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가평군과 강원도 화천군의 경계를 이루며 경기도에서 제일 높은산. 야생화가 많다고 하여 오래전부터
가 보고 싶었으나 한 번도 못 가보고, 두 달 전 석룡산 산행하며 멀리서 화악산을 부러운 눈초리로 쳐다만 보다 내려섰다.
남덕유산(1507.4m)보다 39m 낮고 소백산(1439m)보다 29m 높은 산.
그러나 각 산의 들머리인 육십령은 해발 높이 약 700m, 죽령 또한 689m.
화악산의 높이는 1468.3m, 그러나 화악산 정상엔 군 부대 시설이 있어 갈 수 없고, 정상 서쪽 바로 옆 중봉까지 오를 수 있다.
그 높이도 만만치 않은 1423.7m. 고도차 1000 여m가 넘는 높이를 두 발로 딛고 올라서야 한다.
요즘은 산행 요일이 다른 산악회 몇 군데를 이쪽 저쪽 다니다 보니 바쁘다. 그제 도장산 산행, 어제 외출,
피로도를 봐가며 이른 새벽에 참석하겠다 연락하고 나서니 하얀 아침 달이 푸른 하늘에 밝다.
음력 날자를 모르고 지내다가도 달을 보면 알게 된다. 양력과 음력 한달 차이로 날자는 똑같은 스무 하루,
어제 저녁까지 잔뜩 흐려 있더니 구름 한 점 없다. 서울에서 춘천으로 오가는 46번 도로에서 좌측으로 갈라져
물을 옆에 끼고 한참을 달리는 75번 도로는 명지산을 찾는 사람들에게 더 잘 알려진 길이다.
가평군 북면 관청리 적목 보건 진료소 옆 관청교 앞, 거리가 가까워 일찍 도착 했다(09:20).
화악산 중봉 한 곳 산행이면 들머리를 다른 곳을 잡겠지만 오늘은 애기봉과 두 봉우리를 탄다.
애기봉은 1055m나 되는 높은 산임에도 화악산의 명성에 가려 많이 알려지지 않은 산이다.
관청교 아래로 흐르는 계곡따라 오르다 숲으로 들어서니 길이 아예 없다. 발빠른 선두들은 이미 산으로 스며들어 안 보인다.
풀에 맺힌 아침 이슬에 바지가랑이가 젖는다. 물이 흘러내리는 돌길과 진흙, 나무들이 뒤엉킨 숲 된비알,
헉헉대며 30분 쯤 오르니 좌측 옆 깊고 험하게 보이는 계곡 위로 sky line을 이룬 봉우리들이 나무 사이로 살짝 보인다.
하늘이 안 보이는 숲 속에서 사람들이 다닌 흔적을 찾아 보지만 쉽게 눈에 띄질 않는다.
30여 분이 또 지났다. 높이 올랐다 싶은데 샘물이 보인다. 바위틈도 아닌 진흙 속에서 한 방울씩 솟아 흐르는게 신기하기만 하다.
바닥이 낮고 진흙이라 마셔볼 수가 없다.
길이 없는 밀림 속 된비알을 두 시간 씩이나 극기 훈련하며 오르다 보니 1진 일행은 어디까지 갔는지 무소식.
무조건 높을 곳을 향해 오르고 올라 능선 찾으니 시원한 바람이 도와준다. 이제 길이 보인다.
전혀 모르는 산이지만 손에 쥔 지도와 두 달 전 석룡산 산행을 토대로 방향을 짐작하며 걷는다.
운무가 끼었거나 비라도 내려 조망이 없으면 겁이 날텐데 날씨가 쾌청하니 맘 편히 걷는다.
길은 찾았으되 어디 쯤인지, 다시 된 비알의 연속이다. 아침 차 안에선 "애기봉까지 한시간 반이면 오를 수 있다" 했는데
처음부터 길이 없어 헤메다 보니 시간이 많이 걸려 지루하다. 들머리 해발 높이가 낮아 그런가 보다.
한 발 한발 오르고 있는데 갑자기 뒤에서 2진 일행 목소리 들린다.
"오늘 2진은 애기봉 거치지 않고 중봉으로 가게 되어 있는데 웬일로 여기까지?"
"올라오다 보니 등산로가 없어져 이리로 오게 되었는데 참 잘 만났네요." 어떻든 반갑다.
