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

비염과 호박 중탕

opal* 2008. 9. 17. 22:51

 

추석 이틀 전 친정에 온 딸래미, 오자마자  소파에 벌러덩 눕는다."엄마 코가 막혀 잠을 한 잠도 못 잤어요.

콧물이 흘러 머리를 들 수가 없어요."밤새도록 고생했을 딸 생각하니 마음이 아파 온다. 

 

추석 날 오후, 명절날 저녁 때면 늘 친정에 오던 딸이 안 온다. '시댁에서 일 마치고

저녁 늦게라도 꼭 오더니 무슨 일이 있는 걸까?' 집으로 전화하니 안 받고, 휴대폰은 사위 것까지 불통,

 

성묘 다녀온 식구들과 저녁 먹으며  "아무래도 현아 집에 다녀와야 할라나 보다." 했더니

큰아들 "엄마, 하루만 참아 보세요, 내일 오던지 무슨 소식 있겠지요." 한다.
며늘은 며늘 대로 친정에서 전화가 온다.
며늘도 명절날이면 큰댁에 가 차례 지낸 후 성묘 다녀와 저녁 먹고 친정에 가서 자고 다음날 오후에 온다. "사나흘 고생했으니 친정에 가 푹 쉬고 오려므나."

 

지방에서 혼자 생활하는 막내는 아침에 가는 것보다  밤에 미리 가는게 편하다며 성묘 다녀와 저녁먹고,

한 숨 자고 일어나 자정 넘어 출발.

 

다음날 아침 벨이 울린다. "어머니 아침 드셨어요?"  "그래 먹었다,"  "우리 오늘 실미도에 다녀 오려구요,

그쪽엔 차가 덜 밀릴 것같아 언니랑 다 같이 놀러 나갈 준비 하고 있어요."

"그래 잘 갔다 오너라, 어딜 가던 재미있게 놀다 오너라. 원우 피곤하지 않게 하고."

 

딸 한테서도 전화가 온다, "엄마 어제 전화 하셨어요? 무슨 일 있어요?" 한다. 

"일은 무슨 일, 올 사람이 안오니까 궁금해서 해봤지." "어제 시댁에 늦도록 손님이 오셔서 바빴어요,

큰 동서는 시숙 출근 하신다며 일찍 집에 가셨고요."  "그랬니? 그럼 참 잘 했다. 그런 걸 난 또

네가 비염으로 고생하여만사가 귀찮아 먹지도 않고 드러누워 있는 줄 알고 걱정 했단다.

못오면 못 온다고 전화라도 주었으면 걱정을 덜 했을 텐데..." "미안해요 엄마, 있다가 갈께요."  "휴~  "

 

삼복 더위가 지나 더위가 한 풀 꺾인듯 아침 저녁은 서늘 하더니

추석이 지난 요즘 낮 기온이 도로 30'C까지 올라 늦더위가 맹위를 떨친다.

 

추석 지나면 서늘하던 기온, 다시 여름이 온듯 한낮의 햇살은 뜨겁고  낮 기온이 요즘 물가 오르듯

덩달아 오른다.여름이 유난히 덥더니 늦더위가 찾아와 기승을 부린다.

 

추석 전후로 날씨가 서늘하여 환절기가 되면  식구 중 두 사람, 아빠와 딸은 어김없이 비염으로 고생을 한다.

 

추석 전날 송편 만들러 큰댁에 가 큰 동서에게 애기하니 추석날 아침 차레 지낸 후

잘 익는 커다란 늙은 호박 네 덩이를 주신다.

 

추석 연휴라 물건을 구입 할 수 없기에 기다렸다가 어제 문을 연 mart에 가 콩나물, 무우, 통 도라지, 생강, 등 구입, 집에 있는 호박 두 덩이와 배, 대추 함께 깨끗이 손질하고 큼지막하게 토막내어  커다란 들통에 넣고 밤새도록 약한 불에 올려 놓았다. 호박이 크고 양이 많아 들통 두곳에 나누어 담았다.

 

아침에 일어나니 호박 중탕물 끓는 소리가 뽀글뽀글 나며 냄새가 온 집안에 진동을 한다.한 낮, 너무 뜨거워 금방 짤 수 없어 식기 바라는 참인데 딸이 왔다. 추석 연휴에 왔다가 깜빡 잊고 못 가져간 책들 가지러 왔단다.

 

"너 참 때맞춰 잘 왔다,""왜요?""너 주려고 밤새도록 가스불 켜 놓고 호박 중탕 해 놨는데 짤 일 걱정 하고있는 중 이란다.""하는 끝에 엄마가 다 해서 주시지... 엄마가 해 주는게 먹기 좋은데~~" "엄마가 아주 짜서 다 해주면 좋겠다만 엄마는 손 악력이 약해져 짜기 힘드니 힘센 네 손으로 짜서 먹으렴.""고마워요, 엄마, 잘 먹을 께요."

 

양약으로는 말 안듣는 비염, 가을이면 년중행사 치르듯 만드는 호박 중탕이다.

 

예전에 내가 한 번 비염에 걸려 혼 난 적이 있었다. 기력이 떨어져 그랬는지 이유는 알 수 없지만.코가 막혀 숨을 쉴 수 없어 밤새 앉아 밤 새우기를 며칠 계속. 이웃에 사시던 큰 동서께 애기하니 "그거 어렵지 않으니 한 번 해 먹어봐" 호박과 무우, 콩나물, 배. 이것이 기본이라며 모두 손질하여 물 한 방울 넣지 말고 밤새 불 위에 얹어 놓았다가 아침에 식혀 짜 먹으란다.

 

커피잔으로 하루에 서너 번 먹으니  그렇게 몇 날을 잠 못자며 고생하던 날들이 '언제 그랬더냐' 다.이렇게 좋은 것 혼자 먹는 것 같아 미안한 마음에 남편에게 주니 "이게 무슨 약이 된다고?"한동안을 안 받아 먹던 사람이 내 고생않고 잠 잘 자는 것 보더니 맘이 달라지는지 받아 마신다.다음 해부터는 중탕을 하여 다 먹고 없어 질 때면 "더 마실 것 없나?" 하며 아쉬워 하게 되었다.

 

밤새도록 끓여 식힌 것, 낮에 일이 있어 외출하고 와 저녁에 짜기 시작하니남편, 재채기가 나 약 먹으려고 하니 먼저 달란다. 그 동안을 어떻게 참아 왔는지...

 

며늘과 둘이 한 방울이라도 훼손 안되도록 조심하며 다 짜 놓으니 맘 편하다.원우도 피곤하면 감기가 가끔 들어 걱정 했으니 열심히 잘 먹이라 부탁하고 양은 많지 않아도 아범도 열심히 먹으라 했다. 전에 내가 마시고 효험을 본 일이 있어 가을이면 으례 년중행사 치르듯 자꾸 만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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