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行 日記

쇠뿔 바위봉

opal* 2009. 3. 24. 00:18

 

.

코스 : 가락 저수지 - 비룡상천봉 - 쇠뿔바위봉 - 안부 - 지장봉 - 새재 -청림리(5시간30분)

 

변산하면 월명암을 품고있는 쌍선봉, 분옥담과 직소폭포 거쳐 내소사를 품고 있는 관음봉 산행이 보통이지만

오늘은 쇠뿔바위봉 산행이다. 외변산의 채석강이나 내변산 내소사의 유명세에 가려진 낮으막한 산이지만,

쇠뿔 바위봉(牛角峰, 475m)은 변산 8경 중 제 1경인 비룡상천봉에 속해 경치가 빼어나다.

 봉우리 모양이 쇠뿔처럼 생겼다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부안군 상서면에 위치한다.

 

春來不似春(봄이 왔지만 봄 같지 않다), 예전부터 이런 말이 있었음은 결국 "봄은 춥다" ?

 요즘 며칠 제법 따뜻하더니 서울지역 - 3˚C 꽃샘추위로 한파주의보까지 내린 아침이다.

오랜만에 서해안 고속도로 입구 서부 간선도로 들어서니 도로변에 군락을 이룬 개나리 완전히 노랗다.

오는듯 하다 슬며시 가는게 봄이라며 꽃들은 봄을 알리건만 추위가 몸을 웅크리게 만든다.  

산불조심 기간으로 산행지 잡기가 힘든 계절이라 요즘은 지역 축제를 겸한 一石 二鳥 산행을 하고 있다.

지난 주 산행은 매화축제가 열리는 광양 백운산, 이번엔 쭈꾸미 축제가 열리는 변산지역 산행이다. 

 고속도로 진입하여 잘 달리던 버스,  정비가 미흡했는지 이상이 생겨 행담도에서 30분 넘게 지연되었다.

 

1868년 흥선대원군 시절 남연군묘 도굴사건의 주역인 오페르트가 차이나호를 타고 와서 상륙했던

역사적인 섬이라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어 기념물이라도 잠깐 둘러볼까 하여 안내소에 들어가 물으니,

젊은 아가씨 그런것 없다며 아예 모르는 눈치다. 

나중에 시간이 되면 역사관에 한 번 들려 보기로 하고 차에 올라 다시 출발. 

 

가락저수지가 있는 들머리 도착하니 10분 전 11시, 4년 전 2005년 3월에 한 번 왔던 곳으로 기억이 흐리다. 

바람에 이는 파문과 물빛이 어우러진 가락저수지 옆에서 스트레칭으로 몸풀고 들머리 치고 오르니

춘란은 봉오리 달린 꽃대를 자랑하고 진달래가 만개하여 반긴다. 

이정표는 없고 갈림길이 많아 가능하면 같이 다니라지만 오르다 보면 선두 후미 나뉘어 지게 마련이다.

 

20여 분 올라 바위에서 돌아보니 야드르르한 보리밭과 저수지 물빛 초록으로 동색되어 

들판 이룬 사이로 우리가 온 길 내려다 보이니 바람 없이도 시원스럽다. 

 

능선 좌측으로 늘어진 소나무 가지 사이 멀리 우금산이 조망되며 Sky line 이루고, 앞에 겹쳐진 산들은 수묵화로 채색되어

벽에 걸린 한 점 그림 같다. 우금산의 우금 산성은 자연석과 돌로 쌓은 석성, 백제 의자왕 20년 (660년) 무렵에

 백제 부흥을 위해 복신 장군이 나당 연합군의 김 유신, 송정방과 맞서 치열하게 싸우다 패배한, 백제 최후의 항거 거점이란다.

정상 우금바위 아래엔 보물 제 292호인 대웅전과 전북 무형문화재 제 179호 응진전 16나한상, 

보물 제 1269호 영산회괘불탱 및 초본, 범종각, 요사채등이 있는 선운사 말사인 개암사가 있다. 

 

능선따라 걷다보니 이번엔 우측 멀리 아주 작게 의상봉(508.6m) 꼭대기 시설물이 보인다. 

변산에서 제일 높은 봉우리지만 공군 레이더 기지가 있어 산행은 금지된 곳이다.

의상봉 우측 아래로 이어지는 능선 아래  공사 중인 새만금 방조제가 시원스레 조망된다.

새만금은 전북 김제 군산 부안 앞 바다에 방조제를 세워 갯벌을 땅으로 바꾸는 간척사업지이다.

십 여년 전 처음 출발은 정치적 이유로 쌀농사 흉작시 쌀 공급이 목적이었지만 지금은 쌀이 개방된 상태다. 

개발로 인한 갯벌과 생태계 파괴로 환경단체의 개발 반대 목소리가 높은 곳, 

우리나라 지도를 다시 그려야 할 33km의 세계에서 가장 길다는 방조제 사업은 아직 다 끝난 상태가 아니다.

 

능선으로 이어지는 등산로 옆으로 묘지가 수 없이 많은걸 보면 명당자리가 많은가 보다.

의상봉을 바라보며 잠시 조망 감상 중, 뒷사람 기다려 주는 중간 대장한테 선두대장으로 부터 교신이 온다.

"대장님 동점 이래요,~~~"

"와~~~"

미국 캘리포니아 LA 다저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제 2회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

일본과의 결승전 중계 방송을 차 안에서 보며 들머리까지 왔다.