중봉(3.07m)은 좌측, 애기봉(0.20km)은 우측인 능선 삼거리 도착하니 11시 반,
애기봉은 이곳에서 우측으로 갔다가 되돌아와 중봉으로 가야 한다.
2진 일행 안간다기에 혼자 애기봉으로 향하니 먼저 간 1진 일행 몇 명 애기봉을 다녀오고 있다.
애기봉까지 거리는 200m, 그러나 길이 험하다. 암릉 바위는 이끼로 젖어 있고, 우회로 역시 습해 미끄럽다.
삼거리에서 십 여분 걸려 애기봉(1055m)도착. 둘레에 나무가 많아 조망은 없고, 남으로 수덕산 6.02km,
북으로 중봉 3.27km 이정표가 있다. 뒤에 오는이가 없어 가방으로 대신 기념 남긴다.
낮은 우회로로 왔다가 암릉으로 되돌아 가니 조망이 좋다.
경기도에서 두 번째 높은 명지산이 세 봉우리 중 두 봉우리를 보여주며 좌측 가까이서 반갑다 인사한다.
잠시 서서 카메라에 조망 담으니 고추잠자리 한 마리 겁없이 팔에 앉아 함께 놀자며 가지 말란다.
이왕 앉으려면 왼쪽 팔에 앉으면 사진 찍기라도 편할 텐데 자꾸 셔터 눌러야 할 오른쪽 팔에만 앉는다.
능선 삼거리에 되돌아 오니 12시가 넘었다. 2진 일행들은 애기봉 정상 만나기를 포기하고 모두 가버려 또 혼자.
애기봉에서 중봉으로 가는 능선은 오솔길이 잘 나타나 있다. 키 큰 나무들과 수풀이 우거져 뜨겁지는 않으나
조망이 없다. 한참을 오르내리며 꽃 사진 담으려니 바람에 흔들려 예쁘게 나오질 않는다.
허기가 느껴지고 기운 떨어진다. 조망없는 숲 속 오르막이 지루하다, 시간은 이미 오후.
깊고 넓은 숲 속에 혼자 몇 시간 째, 어쩌다 곤충 날으는 소리가 사람 소리로 착각되어 들리기도 한다.
앞 뒤 어디에도 인기척이 전혀 없고 만나는 등산객 하나 없다. 이토록 외로운 산이다.
가평천을 사이에 두고 서남쪽으로 마주보는 명지산은 등산객들이 많이 찾는데 비해 이곳은
고도가 높고 남북으로 대치되어 산 정상에 군 부대가 있는 살벌한 산이라 그런지 찾는이가 많지 않다.
호젓한 산 길 오르막에 주저 앉아 과일로 허기 모면하며 잠시 휴식(13:10), 적막과 고요와 신선함이 있다.
험한 숲 속, 꽃들이 있고 시원한 바람이 있고, 나무와 바위가 친구하니 외롭지 않다.
일어서서 다시 오른다, 고도가 높아지며 간간히 바위 길이 위협을 준다.
올라서도 올라서도 끝이 보일 줄 모른다. 아침에 들은 말이 있어 혼자 중얼댄다.
'왜 이리 거리가 먼거야 애기봉에서 한 시간이면 도착할 수 있다더니 또 틀리네? 거짓말 이로군.'
애기봉 이정표에 3.27km라 했으니 이 육중한 산길을 내 걸음으론 당연히 한 시간 동안 걸을 수가 없다.
동자꽃, 모싯대, 둥근 이질풀, 단풍취, 흰진범, 며느리 밥풀꽃, 여로...등 이름 모를 꽃들 모습 담으며 지루함을 달랜다.
휴대폰 배터리 방전되는 소리 들린다. 그럼 안되는데. 급경사 오르막에 커다란 바위를 올라서야 하는데 미끄러지며
떨어져 구를까봐 선뜻 올라서질 못한다. 이럴 때 동행인이 있어 위에서 잡아 주던지, 아래에서 발 좀 받쳐 줬으면 좋으련만,
누굴 탓하랴. 죽기 아니면 살기로 올라서야 한다. 다른 곳으로 오를 수 있나 없나 둘러봐도 낭떠러지 아래만 뵌다.
