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여행

실미도, 바닷가에서 - 정 소슬. 바닷가에 대하여 - 정 호승

opal* 2009. 6. 19. 00:09

 

박물관에서 E.com  모임 끝낸 후 마음 통하는 두 사람, 해가 길어진 탓에 오늘의 뒷풀이 이벤트는 실미도 행 드라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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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에서

 

                                                    정 소슬

 

서로 가슴 부비며
속살대는
자갈 소리
귀 대어 들어보지 않고서야
어찌 바다의 아픔을
말할 수 있으랴

모두 머리 풀어헤치고
온몸으로 일렁이는
해초들의 서러운 몸부림을
속 깊이 들여다보지 않고서야
어찌 바다의 속사정을
안다 할 수 있으랴

낮 내 해수에 젖어있던
바닷모래가
밤이 되면 별빛에
은빛 속사정을 늘어놓고
알알이
엎어져 우는 모습을
보았는가

그도 한 때는 바위만큼
큰 꿈으로 살았지만
깨어지고 부서지고
자갈로 닳아
이제 가는 바람에도
흩날리는 몸이 되었느니

어찌 속절없이 흐르는 게
바닷물 만이라 할까나?


 

 

 

 

 

 

 

 

 

 

 

바닷가에 대하여

 

                                                  정 호승

 

누구나 바닷가 하나씩은 자기만의 바닷가가 있는게 좋다
누구나 바닷가 하나씩은 언제나 찾아갈 수 있는
자기만의 바닷가가 있는 게 좋다
잠자는 지구의 고요한 숨소리를 듣고 싶을 때
지구 위를 걸어가는 새들의 작은 발소리를 듣고 싶을 때
새들과 함께 수평선 위로 걸어가고 싶을 때
친구를 위해 내 목숨을 버리지 못했을 때
서럽게 우는 어머니를 껴안고 함께 울었을 때
모내기가 끝난 무논의 저수지 둑 위에서
자살한 어머니의 고무신 한 짝을 발견했을 때
바다에 뜬 보름달을 향해 촛불을 켜놓고 하염없이
두 손 모아 절을 하고 싶을 때
바닷가 기슭으로만 기슭으로만 끝없이 달려가고 싶을 때
누구나 자기만의 바닷가가 하나씩 있으면 좋다
자기만의 바닷가로 달려가 쓰러지는게 좋다

 

 

나야 여러번 와 봤지만 지방에서 사시던 P형님은 첫 행차. 다음에는 제부도 구경 시켜 드리기로 약속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