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k 4, 산행 둘째 날, 만다라 헛(2720m)에서 호롬보 헛(3720m)까지.
새벽 04시경, 화장실 다녀오며 하늘을 보니 달빛 사이로 수없이 많은 별들이 잡힐 듯 가깝고 투명하다.
낯익은 굵은 별자리를 찾아보니 보이질 않는다, '아참, 여긴 북반구가 아나라 적도 아래 남반구잖아~' 혼자 웃었다.
만다라 헛에서의 여명과 일출(06시 경).
만다라 헛에서의 일출.
만다라 산장 메인 건물 난간에 기대어 일출을 찍고 있는 중, 옆 건물 방갈로에서 자고 일어난 일본인들이
다가와 같이 찍는데 좀 늦은 감이 들었다.
만다라 헛의 아침식사 후 호롬보 산장을 향하여 출발, (07시 50분)
하산하는 날 마랑구 게이트에서 만나기로 하고 이곳에서 현지 총 책임자 Andrew씨는 하산,
산행지에선 대장 가이드 Alex씨가 맡는다.
만다라 헛 주변 우거진 밀림 사이로 강한 햇살이 파고 들더니... 큰 나무들은 점점 뒤로 밀려난다.
앞에가는 선두 가이드 오늘 아침 구령도 "천천히 가세요" 부터 시작 된다.
어제 첫날부터 '천천히'라고 가르쳐 줬더니 '뽈레뽈레'라는 말 대신 우리말을 사용한다.
어제 가르쳐 준 몇 마디 말을 다 외어온 것 같다. 억양이 많이 부드러워 졌다.
만다라 헛에서 한 시간 조금 더 걸으니 시야가 탁 트이며 앞이 환해지더니 이내 관목지대가 나타난다.
등로에서 오가며 만나는 사람마다 "잠보" "잠보" 하며 인사 나눈다. '잠보'는 '안녕하세요'라는 뜻이다,
난 누구를 만나던 가끔씩 일부러 "안녕하세요"라고 힘주어 말했다, 우리말을 좀더 널리 알리기 위해.
만다라 헛부터는 포터들도 같은 등로로 다닌다. 짐꾼이 지나갈 때 선두 가이드에게 "길 비켜 주세요." 라고 가르쳐 주었더니 제법 잘 따라 한다.
관목지대라 멀리 마웬지봉이 보이기 시작하더니 조금 더 오르니 바로 왼쪽으로 흰 눈 덮인 키보봉도 보이기 시작.
Giant Bush, 잎이 가늘게 변형되어있는 나무들이 많은데 이것은 산소가 희박한 환경에 대한 생존투쟁의 산물이란다.
구름모자 쓴 마웬지봉 Zoom in. 다른 곳에 없는 구름이 산봉우리 근처에서만 맴도는 건 산이 높아서 일까?
"뒤에 짐 와요." , ""길 바켜 주세요," 선두 가이드 배운 대로 잘 외친다.
좁은 등로에 앞 뒤에서 오는 짐꾼들에게 길을 양보하며 오른다. 맞은편에서 하산하는 팀들도 제법 많다.
며칠 뒤 우리 내려가는 날도 올라오는 사람들 많겠지?
말로만 듣던 봉우리가 하나 둘 보이니 탄성이 절로 나온다.
좌측 흰 눈 덮인 Kibo봉(5,895m)과 , 우측 Mawenzi 봉(5149m)
키보봉과 마웬지 봉을 번갈아 쳐다보며 오르고 또 오르고. 거리가 워낙 멀고 높아 계속 보며 걷게 된다.
머리에 이고 등에 지고, 들고, 무거운 물통까지 매달렸으니 얼마나 무거울까? 물통은 필수품이다.
그늘 한 점 없는 땡볕, 저들이 있어 내 발걸음이 가벼우니 저들에게 감사 할 뿐이다. 우리팀 포터들은 먼저 떠나 보이지도 않는다.
아이젠 준비도 안했는데 저렇게 눈이 많으면 어떻게 하지? 너도 나도 한 마디씩... 우리가 올라가는 날 쯤에는 녹지않을까? 기대도 한다.
좌측 아래 - "길 비켜 주세요," 한쪽으로 비켜서서 외치는 선두 가이드.
킬리만자라로에서 두 번째 높은 마웬지봉(Mawenzi 5149m)을 계속 쳐다보며 오르게 된다.
오는 사람 가는 사람들로 길이 좁은 곳도 있다.
멀리서 바라본 키보봉(KIBO, 5895m)의 위용.
걷고 또 걷다 길 옆 풀밭에 앉아 잠시 휴식. 물 마시고 간식도 나누며 즐기니 소풍나온 것 같다며 모두들 웃는다.