"어머나 예뻐라, 너를 여기서 만나다니~~!"
금강산에서 처음 발견되었다는, 청사초롱을 닮아 붙여진 이름 '금강초롱', 이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경기 북부 1000m 이상의 고산지대에 살며 강한 햇빛이나 더위에 약해 늦여름 그늘에 피는 꽃이다.
하산 시간을 오후 2시 반으로 얘기 했었는데 이미 오후 두시가 지났다. 산행 시간은 5시간 준다 했는데 아직
중봉 정상도 못가고 5시간을 다 채웠다. '그래도 이 꽃은 찍고 싶다.' 꽃이 많지는 않지만 쪼그리고 앉아 몇 컷 담았다.
오랜 시간 동안 오르막 오르다 비탈길에 쪼그리고 앉으려니 다리가 당기며 아프고 힘들다.
가운데 부분 배가 살짝 나온 꽃이라 접사 하기도 어렵고 바람에 살랑대며 인내를 요구한다, 갈길은 바쁜데.
애기봉(2.97km)과 중봉(0.30km) 사이 관청리(4.70km)로 가는 이정표 만나고,
5분 뒤 중봉(0.10km)과 애기봉(3.17km)이 표시된 팻말을 또 만난다. 숲 속에서 방향을 겨우 찾아 오르니
성터 자리처럼 돌이 쌓여 있고 하늘이 잠깐 보이니 멀리 산 정상에 군부대가 보인다.
'아니 이게 어떻게 된 일이람? 내가 잘못 왔나? 군부대가 저렇게 멀리 보이다니? 내가 무엇에 홀렸나?'
군부대가 있는 산정 모습을 줌으로 당겨 본다, '혹시 지난번에 대룡산 갈 때 보았던 녹두봉인가?'
이정표와 헤어진지 3분만에 또 다른 이정표, 오랫만에 다른 지명을 읽는다. '애기봉 3.27km, 건들내 4.90km' 중봉 0.05km,
건들내로의 탈출로가 있다. 애기봉에서 중봉 거리가 분명히 3.27km로 되어 있었는데, 그러면 다시 500m를 더 가야
중봉이 된다. 이정표의 숫자를 못 믿어워 할 때가 가끔씩 있다. 그나 저나 500m가 왜 이리 멀지?
커다란 돌이 박혀 울퉁불퉁한 길을 오르고 내려가며 고도를 높인다.
어두운 숲을 빠져 나오니 시원한 하늘 아래 까만 직사각형 돌이 보인다.
"좋은 산행 되십시요, 가평군', 중봉 정상석 뒷모습이 먼저 보인다. 더 이상 오를 곳이 없다.
정상에 올라서니 아무도 없다. 하산 할 때 주의하여 구별 잘 하라 했는데 아무도 없으니 어쩌지?
앞을 바라보니 군부대가 가까이 보인다. 아하~ 화악산은 바로 요기 뒤에 숨어 있었구나. 짐 운반용
레일이 중봉 좌측 아래에서 올라와 화악산으로 연결되어 있고, 철조망 울타리에 경고 글이 붙어 있다.
화악산 동쪽 화악리에서 화천가는 도로 건너 봉우리에 군부대가 있는 사실은 전혀 몰랐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봉우리는 응봉(1436m)으로 정상에 또 다른 군 부대가 자리 잡고, 그 남쪽으로 촉대봉(1125m)이 있다.
一望無際 사방이 거침없는 경기 제일 높이에 걸맞게 웅장하고 중후한 산세의 실경을 내 눈으로 확인한다.
사방으로 뻗어내린 줄기에 봉우리는 많으나 이름을 다 모르니 안타깝다.
한북 정맥의 연봉들이 있다하나 정맥을 안 타 봐 얼른 가늠이 안 되지만 확실하게 아는 산도 있다.
서쪽으로 정상에 2개의 봉우리를 보이는 명지산, 북으로 바로 아래 석룡산, 남으로 방금 지나온 애기봉,
명지산 근처 연인산, 귀목봉, 백운산, 국망봉 등 경기 북부 일대의 산들은 다 나를 쳐다보며 웃고 있을텐데...
위치 따라 대강 맞춰 보며 오랫만에 희열을 느낀다. 고산 정상에서 느끼는 만족감이랄까?
