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行 日記

백암산, 내장산 무박 종주

opal* 2008. 11. 9. 01:42

 

"자, 그만 일어나세요, 라면 끓여 드릴테니 밥과 따뜻하게 드시고 산행 하세요."

어제 저녁 열시 반 출발하여 새벽 두 시, 내장산 3 주차장 야영장 도착.

한 치 앞도 안 보이는 어둠, 三更 지난 四更(하룻밤을 오경으로 나눈 넷째 부분, 새벽 1시에서 3시 사이),

자동차 불빛 비춰가며 간단한 야식 먹고나니 내장사에서 백양사로 가는 길 추령을 넘어 캄캄한 길 어딘가에 내려 놓는다.

 

길 옆으로 커다란 돌이 있어 불 비춰 보니 '강선 마을'이라 써 있다(03:30).  곡두재를 들머리로 잡은 줄 알았는데 다른 곳, 

길 건너로 호남정맥 줄기가 이어지는 곳이다. 지도에는 가까운 곳에 감성굴재가 있다.

콘크리트 길 따라 조금 걷다 "이곳에서 올라가세요, 가시다 언덕 넘기 전에 우측으로 올라 가셔서 묘지 옆으로 가세요."하며

가이드는 차 있는 곳으로 돌아간다. 선두 대장과 일행들 캄캄한 밤인데도 뛰다시피 걷는다.

 "후미 대장님, 오늘 잘 부탁 드려요, 어둡기도 하지만 오늘 가는 산행길이 초행길이거든요."

"네에, 잘 돌봐 드릴테니 페이스 대로 걸으세요, 앞 사람들 쫓아 오버 페이스 하시면 나중에 힘들어 집니다."

"대장님 고맙습니다."

 

'도대체 이게 뭐람? 내장산 따로 백암산 따로 모두 다녀 봤으면 되었지 굳이 이 밤에 잠 못자며 이렇게까지 다녀야 되나?'

사방이 캄캄하여 아무것도 안보이니 자신에게 중얼 거린다, 누가 시켜서 하라면 과연 할 수 있을까?'

 

한참을 앞에 걷던 선두그룹 되돌아 온다, 길을 잘 못 들어선 것 같단다, 묘 앞에서 어디로 가라 했는데, 묘지들 있는 곳이 

두 군데라야 말이지, 길이 분명하게 나 있는 것도 아니고, 어디 리본 매달렸나 잘 보라는데 이 밤에...

이리 저리 헤메다 이곳 같다며 선두들 또 달려 나간다.

 

달려가면 뭘하나, 한참을 가다 또 뒤로 돌아서서 길 찾는다. 캄캄한 밤, 머리에 불달린 도깨비들 같다.

"뒤에 몇 명 오시나요? 여자 세 분 모두 뒤에 계신가요?" 워키토키로 선두대장 음성 들린다.

"네, 여자 셋 남자 둘 모두 다섯 명 입니다."

"그러면 되었어요, 나머지 남자 아홉 명은 모두 여기 선두에 있습니다. 길이 험하니 잘 따라 오시기 바랍니다."

"잘 알겠습니다." 중간팀 없이 속도 빠른 선두와 후미 두 팀으로 나뉘어졌다.

뒤에 있는 중간팀 후미팀 두 대장님들, 속도에선 뒤지지 않는데 대장 책임감에 뒤에 가고 있는 것이다. 

 

가파른 오르막, 뒤로 미끄러지는 횟수가 많아진다. 네 발로 기어 오르니 용아장성 능선에 오를 때 생각이 난다.

바위틈 비집고 오르기를 안간힘 쓰며 간신히 오른다, 사람이 많이 다니는 곳이 아니라 그 흔한 밧줄하나 없다. 

"백양사로 해서 올라가면 길 좋고 편할텐데 왜 이런 길로 가야 하나요?" 너무 힘들어 한 마디 하니

"저도 모르죠, 하라는 대로 하는 거니까요."   

 

산행시작 두 시간 경과, 처음으로 등산로 안내판을 만났다, 드디어 능선에 올라섰나 보다.

좌측으로 가면 백학봉, 우측으로 가면 구암사, 두 길 외면하고 직진하여 오르니 헬기장(721m)이다.

 

헬기장에서 십분 쯤 더 오르니 멋진 소나무 두 그루 있는 곳, 이제야 알겠다. 봄에 와 기념 사진 남긴 곳 이다.

작은 소나무 아래로는 등산로에 넓은 나무 계단을 깔아 놓아 봄에 왔을 때와 달라졌다.

한참을 내려 가다 다시 오르니 우측으로 순창새재 이정표(순창 새재 2.4km)가 있다.

내장산으로 가야할 곳이라 신경 써가며 걷다 만나니 반갑다, 내겐 초행길이 되는 곳이기 때문이다.

 

순창새재 가는 이정표 바로 위, 바위로 된 상왕봉(백암산,741m)에 올랐다. 

오전 여섯 시 십분이 지났는데도 이마 위에 달린 랜턴, 제 하는 일을 여전히 끝내지 못하고 있다. 

오는 동안 이곳에서 일출 보기를 원했는데 너무 일찍 도착 한 것인지, 날씨가 흐려 그런지...

환한 시간이면 사자봉 입암산 내장산, 멀리서나마 골고루 돌아 볼텐데, 기념 한 장 남기고 돌아섰다.

