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와 글

정 지용- 고향, 저녁햇살, 그의 반, 호수, 무어래요.

opal* 2008. 11. 10. 12:53

 

 

故  鄕

                                   정 지용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고향은 아니러뇨.

산꽁이 알을 품고
뻐꾸기 제철에 울건만,

마음은 제고향 지니지 않고
머언 항구로 떠도는 구름.

오늘도 메끝에 홀로 오르니
흰점 꽃이 인정스레 웃고,

어린 시절에 불던 풀피리 소리 아니 나고
메마른 입술에 쓰디 쓰다.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하늘만이 높푸르구나.

 

 

저녁 해ㅅ살

                                         정 지용

불 피여으르듯 하는 숲
한숨에 키여도 아아 배곺아라.

수저븐 듯 노힌 유리컾
바쟉바쟉 씹는대도 배곺으리.

네 눈은 高慢스런 黑단초
네 입술은 서운한 가을철 수박 한 점.

빨어도 빨어도 배곺으리.

술집 창문에 붉은 저녁해ㅅ살
연연하게 탄다, 아아 배곺아라
.

 

 

그의 반

                                          정 지용

내 무엇이라 이름하리 그를?
나의 령혼안의 고흔 불,
공손한 이마에 비추는 달,
나의 눈보다 갑진이,
바다에서 솟아 올라 나래 떠는 金星,
쪽빛 하늘에 힌꽃을 달은 高山植物,
나의 가지에 머물지 않고
나의 나라에서도 멀다.
홀로 어여삐 스사로 한가러워―항상 머언이,
나는 사랑을 모르노라 오로지 수그릴뿐.
때없이 가슴에 두손이 염으여지며
구비 구비 돌아나간 시름의 黃昏길우―
나― 바다 이편에 남긴
그의 반 임을 고히 진히고 것노라.

 

 

 

 

무어래요

                                 정 지용

한길로만 오시다
한고개 넘어 우리집.
앞문으로 오시지는 말고
뒤ㅅ동산 새이ㅅ길로 오십쇼.
늦은 봄날
복사꽃 연분홍 이슬비가 나리시거든
뒤ㅅ동산 새이ㅅ길로 오십쇼.
바람 피해 오시는이 처럼 들레시면
누가 무어래요?

 

 

정 지용

 

1903 5월 15일 충북 옥천에서 태어남

휘문보고 재학중 박팔양등과 함께 동인지 <요람>발간

쿄오토 도오시샤대학(同志社大學) 영문과 졸업  
1930 <시문학>동인  
1933 <카톨릭청년>편집고문 역임  
1946 조선문학가동맹 중앙집행위원  
1950 납북  

주요 저서 시집 목록
시집 <정지용 시집>    시문학사  1935
시집 <백록담>    문장사  1941
시집 <지용시선>    을유문화사  1946
평론집 <문학독본>    박문출판사  1948
평론집 <산문>    동지사  1949
시집 <정지용전집>    민음사  1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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