조금 전엔 별것 아닌 꽃 한송이 만나 가슴 벅차 하더니 이번엔 또 다른 무엇이 치밀어 오른다.
무엇이 이렇게 늘 새로움을 느끼도록 신선한 충격을 주는 것일까?
향로봉에서 느끼던 감정 같은 것일까? 오래 서있고 싶지만 감상에 젖어 마냥 있을 시간이 없다.
天佑神助 라 할까? 반대편에 때마침 남녀 한 쌍이 보인다.
"죄송하지만 사진 한 장 부탁해도 될까요?" 귀한 기념 남긴 후 "어느쪽으로 하산 하시나요?" 물으니
온 곳으로 도로 가야 한단다. 아마 차를 갖고 왔나보다. 휴대폰으로 통화를 할 수도 없게 생겼고,
"나는 조무락골로 내려가야 하는데 혹시 그쪽으로 안가시나요? 초행이라 길을 잘 몰라서..."
"그러면 오시던 곳으로 되돌아 1km쯤 가셔서 우측으로 내려 가세요." 한다. "고맙습니다."
이곳에서 하산길을 잘못 선택하여 고생한 사람들이 많았던 모양이다.
저 산은 무슨 산일까? 저 멀리 하얀 모자 쓴 산이 보인다. 어디서 본 것 같은데 너무 멀다.
아하, 그렇지, 야생화 담던 광덕산, 정상에 하얀 구조물 기상대가 있었다. 여기서 북쪽이니 맞겠구나.
저 멀리 보이는 아파트는 어디지? 얼마전 대룡산 전망대에서 화악산을 보았으니 춘천 시가지로구나.
네 이름이 애기봉인걸 여기 올라와 보니 알겠구나, 오를 땐 그리도 높아뵈고 힘들더니...
중봉에서 내려다 보니 작고 낮아 뵌다. 사방 돌아가며 사진 담는 동안 남녀 한 쌍 금방 사라졌다. 감쪽같이.
나침반을 꺼내 지도와 비교하며 하산을 준비한다. 지도엔 오던 길로 15분으로 표시되어 있다. 일단 가보자.
갈림길이나 가야 할 곳으로 선두가 표시 해 놓아야 할 표시지가 오늘은 보이질 않는다. 너무 하구나.
서쪽에서 올라올 때 못 본 이정표가 눈에 띈다. 38교 6.6km, 옳다 여기로구나. 이리 가면 되겠구나.
38교는 조무락골 아래 75번도로에 있는 다리 이름, 위도 상 38도 위치에 있어 '38교'라 불린다.
'석룡산 산행을 안 했으면 다리 이름도 모를뻔 했으니 어쩔뻔 했나. 중봉에서 하산길 잘 찾아 내려오라 했는데.'
혼자 중얼대며 내려 딛으니 무척 가파르다. 바위엔 이끼가 끼고 흙은 질고, 고도가 뚝뚝 떨어진다.
올라 올 때 가파르더니 내리막은 더 급경사다. 급경사 내리막에 엉덤방아는 기본, 속도를 낼 수가 없다.
가파른 내리막 내려 딛으며 물소리 들은지 한참 되었는데 38교를 3.7km 남겨논 지점에 이르러
옆에서 흐르는 계곡물 만난다. 계곡 상류임에도 수량이 많고 급류라 소리가 크다.
손을 담그고 싶지만 시간이 없다. 아래로 흐르며 수량이 많아진 게곡물을 두 서너번 건너
계곡 옆으로 난 길을 따라 걸으니 계곡을 넘치는 물의 일부가 길로 흘러 계곡인지 길인지 분간이 안된다.
돌길 위로 물이 흐르는 수로를 걷노라니 신발과 바지가 흥건히 젖는다. 상수도가 터져 길 위로 흐르는 것 같다.
아래로 내려가며 지류가 합쳐 갈수록 수량이 많아진다. 넓은 계곡물 앞에서 처음으로 표시지를 만났다.
계곡 앞 좌측으로 길이 있어 그 길로 가려던 참이다. 물을 건너기는 건너야 겠는데 어떻게 한다?
신을 벗자니 깊고 물살이 세고, 신은 채 건너자니 징검다리 돌이 미끄럽게 생겼다.
