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님, 바닷바람이 차가울 것 같으니 따뜻하게 입고 나오세요."엇저녁에 문자 보냈더니
따뜻한 옷차림으로 도착, 운전석으로 바꿔 앉아 조심스레 달린다.
지방에서 상경한지 몇 해 지났음에도 나와 다닐 때는 첫 경험을 많이 겪는다는 지인,
고속도로를 피해 일부러 시화 방조제 길을 택해 달렸다.
사흘 전 지리산 산행 날 추위에 떨었던 예상과 달리 어제 저녁에 보낸 문자가 무색하게
포근한 봄 날씨 같이 바람 한 점 없이 바다는 고요하다. 절기상으로 오늘이 상강 이다
내가 늘 다니던 제부도 길은 시화 방조제를 시원스레 달린 후 대부도를 거쳐 가는 길이다.
작년 시월 말에도 갔었고, 그리고 또 또또또...
"여기부터가 시화 방조제에요, 길이가 33km인 새만금 만큼 길지는 않지만 예전에 만든 것 치고는 제법 길어요."
"말로만 듣던 '시화호'가 여기야?"
'예, 왼쪽이 '시화호'고 오른쪽은 바다인데 잠깐 내려서 보실래요? 지금은 물이 나가고 있는 시간이라
수면이 낮지만 만조때는 이 위까지 물이 차서 파도치면 굉장히 멋져요."
시화방조제에서.
시화호 건너 대부도를 지나며 선재도, 영흥도, 탄도, 전곡항 등 주변 설명하는 동안 제부도에 도착했다.
내 입으로 '모세의 기적이 일어나는 바다에 함께 갑시다.'라는 말 꺼낸지가 이미 오래 전,
서로 바쁘지 않은 날자와 물때까지 맞춰 다녀야하는 조건이 까다로워 차일 피일 미루다 오늘에야 찾았다.
예전엔 통행료 없이 드나들던 섬이 유명세를 타더니 어느해 부턴가 통행세를 받기 시작,
작년 이맘때 왔을 때도 입장료를 지불하고 들어갔는데 웬일로 이번엔 무료라고 써있다.
섬에 들어가기위해 썰물시간을 계산하고 왔으니 바다는 썰렁하게 갯뻘만 펼쳐져 있다.
제부도 입구에서.
바닷물이 잠시 사라지고 햇볕에 말라 뽀얗게 변한 콘크리트 길따라 섬 입구에 들어서서
기념부터 남긴다. 지난해에 왔을 때만 해도 빨간 등대가 홀로 서 있더니
옆으로 긴 다리를 바다에 박고 서있는 낚시터가 생겼다.
잠시 의자에 앉아 따끈한 차와 과일을 나누는데 무언의 약속인양
두 사람 모두 준비한 차와 과일 종류가 다행히도 각기 다르다.
"아니 이런데 오시면서도 찻잔을 갖고 다니세요?"
"예, 그럼 더 맛있어요, 빨리 식지도 않고."
"두 분이 그렇게 여행 다니시면 무척 좋으시겠어요. 부러워요.""예, 재미 있어요,
젊으신 댁들도 이렇게 오셨잖아요, 어디서 오셨어요?""나는 수원에서 오고 동생들은
부산에서 왔는데 낚시하러 어제 왔어요."마주 앉은 낯선이들과 얘기 나누는 중인데 옆에서 낚시하던 여인,
망둥어 한 마리 낚아 올리는데 제법 크다.
섬 모양따라 둘레에 만든 산책로로 안내하니
"와~ 너무 좋다."
이미 몇 번 와 본 나야 감흥이 덜 하지만 처음 오는 사람은 반하게 생긴 곳이다.
"그런데 조금 미안해서 어쩌죠?"
"뭐가?"
"이런데 와서 걸으면 분위기 따라 이 다리 아래서 바닷물이 철썩 철썩 부딪쳐 줘야 하는데
이렇게 간조시간 만을 이용하여 걷다보면 바닷물을 못만나는게 흠이에요.ㅎㅎㅎ"
"처음 들어설 때는 짧아 보이더니 무척 기네? 오늘 걷기 운동은 이정도만 해도 충분 하겠는데?"산책로가
끝나는 자리의 해수욕장 모래를 밟고 갯뻘에 생긴 모래톱도 밟으며 물도 없는 바다에 잠시 취한다.
뒤로 돌아 다시 산책로를 걸은 후 차를 갖고 섬 모서리 매바위로 자리를 옮겼다.
할미바위와 할애비 바위만 기억하고 지냈더니 괴석 숫자가 갑자기 더 늘어난 것 같다.
바위에 다닥다닥 붙어있는 굴, 뾰족한 돌멩이로 한쪽 끝을 쪼아 알멩이 꺼내 입에 넣으니 짭짜름하고 향이 짙다. 내친 김에 굵은 걸로 골라 몇 개 더 쪼아 알멩이만 꺼내 서로 입에 넣어주며 재매있는 추억 만든다.
한 바퀴 샅샅이 다 돌도록 밀물은 소식이 없었다
제부도 섬을 나와 점심식사로 복분자 한 잔과 꽃게찜 포식,
물 나간 김에 탄토항 누에섬을 더 들려볼까 하다 일몰도 볼 겸 다녀온지 오래된 궁평항으로 자리를 옮겼다.
예전에 다닐 땐 썰렁한 모래 해변을 빽빽한 노송들이 지켜주어 호젓한 분위기라 다시 찾고 싶은 바다 였는데, 화성의 옛 이름인 남양에서 조암으로 이어지는 방조제를 건설하며 새롭게 포구가 형성되고 어시장이 생겨 호젓한 맛은 사라지고 복잡하게 변해 버렸다.
새로운 낚시터도 생기고, 배도 눈에 띄게 많아 졌다. 바다낚시터(피싱 피어)
자꾸 새롭게 구조물을 설치하고, 많은 사람들이 찾다보니 방송국(KBS2)에서 인터뷰도 나왔다.
카메라 옆에서 들으니 "이곳은 어떤 점이 좋으냐"는 여기자의 질문에 방문객이 답하고 있다.
해가 기우니 바람이 차고 추위가 엄습해 온다. 겉옷은 형님께 드리고...
어시장에 들러 생선도 사고.
네가 그리울 땐 오이도로 간다
표 천길
우수의 숲에서 잡초처럼 밟혔던 사랑
그리움으로 깨어 나던 날
태양초 고추 위로 내려놓은 울음이
발갛게 터지고
별 고운 밤하늘 날아 너에게로 갔었다
언제였던가
물고기 비늘 같은 사랑의 편린들
오월의 장미 아래 묻어 놓았고
빗소리 애닲은 적막한 밤에
잠이 달아남을 용서하며
커피 한잔에 소복히 쌓여가던
사랑하나 담아서 왔다
그게 이별인지도 모르고
커피향은 추억 속을 걸어나와
가을날
오이도 방파제에서 비를 맞고 있다
너의 밤은 나의 낮
너의 낮은 나의 밤에 존재하기에
호롱불 밝혀 지금은 방파제에서
그리움의 갈증으로 몸이 갈라짐을 인내하며
오도카니 나를 기다릴
그곳 오이도로 나는 가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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