 

상왕봉(백암산)에서 순창 새재로 내려서는 등산로는 잠시 무척 가파르다. 첫 발을 이렇게 힘들게 맞이해 주다니.

순탄한 능선따라 낙엽길 걷다보니 날이 밝아오며 나무 사이로 입암산이 가까이 보인다. 사진 찍기에는 빛 부족.

다른 나무들은 잎이 거의 다 떨어져 나목으로 변하고 단풍나무의 붉은 빛이 보이기 시작한다.

 

산행 시작 세 시간 반, 상왕봉에선 한 시간 남짓 순창새재 도착(07:00). 넓은 쉼터 낙엽 위에 앉아 잠시 휴식,

참 빨리도 달려 왔다. 이곳을 지나보고자 잠 설쳐가며 참석 했는데 오는 동안 주변을 볼 수 없는 유감이 있다.

이곳에 와 보니 감으로만 잡던 산 위치를 자세히 알겠다. 입암산 갓바위에서 Gas 속으로 바라보던 내장산과 백암산,

백암산 상왕봉에서 운무 속에 바라보던 내장산과 입암산 위치가 확실하게 입력이 된다.

이곳에서 좌측으로 가면 장성 새재를 만난다. 입암산성 갈 때 오르던 곳이다.

어떤이는 배 고프다며 준비해준 김밥 먹는데, 한참 잠들어 있을 시간에 먹은 라면이 이제 소화 되는지 식욕이 동하질 않는다.

과일 한 조각에 떡 하나, 물 한모금으로 간신히 우겨 넣고 일어섰다.

 

좌측으로 입암 4.2km, 뒤로 상왕봉 2.3km, 우측으로 내장산 까치봉 3km, 우측으로 방향 잡아 골짜기 따라 내려가니 

날이 밝아져 모두 잘 보인다. 하산하여 할 일 많다며 총무와 한 사람 먼저 치고 나가고 세 사람만 남았다.

순창새재에서 십 분 쯤 걸어 소둥근재, 거리는 2.1km, 죽은이의 넋을 기리는 동판이 바닥에 박혀 있다.

 

이곳에서 좌측으로 방향을 돌려 가파른 산비탈 오르막을 지그재그로 올라가며 고도를 높힌다. 

다시 땀이 줄줄 흐르며 말랐던 옷이 또 젖는다. 와 닿는 바람이 차다. 시선을 돌려 오던길 바라보니 능선과 

순창고개 지점을 알겠다. 우측으론 내장산이 어서 오라며 손짓한다. 떡갈나무 누런 갈잎이 지표면 바닥을 덮고 있다.

선두에서 연락 오길 선두그룳도 두 팀으로 나뉘어 몇 사람은 신선봉쪽으로, 또 한 팀은 까치봉 도착 했단다.  

 

전망 보이는 능선에 오르니 반대에서 오는 사람들 만난다. 추령에서 04시 반에 출발 했다니

같은 시간에 떠나면 순창고개에서 만나지 않을까 싶다.

능선 위로 검은 이끼가 잔뜩 낀 큰 바위덩이에 올라보니 앞으로는 내장산으로 이어지며 높아지는 능선과 신선봉,

내장산 입구 골짜기까지, 남에서 거쳐온 백암산은 상왕봉에서 백학봉까지, 서쪽으론 입압산, 사방으로의 조망이 거침 없다.

 

앞 사람은 오르막이 힘들다며 그냥 가 버렸는데 그냥 지났쳤으면 아까울뻔 했다.

내장산 도착하면 어느쪽으로 갈까 망설였는데 까치봉으로 가야 편할 것 같다. 

 

08:05, 드디어 내장산 도착, 신선봉과 까치봉 사이 능선이다. 다섯 시간 반 소요, 하루 산행으로도 충분한 시간이다.

 

우측으로 가면 내장산 정상인 신선봉과 장군봉에서 추령으로 이어지는 능선, 이쪽 방향 산행 한지는 오래 되었지만

좌측 까치봉 쪽으로 방향으로 돌렸다. 2년 전 날씨 쾌청한 10월, 서래봉 매표소에서 올라 까치봉으로 왔었다.

체력 봐가며 여차하면 하산 하기로 하고 이번엔 반대로 돈다. 날카로운 이빨같은 바위들이 능선에 늘어서 있다.

뒤로 보이는 까치봉 정상에 많은 사람들 보인다.

 

까치봉의 절벽 바위를 쳐다보며 아래로 내려섰다 다시 오른다, 까치봉(717m) 도착.

 '내장산 서쪽 중심부에 두 개의 바위 봉우리로 이루어져 있으며 봉우리 형상이 까치가 날개를 펴고 있는 모습과 같다'하여

붙여진 이름, '내장산의 제 2봉으로 백암산을 연결하는 주봉이며, 내장 9봉이 까치봉을 중심으로 동쪽을 향해 이어지면서

 말굽형을 이루고 있다.' 까치봉에 대한 설명 안내판 아래 잠시 땀 식히며 물과 간식 시간 갖는다.

고도가 높아 바람이 차가워 금방 추위를 느낀다. 옷 하나 더 걸치고 다시 출발.

 

내장산의 아홉 봉우리가 다 조망 되는 연지봉(670m)을 거쳐 망해봉으로 발을 옮긴다. 

<未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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