망설이다 스틱으로 깊게 찔러 짚고 이끼 낀 돌을 하나씩 건넜다. 천천히 그리고 간신히.
건너고 보니 웬지 낯 익다, 석룡산 산행 후 내려 딛던 곳이다. 화악산과 석룡산으로 가는 갈림길인 것이다.
아는 길을 만나니 이제 맘이 좀 놓인다. 38교까지는 아직도 3.7km가 남았다.
시간은 4시 반이 가까워오고, 아직도 한 시간 이상을 더 가야 한다.
길은 아는 길 이지만 아래로 향하며 여러번을 계속하여 계곡물을 이리 건너고 저리 건넌다.
석룡산 산행하던 6월 초만 해도 비가 내리지 않아 수량이 적었지만 지금은 수량이 가장 많을 때다.
조무락골은 계곡물이 맑고 수량 풍부한 곳으로 이름난 곳이다.
집중호우라도 쏟아져 물이 더 불어나는 날엔 건너 다니지 못하겠다, 급물살에 떠내려 가기 십상이다.
38교를 10분 거리 남겨논 지점, 1진 후미대장과 마주쳤다. 오전에 애기봉 가기 직전 능선 삼거리에서
애기봉 다녀 오는 대장을 만났던 대장이다. "2진 대장 뒤에 있으니 안심하고 먼저 가겠노라" 하고 떠났었다.
"랜턴과 물 챙겨 넣고 누님 찾으러 나선 건데 회장님 못 만났어요? 누님 전화도 안되고,
회장님은 내려오는 사람들 기다린다고 벌써 아까부터 계곡에 올라가 계신데요."
나 한 사람 때문에 비상이 걸렸단다. 산행 시작부터 길이 없어 헤멘 걸 아는지라 하산 시간 다 되어 마중 갔단다.
"그러게 진작부터 같이 다녔으면 이렇게 여러사람 고생 안 하잖아요.
대장님이 먼저 가시면 어떻게 해요? 2진 대장은 얼굴도 못 봤는데."
어쨌거나 이렇게 아무 탈없이 하산하여 반갑고 고맙단다. 미안한 건 내 쪽인데.
다 내려와 들으니 갈림길에 깔아 놓았던 표시지는 2진 대장이 다 하산 한 줄로 알고 집어오고,
2진 일행들은 너무 힘들어 애기봉 정상 가기를 포기하고, 중봉 정상도 안 밟고 하산 했단다.
2진 대장은 "당연히 앞에 먼저 가신 줄 알았어요." 애기봉 간 사이에 모두 중봉으로 먼저 가버린 것이다.
계곡에서 기다리고 있다는 회장님은 무전기와 전화로 연락하니 한 시간 뒤에 도착.
서로 엇갈린 걸 보니 표시지를 만났던 곳에서 좌측으로 난 길 어디선가 기다린 모양이다.
그쪽으로 하산했다는 사람도 몇 있고 2진 대장도 그쪽으로 오며 절벽 바위를 간신히 내려 왔다며
"그쪽으로 안오시길 참 잘하셨어요." 한다. '혼자 그리 왔으면 큰일 날뻘 했군, 휴~ 그래서 회장님이 그곳에서 기다렸나보군,'
산행 소요시간 8시간으로 많이 걸렸어도 신나고 즐겁기만 한 화악산 산행이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 "언니 초롱꽃 찍었어요? 예쁘지?"
"당연히 찍었지, 그런데 왜?" 묻는 폼이 어째 좀 이상하다. 다른 날은 아무리 예쁜 꽃을 봐도 물어 본 적이 없었다.
"언니 그꽃 내가 몇 뿌리 캐 왔다, 집에다 심어 보려고."
"아니 뭐라구? 정말이야?" 놀래서 물으니 봉투 안에 숨긴 꽃을 보여준다. 이럴 수가...
"산행하는 사람이 그런 귀한 것을 뽑아 오면 어떻게 해? 환경이 다르면 살기 힘든 건데,
얼른 뿌리 내려 잘 키워서 빨리 제자리에 갖다 심어. 다른 사람들도 볼 수 있게."
그것도 꽃이 예쁜 모양으로 핀 것을 골라서 캤단다,
"어쩐지 사진 찍을 때 예쁜 모양이 없더라니... 아이구 불쌍한 것들 어쩌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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