사정이 있어 산행에 참석 못한 회원이 방송보며 전화나 문자로 보내오는 대로 무전기로 교신 나눈다. 

2:3으로 뒤진 상태에서 3:3 동점을 만들었다며 한바탕 환호소리 지른다.    

 

부르러운 육산 같으면서도 아래는 바위로 이루어진 능선, 비룡상천봉이란 명칭은 있으나 뚜렷한 특징 없는 능선은

나무에 가려져 조망 없이 봉우리 느낌을 못받아 그냥 지나치게 된다. 

거친 바위 암릉을 딛은 후 고래 바위 나타나며 좌측으로 쇠뿔바위봉 동봉이 우뚝 솟고 우측 서봉 위에 산님들 조망 감상하기 바쁘다.

고래바위에서 뒤돌아보니 지나온 능선 아래가 리아스식 해안처럼 생긴 바위들이 들쭉날쭉 병풍바위를 이룬다.

서봉으로 먼저 가 보니 조망은 빼어나나 변변한 정상석 하나 없다. '서쇠뿔바위봉, 해발 430m, 새마포 산악회' 라고 적힌

하얀 널판지가 바위와 바위사이 소나무 가지에 걸려 있다.  또 한 곳엔 갈색 직사각 널판지에 세로로

 扶安 牛角峰 475m 라고 써서 나무에 걸어 놓았으니 어느 높이가 맞는 건지, 걸어논 위치가 달라 그럴까?ㅎㅎ

 

오르막부터 조망되는 의상봉은 제일 높은 봉이지만 군사시설이 있어 출입이 통제되므로  쇠뿔바위봉이 가장 아름답다.

북쪽에서 남쪽을 향해 걷는 능선은 그다지 높은 느낌이 없으나

남쪽 아래에서 북쪽을 향해 위로 바라보면 아찔한 절벽 상태로 보여 대단히 거칠고 위험스럽게 보인다.

 

쇠뿔 바위봉은 동봉과 서봉으로 나뉘어 솟아있다. 북쪽에서 남향으로 걷다보면 고래처럼 생긴 바위를 거쳐

서봉을 오른 후 두 봉 사이 골짜기 안부로 내려섰다가 다시 동봉을 오르게 된다.

직벽에 가까운 가파른 경사면에 십 여m의 밧줄이 매어져 있으나 오르내리기에 크게 어렵진 않다.

 

서봉에서 조망되는 의상봉, 그 아래 '사람人'字 바위, 그 뒤로 부안호, 동봉에서 조망되는 서봉의 경사면, 그 뒤로

쌍선봉과 월명암, 청림쪽으로 보이는 우금산 등 조망은 백미다. 백제의 마지막 항거지 우금 산성의 우금암이 경관을 돕는다.

 서봉에서 고래바위를 거쳐 동봉, 지장봉, 투구봉으로 이어지는 암릉코스가 산행 즐거움을 배가 시킨다. 서봉과 동봉사이 

암벽면 급경사 골짜기 따라 내려딛고 우측으로 암봉 밑둥 따라 암반을 걷다 돌아보니 암봉이 장관으로 올려다 뵌다.

 

바위지대는 길이 뚜렷하지 않아 주의 해야 한다. 다시 숲으로 들어서서 구불구불 산 중턱 오솔길을 걷고 있으니

앞에 걷는 일행 모습은 나무에 가려 보이진 않아도 또 한차례 함성이 들린다.

리시버를 귀에 꽂은 일행이 야구소식을 또 알린다. 2;3으로 뒤진 상태에서 9회말 공격을 맞아 패색 짙은 한국은

3:3으로 동점 이루더니 이젠 연장전으로 몰고 간다며 꼭 이길 것 같은 기분인지' 대~한 민국'을 외치며 응원한다.

 3:3으로 팽팽하던 10회 초 일본은 2타점 중전적 시타로 승부를 결정 지었다.

 

청림리로 바로 하산하기엔 거리가 약간 짧아 사람人字 바위봉 앞 지장봉으로 향한다. 전에 왔을 때와 다른 하산 길이다.

지장봉의 거친 바위봉 꼭대기는 오를 수 없고 지나온 쇠뿔바위봉 바라보니 장관이다.

오면서 보이던 모습과 또 다른 멋이 숨어 있었다. 청림리 마을로 다 내려서서 올려다 본 바위는 이름 그대로  '牛角峰' 이다.

 

하산 하기만을 기다리던 버스, 마지막 산님 태운 후 이번엔 입맛 즐기러 곰소항으로 직행,

지난해 봄 관음봉 산행하던 날도 들렸었던 회원의 지인이 운영하는 곳으로 가 특별주문 해산물로 포식하고

복분자까지 얻어 해 넘긴 후 귀가행 차에 오르니 오늘 하루 또 이렇게 행복감 대만족이다.   

다음산행이 기다려질 수 밖에 없는 오늘 하루, 범사에 감사 드린다. 

'山行 日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주작산 동행인 조 현숙님 글  (0) 2009.04.19
시산제 산행, 홍성 용봉산  (0) 2009.04.07
멀고도 먼 광양 백운산  (0) 2009.03.17
새해 첫 단체 산행  (0) 2009.01.06
기축년 새 날 첫 산행.  (0) 2009.0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