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와 글

이 외수-여름 엽서, 늘 그리워 지는 한 사람.

opal* 2009. 8. 14. 16:19

 

여름 엽서

                                              이 외수

오늘같은 날은
문득 사는 일이 별스럽지 않구나
우리는 까닭도 없이
싸우고만 살아왔네

그 동안 하늘 가득 별들이 깔리고
물 소리 저만 혼자 자욱한 밤
깊이 생각지 않아도 나는
외롭거니 그믐밤에도 더욱 외롭거니

우리가 비록 물 마른 개울가에
달맞이꽃으로 혼자 피어도
사실은 혼자이지 않았음을
오늘 같은 날은 알겠구나

낮잠에서 깨어나
그대 엽서 한 장을 나는 읽노라
사랑이란
저울로도 자로도 잴 수 없는
손바닥 만한 엽서 한장

그 속에 보고 싶다는
말 한 마디
말 한 마디만으로도
내 뼛속 가득
떠오르는 해

 

 

 

늘 그리워지는 한 사람

 

                                      이 외수

 

한 세상 살면서 누굴 사랑한다는 건
찢어진 가슴에 울음을 쏟아넣고
날마다 한땀 한땀 꿰매는 기다림이다

음악을 듣기도 하고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까무룩 잠이 드는 거지
그것도 너랑

나는 네게 그런 사람이고 싶었어
네가 가진 많은것두, 나 하나를 빼고 나면
아무것도 아닌거, 그런사람이고 싶었어

봉숭아 물을 들인다
손가락에 그리움 베어 있는 꽃잎을 올리고
보고픔으로 돌돌 말아서 묶었다

오늘밤이 지나고 나면
손톱에 붉게 그리움이 박혀 있겠지

기다림은
너무 아프고
기다림은
너무 마음 저리는 일이여서
네가 아니면 절대로 하지 않았을 일

어디쯤 오고 있을까
단풍나무 불붙어
몸살나는 그리움으로 사태질때
세월이 흐를수록 마음도 깊어지는 사람 하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