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임

둥지회, 임진강가에 서서 - 원 재훈

opal* 2009. 4. 8. 23:38

 

갑작스런 기온상승으로 초여름 날씨를 보이니 추위타는 내 입조차 "덥다"는 소리 나온다.

지난달 모임 때  "계절이 계절이니 만큼 다음 달에는 먼곳으로 봄나들이라도 가자"는 걸

"다음 달 모임 전날 시산제가 있어 산행하고 나면 다음날 새벽 출발이 힘드니 사정 좀 봐달라"며 사정 사정.

집에서 아주 멀지 않은 一山에서 만나 뷔페 점심식사 후 영화(슬럼독밀리어네어) 관람.

 

 

 

 

 

미로 같은 큰 건물 지하 주차장, 주차하고 내릴 때는 잘 찾을 수 있을 것 같아 큰 소리 치지만,

영화까지 보느라 너댓 시간 지나면 동과 층까진 알지만 정작 번호를 잊어 헤메는 경우가 있어, 차 주인 대신  

차에서 내리면 바로 사진 찍어 놓는 경우가 더러 있다. 이번에도 효력 만점.

 

 

 

 

봄을 먼저 알리는 버드나무에 물이 올라 연두색으로 변했다. 

임진강 변과 연결되는 한강 하구의 도로변 모습, 달리는 낮은 차 안에 앉아 찍으려니 제대로 찍을 수가 없다.

 

 

 

임진강가에 서서

 

                                                            원 재훈

 

누군가를 미워하는 마음이 들면

그대여, 임진강가에 선다

  아주 잠깐 그 사람의 얼굴을 떠올리고
  강물을 바라본다. 미워하기에는 너무나 작은 얼굴
  내 마음엔 어느새 강물이 흘러들어와
  그 사람의 얼굴을 말갛게 씻어준다
  그래, 내가 미워했던 것은 어쩌면
  그 사람의 얼굴에 끼어 있던 삶의 고단한 먼지, 때, 얼굴이 아니었을까?
  그래 그 사람의 아픔이 아니었을까?
  미처 내가 보지 못했던 나의 상처가 아니었을까?
 
  임진강가에 서면 막 세수를 한 아이의 얼굴 같은 강물만,
  강물만 반짝이면서 내 마음의 빈틈으로 스며들어온다
 
  내가 미워한 것은 내가 사랑할 수 없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누군가가 죽이고 싶도록 미워지면
  그대여 임진강가에 서서, 새벽 강물로 세수를 하라
  뚝뚝 떨어지는 물방울 속에 그대가 미처 보지 못했던
  치욕스러운 삶의 눈물을 보라
  그것을 받아들이는 강의 빛나는 눈동자를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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