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인가 산행 한 적이 있는 홍천의 팔봉산(八峰山, 3봉-302m))은 낮고 작은 산이다.
그러나 우뚝 솟은 바위와 소나무들이 잘 어우러진 아기자기한 봉우리들로 이루어져 아름답다.
또한 산 둘레로 홍천강이 굽이굽이 휘돌아 흘러 구곡강(九曲江)이라 부르기도 했단다.
바위가 험해 손과 발을 다 사용하기도 하지만 경관이 아름다워 조망 바라보느라 빨리 다닐 수 없는 산이다.
산행코스 : 주차장-1봉-2봉-3봉-해산굴-4봉-5봉-6봉-무명봉-7봉-8봉-주차장
주차장에서 들머리를 향해 걸어가는 일행과 본인.
남근이 세워진 들머리입구,
1봉으로 가기 위해 통나무 다리를 건너 나무계단을 오르다보면 험한 길과 쉬운 길 안내판이 있다.
좀 험하긴 해도 능선으로 빨리 오르기 위해 밧줄을 잡고 오른다.
1봉 아래에 안내판이 또 있다. 좌측은 1봉을 거치지 않고 2봉으로 가는 길, 우측은 바윗길로 1봉을 오른다.
1봉 위에는 날카로운 바위에 잔돌로 쌓은 탑이 있고 앞에 1봉이라고 쓴 표지석이 있다.
2봉 쪽으로 내려가는 길도 암벽으로 밧줄이 매어 있다.1봉과 2봉 사이에도 2봉을 거치지 않고 3봉으로 가는 길이 있는 것이다
2봉은 327.4m로 팔봉산에서 가장 높은 주봉이다. 2봉에 칠성각과 삼부인당이 있다.
七星閣은 팔봉산 후토신령과 칠성군의 위패를 모신 당집이고. 三婦人堂은 시어머니와 며느리, 딸 등 삼부인신의 위패를 모신 당집이다.
400여년 전부터 팔봉산 주변 마을사람들이 매년 음력 3월과 9월 보름에 이곳에서 제를 올리고
칠성, 산신, 삼부인신(神)을 모시는 3마당의 굿놀이를 해오고 있다.
제 1마당은 칠성군과 후토신령에게 축원을 올리고, 제 2마당은 3부인신 놀이를 하며 제 3마당은 만신굿 놀이를 하는데
이때 마을의 안녕과 풍년을 빈다.
시어머니(이씨)神은 인자하고, 며느리(김씨)신은 더욱 인자하며 딸(홍씨)신은 너그럽지 못해서 당굿을 할 때 시어머니 신이 내리면
그 해에 풍년이 들고 며느리 신이 내리면 그 해에 대풍이 들며, 딸신이 내리면 흉년이 든다고 한다.
제를 올리지 않거나 제를 소홀히 올리게 되면 마을에 흉사(凶事)가 생긴다는 얘기가 전해 내려 온다.
3봉으로 오르는 철 계단.
팔봉산 3봉(302m)
홍천강이 조망되는 3봉.
홍 천 강
신 경림
뒷짐을 지고 서양개처럼 뛰면서 받아먹어야
초콜릿과 비스킷을 던져주는 조지나 톰 보다도
레이션 한 상자를 훔치고서 지프차 뒤에 쇠줄로 묶여
엎어지고 자빠지면서 연병장을 도는 못난 어른들이 나는 미웠다.
그해 겨울엔 유난히 눈이 많이 와
내가 베네트라는 백인장교의 양말을 빨고 구두를 닦고
야전침대에서 발치잠을 자다가
멀리서 들리는 야포소리에 잠이 깨어
천막 밖으로 얼굴을 내밀어보면
눈발이 모래알을 몰아다가 얼굴을 때렸다
나는 담배 한가치에 드로프스 한알에 누런 이를 드러내고 웃는
동네 할아버지들이 꿈속에서도 미웠다.
