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과 단풍

비학산 애기꽃, 선운사 동구 -서 정주. 동백 - 박 남준

opal* 2009. 4. 14. 23:03

 

 애기붓꽃,

 

 

 

 

 

 

 

 

 

 

 

 

 

 

 

 

 

봉분이랄 것도 없이, 오래되어 잔디도 다 죽고, 

거의 다 무너져 내린 묘지 위에, 솔잎 길이 만큼의 키 작은 꽃 하나. 

멀리서 보며 할미꽃인가 하고 다가가보니, 

작년에 자랐던 묵은 줄기 조차 아직 그대로인 예쁜 꽃과 새 잎.

 

솔방울에서 떨어져 양지에 자리잡고, 새로 자라는 앙증맞은 작은 소나무 한 그루,

노송이 되도록 크게 자라면 활엽수들에게 살던 터 내주고, 척박한 땅을 골라 새로 자리잡는 소나무,

한겨울의 홀로 푸른 기개도 멋지지만, 활엽수들에게 자리 양보하는 소나무의 마음은 더 아름답다.

 

애기꽃.

 

이 나이 되어서야 처음 만난 야생화. 어찌나 반갑고 예쁘던지, 한참을 머물며 얘기하고 싶었지만 산행 중이니...

 

 

 

 양지꽃,

 

 노랑붓꽃,

 

 

 

 개별꽃,

 

 

 

 

 

 

 선운사 동백,

 

 

 

 

 

 

선운사 동구

 

                                    서 정주

 

선운사 골째기로

선운사 동백꽃을 보러 갔더니

동백꽃은 아직 일러

피지 않했고

막걸리집 여자의

육자배기 가락에

작년 것만 상기도 남었습니다.

그것도 목이 쉬어 남었습니다.

 

 

동백

 

                                  박 남준

 

동백의 숲까지 나는 간다

저 붉은 것.

피를 토하며 매달리는 간절한 고통 같은 것

어떤 격렬한 열망이 이 겨울꽃을 피우게 하는지

내 욕망의 그늘에도 동백이 숨어 피고 지고 있겠지

지는 것들이 길 위에 누워 꽃길을 만드는구나

동백의 숲에서는 꽃의 무상함도 다만 일별해야 했으나

견딜 수 없는 몸의 무게로 무너져 내린 동백을 보는 일이란

곤두박질한 주검의 속살을 기웃거리는 일 같아서

두 눈은 동백 너머 푸른 바다 더듬이를 곤두세운다

옛날은 이렇게도 끈질기구나

동백을 보러 갔던 건

거기 내 안의 동백을 부리고자 했던 것

동백의 숲을 되짚어 나오네

부리지 못한 동백꽃송이 내 진창의 바닥에 떨어지네

무수한 칼날을 들어 동백의 가지를 치고 또 친들

나를 아예 죽고 죽이지 않은들

저 동백 다시 피어나지 않겠는가

동백의 숲을 되짚어 나오네

부리지 못한 동백꽃송이 내 진창의 바닥에 피어나네

 

 

 

 

 

 

 

 벚꽃,

 

 조팝나무,

 

 

 

 

 

 

 

 

 

 광대나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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