 내려 딛으니 앞 서갔던 선두 되돌아 오고있다. 가파르고 긴 통나무 계단 내려서니 청량폭포로 하산 할 수 있는 탈출로,
그대로 지나쳐 다시 장인봉을 오른다. 먼지가 일기는 이곳도 마찬가지, 제일 가파르고 긴 철계단을 통해 정상에 오른다.
전에는 의상봉(현 장인봉)을 오르려면 맨 아래 바닥까지 다 내려 갔다가 좁은 계곡을 통해 다시 올라 서느라 무척 힘들었는데
'하늘다리'가 새로 놓여져 장인봉 산행하기가 훨씬 수월해졌다. 전에 '의상봉'이라 불리던 봉우리가 지금은 '장인봉'으로 불린다.
전에는 좁은 계곡 아래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된비알 오르막을 한참을 치고 올라서야 했다.
장인봉 봉우리 정상에선 조망이 없고 옆으로 100m정도 더 가면 시원스런 바위 전망대가 있다.
다른 봉우리에 난간 만들어 놓듯 난간이 있어 위험하지 않다. 전망대에서 조망 감상 후 되돌아 정상을 지나
이정표 앞에서 청량폭포 방향으로 하산, 긴 나무계단을 내려서고 가파른 돌 길 내려선다.
퇴실고개로 되돌아가 하산해도 되겠으나 하산 약속 시간이 있어 청량 폭포 앞으로 하산,
수량이 많지 않아 빈약하게 떨어지는 폭포수와 어우러진 단풍 감상하고 주차장으로 향한다.
코스: 들머리 입석바위 (10:30) → 무위당, 응진전 → 경일봉 → 자소봉 → 탁필봉 → 연적봉 →자란봉
- 하늘다리- 선학봉 → 장인봉 → 전망대 →청량폭포(15:30). 산행 소요 시간 5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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