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00. 출발. 백두대간 종주 산행이 아니라 출발이 30분 늦다. 어제 남부지방을 강타했던 태풍(Ewiniar)은
오늘 새벽 홍천에서 소멸되었다고는 하지만 먹구름은 아직 잔뜩 드리워져 있다. 장마전선이 또 온다고 한다.
08:20. 죽암 휴게소에서 아침 식사. 김천 IC를 나와 계획대로 발길을 남쪽으로 옮기지만 피해를 입은 지역이라 조금 미안한 마음.
10:40. 가천 우체국을 지나고 우측으로 흐르는 물을 나란히하며 학산 마을 도착. 어제 내린 폭우로 밭이 많이 망가져
농작물 피해가 많다. 콘크리트 길을 따라 마을 뒷산으로 오르는데 이곳도 산의 흙이 무너져내려 길을 덮고 있다.
산기슭 허름한 건물 사이에 비로자나불(星州 金鳳里 石造 毘盧舍那佛 坐像, 통일신라하대 9세기 양식, 보물 제 1121호.)을 모신
측면 한 칸 정도의 맞배지붕을 한 작은 집이 있는데 문은 잠긴듯,
풀이 우거지고 길은 질어 빠지게 생겨 가 볼 수가 없어 아쉬운 마음으로 등산로를 향한다.
묘지 몇 기를 지나 숲 속으로 들어서니 외부 기온은 서늘한데도 땀이 너무 많이 쏟아진다. 무더운 날씨에 가파른 오르막을 계속
오르니 가슴이 아프고 발이 안 떨어질 정도다. 습기 가득한 숲에서 내 뿜는 향은 싱그러우나 겨울눈 쌓인 곳 걸을 때처럼 힘들다.
11:30. 잠시 쉬어 목 축이고 나니 비가 조금 내린다. 속도를 최대한으로 늦추지만 흐르는 땀을 주체 할 수가 없다.
계속 오르막이라 그럴까? 건강지수가 떨어진 걸까? 발걸음이 엄청 무겁다. 가파른 능선을 간신히 올라서니
먼저 온 일행들도 "곯아서 그런지 땀이 많이 난다"며 같은 말 들을 하는 걸보니 모두들 무더위 탓인가 보다.
12:20. 독용산성이 있다더니 돌무더기가 보인다. 높은 산에 걸쳐 있던 먹구름이 바로 눈앞에서 아롱댄다.
숲속이 뽀얗게 변하고 바람 한 점 없다. 방향을 우측으로 바꾸고 과일과 물로 목 축인 후 성 위 길로 오르내린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 않아 길이 안 보일 정도로 수풀이 우거져 헤치며 다닌다. 높은 곳까지 다 올라선 것 같은데
안개는 그렇다 치고, 보이느니 시커먼 나무요 무성한 풀 뿐이고 조망이 전혀 없다. 성 위 돌길인데도 마찬가지다.
힘들여 올라섰어도 무성한 나무와 풀 뿐인 육산에 보이는 것이 전혀 없으니 낮으막한 야산 걷는 기분이라 산행 재미가 덜하다.
뭘 보러 이 먼 곳까지 몇 시간씩이나 쪼그리고 앉아 달려 온 거지? 가야산이 모산이라 했는데 가야산 조차도 안 보인다.
13:20. "산행 재미도 별로 없고 배고픈데 밥이나 먹고 갑시다." 성 위 돌길에 둘러앉아 오찬을 즐기고 일어서서 걸으니
안개가 잠시 걷히고 걸어온 높은 산이 구름에 갇힌 채 잠시 모습을 보여주다 이내 감춘다.
오후가 되며 잠시 안개가 걷히니 검게 보이던 나무들이 초록색으로 변신을 한다.
13:55. 모양은 헬기장 모습으로 콘크리트 위에 무늬를 그렸으나 장소가 협소하고 나무가 무성하니 넓이가
승용차 한 대 정도 겨우 들어설 정도다. 콘크리트 바닥 가장자리의 꽃과 벌 나비를 찍고, 떠들썩하는 소리가 들려
내려가 보니 선두에 섰던 대장님과 몇 명이 "안개 속을 헤매다 한 시간 전에 왔던 자리를 다시 왔다"며 식사 중이다.
오늘 처음 보는 양 방향 화살표의 팻말에 넉바위 2.8km, 배바위 3.5km라고만 써있다.
방금 지나온 헬기장 자리가 정상이란다. 정상 표지(해발 955.5m)가 없어 산을 헤메고 다녔다는 것이다.
지루하고 재미가 덜하다는 생각이 들더니만... 여유있게 온 후미나 힘들게 속도전을 낸 선두나 결국은 같은 자리에 섰다.