달밤이면 상냥이 우는 소리에 섞여
중공군이 분다는 호적소리도 들리는데
기계충 오른 아이들만을 모아 사진을 찍고
통조림 깡통을 강물에 던져
허기진 아이들을 허겁지겁 살어름 언 물속에 뛰어들게 하는 그
백인장교는 한국을 사랑한다고 했다
한밤에도 그는 금발의 딸 사진을 꺼내보며 훌쩍대고
나는 머지않아 양키 대신 오랑캐의
양말을 빨고 구두를 닦게 될지도 모른다는
부질없는 걱정에 잠 설치는 밤이 많았다
잔치구경을 가는 날은 장난으로 총질을 해서 손님을 쫓고
심심풀이로 암소를 쏘아죽이는 흑인병사보다
말끝마다 이들을 은인이라 두둔하고
술대접에 허리가 굽는 동네 어른들이 나는 미웠다
유난히 밤이 춥고 무서워 한밤중에
꺾어진 미루나뭇가지가 천막을 후려치고
얼음이 죽은 병사들의 웃음소리를 내며 갈라지는
홍천강이 그해 겨울 내게 가르친 것은 미움뿐이었다
전쟁으로 잿더미가 된 읍내를 어슬렁거리며
삽작을 밀어보기도 하고 거적대기를 들쳐보기도 하는
지아이보다도 읍내 처녀애들이 더 미워
영어마디나 배우겠다고 따라다니는 여학생애들이 더 미워
좀체 잠이 안 오는 그런 달밤이면 등너머에서는 승냥이가 울고
눈 위로 미끄러지며 호적소리가 들리고 머지않아 이 고장에도
중공군이 온대서 홍천강은 겨우내 뒤숭숭했다
한국전쟁 당시 홍전강 주변의 이야기를 담은 시 이다. 강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다름 없건만 바라보는 이의 느낌은 시대에 따라 다르다.
팔봉산의 명물 해산(解産)굴.
4봉의 3봉쪽 중턱, 10여 미터의 침니 위쪽의 좁은 굴을 지나려면 산모의 진통과 같은 고통을 느낀다 해서 해산굴이라 한다.
이곳을 통과해야 4봉에 오를 수 있다. 4봉으로 오를 수 있는 우회로도 있지만 웬만한 사람이면 모두들 재미로 통과해 보고 싶어 한다.
아래에서 받쳐주고, 위에서 잡아다녀 주고... 무게가 많이 나가는 사람도 그렇지만, 나같은 사람은 혼자서는 도저히 통과할 수가 없다.
차례를 기다리며 아래에서 찍고, 위로 올라가 뒤에 오르는 이를 찍어 보았다.
4봉에서.
5봉으로 오르는 철계단.
5과 6봉 사이에 8봉에 들지 않는 작은 봉우리 하나가 있고 암벽엔 소나무가 많아 경관이 좋다.
발판과 밧줄이 있어 크게 위험하진 않다.
봉우리 하나를 힘들게 올라 조망을 감상하고 내려오면 다음 봉우리가 또 기다리고 있다.
제 6봉, 일행이 모두 앞에 가버려 기념사진을 못 남겼다.
6봉과 7봉 사이 소나무와 바위가 어우러지는 작은 암봉도 있다.
7봉 오르기.
제 7봉.
밧줄을 잡고 7봉을 내려딛고 경고 안내판을 읽은 후 다시 8봉을 오르기 위해 이동한다.
8봉이 험하니 주의하라는 경고판이 두 개나 있는데 내용 중에는 안부에서 곧장 하산할 것을 권하기도 한다.
8봉 오르기.
제 8봉, 8봉은 여덟 봉우리 중 제일 낮으나 강에서 바로 솟아 올라 아래에서 올려다 보면 마치 첨탑처럼 하늘을 찌를 듯하다.
위 사진 두 장은 8봉 표지석을 얹어 놓은 바위와 8봉 외의 소나무가 우거진 작은 봉우리, 아래는 팔봉에서 조망되는 팔봉산 입구와 주차장.
8봉에서 조망되는 홍천강.
8봉에서 하산하는 가파른 절벽.
하산 길에 밧줄을 잡고 내려선 후 가파른 계단을 내려 딛어 강가에 이르면 또다른 명물이 있다.
강물에 발이 빠지지 않게 딛을 철판 길이 있고 손으로 잡아야할 밧줄이 있다.
팔봉산 들머리 입구에 남근석을 세워 놓았다.
2봉에 세 여인의 신당이 있어 원혼을 달래느라 남근석을 세우고 난 뒤에는 마을에 흉사가 없어졌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믿거나 말거나.
지역적으로 근거리에 위치하고 산행 시간도 짧아 산행 후 맥주공장을 방문하고, 귀가 중 입원한 카페지기의 병문안(고려병원)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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