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와 글

도 종환 - 천둥소리, 혼자 사랑

opal* 2009. 8. 27. 00:30

 

 

천둥소리

 

                                                           도 종환

 

삼백 예순 날을 착하게 살고 싶었어요
손 닿는 곳 풀뿌리마다 살을 나누어 주며
거울처럼 맑은 하늘빛 안고
나도 강물로 흐르고 싶었어요
그러나 지금 내 몸은 천둥소리
어두운 구름 위를 가로지르며 홀로 깊어가는 천둥소리

다시는 죄없이만 살아갈 수 있다면
고요히 저무는 이 세상 그림자를 안고
나도 푸른 나무로 살아가고 싶었어요
그러나 지금 내 몸은 천둥소리
다독일 수 없는 울울한 마음으로
온 하늘 두드리며 가는 소리

내 몸은 왜 일찌기
이 땅의 작고 든든한 들풀 위에 내리는
이슬일 수 없었을까요
기어코 이 세상 썩고 더러운 것들의 목덜미 움켜잡고
세차게 세차게 여울로 궁글러 가야 할
장대처럼 쏟아버려야 할
빗줄기가 되어야 할까요

내 몸은 지금 천둥소리
검푸른 하늘빛으로 땅에 내리는 노여움의 소리.

 

 

 

혼자 사랑

 

                                          도 종환

 

혼자서만 생각하다 날이 저물어
당신은 모르는 채 돌아갑니다
혼자서만 사랑하다 세월이 흘러
나 혼자 말없이 늙어갑니다
남 모르게 당신을 사랑하는 게
꽃이 피고 저 홀로 지는 일 같습니다

 

 

혼자 사랑

 

                                                  도 종환

 

그대의 이름을 불러보고 싶어요
짐짓 아무렇지도 않은 목소리로
그대와 조금 더 오래 있고 싶어요
크고 작은 일들을 바쁘게 섞어 하며
그대의 손을 잡아보고 싶어요
여럿 속에 섞여서 아무렇지도 않은 듯
그러다 슬그머니 생각을 거두며
나는 이것이 사랑임을 알아요
꽃이 피기 전 단내로 뻗어오르는 찔레순 같은
오월 아침 첫 문을 열고 하늘을 바라보는 마음 같은
이것이 사랑임을 알아요
그러나 나의 사랑이 그대에게 상처가 될까봐
오늘도 말 안하고 달빛 아래 돌아와요
어쩌면 두고두고 한번도 말 안하고
이렇게 살게 되지 생각하며 혼자서 돌아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