14:20. 안개는 다시 날아와 산을 덮고 꽃과 나비와 친구하며 내려서니 임도가 나타나며 독용산성 문루가 보인다.
禿用山城은 경상북도 기념물 105호이다. 禿用山을 중심으로 해발 800m의 능선을 따라 축조된 영남에서 가장 큰
包谷式산성으로 둘레는 7.7km, 높이는 2~3m 정도가 된다. 옆에 있는 안내판의 유래를 읽어보니
1500여 년 전에 시축되었으며 일반의 관심에서 소외되었다가 숙종 원년 1675년 말에서 4개월 간 개축 되었다고 써 있으나
돌이 깨끗한 걸 보면 복원한지 얼마 안된 것 같다.
아취 형 성문을 나와 아래로 내려서서 임도로 걷다 옆으로 성벽을 새로 쌓고 있어 올라보니
힘들여 쌓은 성곽의 망루자리인 듯한 넓은 곳의 석축이 무너지고 흙이 갈라지는 모습을 보니 안타깝다.
성벽 위를 잠시 걷다 내려가면 우측의 임도로 간 일행과 만날 수 있을 것 같아 후미대장과 5명이 성벽 위로 걸었다.
한참을 걸어도 옆으로 내려서는 길이 없고 방향이 다르다. 산 능선을 따라 나무가 베어져 있고 가파르게 내려서게 되어있다.
단체에서 이탈된 행동이 되었으나 한참을 걸었고 너무 급경사라 다시 올라 설 수도 없다.
앞섰던 일행은 계곡으로 갔는지 교신도 안 된다.
한 동안을 내려서니 30번 지방도로와 나란히 흐르는 대가천과 성주호에 가득 찬 황톳물이 보인다.
원점 회귀의 남동쪽으로 하산해야 할 것을 북 동쪽으로 내려가고 있다. 지도를 살펴보니 각도가 45도가 넘는다.
그래도 앞이 탁 트여 내다 볼 수 있는 조망이 있고 멀리 구름 속이나마 시퍼런 산줄기들이 보이니
안개 속의 미로 보다는 훨씬 낫다며 한마디씩 한다.
15:05. 두 번째 만나는 팻말. 양방향의 화살표에 ‘독용산성 가는 길’과 ‘독용산성 1.3km, 넉바위 1.5km’라고 써있다.
팻말을 보면 등산로임에는 틀림없으나 하산 지점까지의 거리가 문제다.
걷기엔 너무 멀고, 지도상으로 보면 30번 도로와 59번 도로에서 차를 타면 될 것 같다.
가파르게 내려와 풀숲을 헤치고 나오니 가장자리와 바닥을 돌로 잘 정리한 계곡이 있다. 물은 무섭게 흘러도 다행히 큰 돌들이 있어 건너기가 수월해 예쁘게 생긴 계단식 다랑이 논 쪽으로 가 건너니 임도가 있다. 다 내려와 비가 내리니 다행이다.
15:35. 집 몇 채가 있는 곳을 지나 넓은 대가천을 건너는 광암교 앞. 지도를 다시 확인하고 다리를 건넜다.
다리를 건너니 ‘무학 1리 넉바위’ 마을 이라는 표지석이 있고 버스 정류장이 있다. 이곳에서 아무 차나,
한 사람씩이라도 타고가다 59번 도로에서 다시 갈아타자며 방법을 얘기 중인데
우리가 건너온 다리를 뒤따라 건너는 차가 있어 무조건 세우고 사정을 얘기했다.
작은 승용차 한 대에 운전자 외에 5명 모두 탔다. 태워주신 분은 이지역의 보건소장님 이시며
환자 집에 약을 갖다 주러 가는 중이란다. 59번 도로까지만 부탁했는데 약을 전달해 주면 오늘의 일과가 끝난다며
성주호를 한 바퀴 돌아 우리의 차가 기다리는 학산 마을까지 먼 길을 일부러 태워다 주셨으니 얼마나 감사 한지...
댐 수몰지역 이주단지와 독용산과 이 지역에 대해 자세한 얘기까지 해주신 성주군 보건소장님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임도로 온 중간 팀은 먼저 와 있고 시어골 계곡으로 하산한 선두와 중간 팀 몇 명이 나중에 도착 한다.
어제의 폭우로 계곡은 위험 했을 텐데. 따끈한 라면과 부침개를 먹은 후 귀가 행 차에 오른다.
차를 얻어 타기 전까지의 산행 소요시간 5시간.
2006.7.11.(火). 경북 성주 독용산을 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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