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배령에서 방태산으로
우리나라 오지 중의 오지 설피마을을 지나거나 대간 길 점봉산에서 진동리로 내려오며 만나는 곰배령.
설악산 대청봉의 서남쪽에 위치, 암봉이나 암벽 많은 설악과 점봉산에 포함된 산이지만
작은 점봉산으로 이어지는 넓은 초원 곰배령은 흙이 많아 아주 부드러운 육산이다.
2007년 여름 야생화 트래킹으로 한 번 다녀왔던 天上 花園,
희귀하거나 멸종위기 종 등 많은 식물들이 공존하며 자생하는, 생태계 자원이 잘 보존되어 있는 곳이다.
강원도 인제군 기린면 진동리 설피마을은 겨울이면 눈이 많아 설피를 신어야만 다닐 수 있던 곳,
야생화 만발한 계절도 좋지만 적설량이 많아 겨울산행지로도 적합한 곳이다.
쾌청한 날씨, 성애가 하얗게 낀 차창을 호호 불거나 손으로 녹여 창 밖 눈쌓인 겨울 풍경 감상하며
지난주 산행 때 많은 눈속에 묻혀 추위에 떨며 설경에 잠기던 계방산 이야기 꽃 피우며 달린다.
포장 도로엔 눈이 없으나 구불 구불한 길 오래 달리니 멀미하는 사람들 늘어난다.
비포장 들어서니 쌓인 눈이 다져저 반질반질, 꼬드득 꾸드득 꼬드득 꾸드득~
얼어붙은 눈위로 아이젠 착용한 발걸음 소리는 제복의 군사들보다 더 씩씩하고 우렁차게 들린다.
들머리 입구 도착하니 10:40, 초록색 컨테이너 박스 안에서 산림청 관리인 나오며
"이곳은 들어갈 수 없습니다."
"네에? 겨울이라 눈이 많아 산행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요? "
"산행 하려면 산림청에서 발급하는 증명서 받아 오십시요."
이곳은 1년 내내 산행이 금지된 곳, 재작년 여름에도 증명서 없이 왔다가 산행 했었다.
옥신 각신하며 시간 흐른다.
"한 번만 봐주세요, 집에서 새벽 4시에 나와 여기까지 왔습니다.
먼저 들어간 두 사람들도 우리 일행 입니다. 우린 되돌아 가도 되지만 일행은 어쩝니까?"
"그러면 몇 사람만 들어가 데리고 나오십시오." 들어설까 말까 망설이다 돌아섰다. 어짜피 먼저 간 일행은
만나기 힘들고, 아무래도 곰배령 첫 산행인 사람이 낫겠다 싶어 세 명 들어가고 나머지는 방태산으로 향한다.
"단체로 왔다가 개인 행동하는 사람들은 이번 기회에..." 못 들어간 일행들 차 안에서 설왕설래 한다.
방태산은 방태산 정상보다 주억봉에서 바라보는 설악 주봉과 능선, 점봉산을 바라보는 조망이 일품이다.
개인약수 쪽에서 산행 시작하여 방태산, 주억봉 다 걷자면 6시간 정도 소요된다.
그러나 많은 시간을 이미 허비한 상태, 한 봉우리만 산행 할 생각으로 방태산 자연휴양림에 도착하니 11:40.
관리 사무소 앞에 있는 빨간 글씨 Barricade가 보인다, 맙소사.
<매주 화요일은 정기 휴일 입니다>
직원들 나와 제지, 우리의 사정은 얘기 해보나 마나다.
옆 골짜기로 들어서서 눈길 오른다. 발아래 눈 밟히는 소리가 정겹다.
계곡으로 이어지는 산길은 끝이나고 산은 오를 수 없게 암벽, 눈쌓여 오를 수가 없다, 시간은 오후로 접어들고.
넓은 계곡 바람 없는 곳 택해 몇 곳 자리 잡아 버너에 불 붙이니 라면, 떡국, 김치찌개... 갖가지 진수 성찬.
여기 저기 둘러 앉아 맛보는, 어디에도 비교할 수 없는 얼큰한 이 맛~~!!!
곁들이는 양주 소주 막걸리, 인원이 많으니 종류도 갖가지, 캬~~~
"오늘은 산행도 제대로 못했으니 동해 바람이라도 쏘입시다~" 마다할 사람 없이 만장 일치.
곰배령 산행한 일행 태워온 차에 모두 올라 방태산 기슭을 벗어나 동해안 바닷가로 달린다.
끼리끼리 나뉘어 취향 대로 시켜, 새 해 첫 건배 부딪친 후 알싸하게 목 간지럽히는 한 잔 소주,
작게 잘린 매운고추, 마늘 조각 위로 고추냉이 초장 찍은 싱싱한 회 한점 상추에 싸 입 안 미각 느끼는 중인데,
"희양산 봉암사에 대중 공양차 왔다"며 지인한테서 문자가 온다.
현재 상황 답신 보내니 "침은 이쪽에서 꼴까닥 넘어 간다"며 다시 회신 온다.
붉으레한 색갈로 미소띤 얼굴들, 떠들석한 분위기는 승차 약속시간이 야속한 듯 선뜻 일어서기 힘들다.
곰배령이 좀 까다로운 곳 정도로 알고, 이렇게까지 될 줄은 생각 못했던 새해 첫 산행.
잘못된 산행에 대해 누구 한 사람 이의 제기없이, 오히려 회원간에 結束力이 증가되어 즐거움 만끽한 하루를 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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