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와 글

이 해인- 바다여 당신은, 그해 여름의 생각의 씨앗을, 고마운 여름

opal* 2008. 7. 14. 21:39

 

바다여 당신은

 

                                        이 해인

 

내가 목 놓아 울고 싶은 건 가슴을 뒤흔들고 가버린 거센 파도 때문이 아니다

한 밤을 보채고도 끊이지 않는 목 쉰 바람소리 탓도 아니다

스스로의 어둠을 울다 빛을 잃어버린 사랑의 어둠

 

죄스럽게 비좁은 나의 가슴을 커다란 웃음으로 용서하는 바다여

저 안개 덮인 산에서 어둠을 걷고 오늘도 나에게 노래를 다오

세상에 살면서도 우리는 서투른 異邦人

 

언젠가는 모두가 쓸쓸히 부서져 갈 한 잎 외로운 혼임을

바다여 당신은 알고 있는가

영원한 메아리처럼 맑은 餘韻 어느 彼岸 끝에선가 鐘이 울고 있다.

 

어제와 오늘 사이를 가로  누워 한 번도 말이 없는 묵묵한 바다여

잊어서는 아니될 하나의 노래를 내게 다오

당신의 넓은 길로 걸어가면 나는 이미 슬픔을 잊은  행복한 작은 배

 

이글거리는 태양을 화산 같은 파도를

기다리는 내 가슴에 불지르는 바다여

폭풍을 뚫고 가게 해 다오 돛폭이 찢기워도 떠나게 해 다오

 

 

그해 여름의 생각의 씨앗을 

                                 

                                                  이 해인

지금껏 제가 만나왔던 사람들
앞으로 만나게 될 사람들을 통해
만남의 소중함을 알게 하시고
삶의 지혜를 깨우쳐 주심에 거듭 감사드립니다.


하고 싶지만 꼭 해야 할 일들을
잘 분별할수 있는 슬기를 주시고
무슨 일을 하든지 그 일밖에 없는 것처럼
투신하는 아름다운 열정이 제안에 항상
불꽃으로 타오르게 하소서

제가 다른이에 대한 말을 할 때에는
사랑의 거울 앞에 저를 다시 비추어 보게 하시고
자신의 모든 것을 남과 비교 하느라
갈 길을 가지 못하는 어리석음으로
오늘을 묶어 두진 않게 하소서


어제의 열매이며 내일의 씨앗인 오늘
하루의 일과를 끝내고 잠자리에 들 때에
어느날 닥칠 저의 죽음을
미리 연습해 보는 겸허함으로
조용히 눈을 감게 하소서


모든 것에 감사했습니다
모든 것을 사랑했습니다
나직이 외우는 저의 기도가
하얀 치자꽃 향기로
오늘의 잠을 덮게 하소서

 

 

고마운 여름

 

                                이 해인

 

푸른 잎으로 그늘을 만들어 주는 나무들이 새삼 고마워서
"나무야, 나무야" 친구를 부르듯이 정답게 불러 봅니다

 

나의 땀을 식혀 주는 한 줄기 바람이 새삼 고마워서
"바람아, 바람아" 노래를 부르듯이 정답게 불러 봅니다

 

장마 뒤에 쨍쨍 내리쬐는 햇볕이 새삼 고마워서
"해님, 해님" 하느님을 부르듯이 반갑게 불러 봅니다

 

해 아래서 해에 익은 둥근 수박 여럿이 나누어 먹으면
크게 넓게 둥글게 열리는 마음

 

지구 모양의 수박을 먹을 때마다 지구 가족 우리 가족
하나 되는 꿈을 꾸는 고마운 여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