키보봉은 빤히 보이지만 쉽게 잡히지 않는 끝없는(?) 여정.
가까기 가기엔 너무 먼 당신~!!!
한반도 지도를 그린 후 흩어지는 구름. 오를수록 숨이 차 또 휴식.
가이드 쉴 때마다 가르쳐준 대로 잘돌 외친다, "물 많이 드세요.~~"
Trail closed for Rehabilitation.(잘 안보이는 단어 이곳에 옮겼으니 마우스 올려 놓으면 해석이 되겠지요?)
길 옆 풀밭에 있는 카멜레온을 보라 했더니 "이렇게 하는 거"라며 나뭇가지를 잘라 올려놓고 자세히 보여준다.
사진 아래 우측 식물 - 자이언트 로벨리아(The endemic giant lobelia)-키가 3m까지 자라기도 한다.
걷고, 또 걷고.
화산재 흙을 자루에 담에 어깨에 메고 뿌려가며 평평하게 길 정리를 하고 있다.
산이 높아 힘들어 그럴까? 노동력이 많을 것 같은데 둘이서만 하는 걸 보니 더 힘들어 뵌다.
저들의 수고로움으로 잘 정리된 길, 감사한 마음을 전하며 이 길을 밟는다.
다리도 건너고, 뒤 마웬지봉 쪽은 맑은데 앞 쪽엔 구름이 몰려오기 시작한다.
식탁이 준비된 쉼터, 세계 각처에서 모여든 사람들이 점심 식사를 하고 있다.
뒤에서 오르는 일행들, 먹구름이 몰려오는 걸로 보아 우리가 지나온 어디쯤에선 비가 내리고 있을 것 같다,
식사 기다리는 동안 현위치를 살펴 보았다. 호롬보 산장이 멀지 않다.
가뜩이나 야외인데다, 산이 높아지니 물은 빨리 끓지 않고, 뒤에 오는 사람까지 기다리니 식사가 늦어졌다.
식탁엔 어김없이 식탁보가 깔리고. 먼저 도착한 요리사들이 점심 준비를 하는 중인데 비 구름이 몰려오고 바람이 불어 춥다.
수시로 변하는 킬리만자로 산신령님의 변덕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해발고도 3400m.
오후 3시가 다 되어 늦은 점심메뉴는 스파게티, 식사 시간도 늦고, 힘이 들어 그런지 냄새가 싫어지며 잘 안먹힌다.
저들이 해주는 음식은 빵, 소시지, 스프, 스파게티 등 서양식 스타일 이다.
가뜩이나 다 먹지도 못했는데 굵은 빗방울이 떨어져 먹는둥 마는둥 우비부터 챙겨입고 얼른 일어섰다.
어제도 오후 시간 산장에 도착할 무렵 비가 내리더니 오늘도 오후가 되니 비가 내린다. 고산의 변화무쌍한 날씨 본보기다.
식사 마치고 잠시 우중산행 행군. 비는 금방 개이나 구름은 여전히 날아와 우비를 입고 걷는 사람도, 벗고 걷은 사람도.
우리가 가는 앞쪽엔 구름이 여전히 날아오고 뒤쪽엔 맑다. 인물사진 우측은 가이드 총 대장 Alex씨.
산 모퉁이 돌아서니 위쪽으로 구름 속에 호롬보 산장(3720m)이 보인다.
어제는 한라산(1950m)에서 백두산(2749m) 높이 만큼 오르고, 오늘은 백두산에서 일본 후지산(377.6m) 높이 만큼 오른다.
마랑구 게이트(1980m), 만다라 산장(2720m), 호롬보 산장(3720m)
시간이 지나니 마웬지봉도 구름이 감싸고 있다. 산장은 빤히 보이는데 얼른 얼른 가지지 않고 힘만 든다.
오늘 하루 고도 1000m를 높이며 오르고 있다.
호롬보 산장 다 와가는데 뒤에 오던 가이드, 앞서 가는 내가 힘들어 보이는지 배낭을 달라더니 본인 짐 위에 얹고 간다.
준비했던 문구류가 있어 한 줌 쥐어주며 친구와 나눠 가지라고 했더니 고맙다며 좋아한다.
비가 개이며 잘 보이더니 금방 구름이 또 낀다. 빤히 보이는 호롬보 산장은 내가 가는 만큼 도망가는 듯...ㅎㅎㅎ
호롬보 산장 가까이 물이 흐르고, 주변에 시네시아가 군락을 이루며 살고 있다. 사진 아래는 산장 근처 헬기장.
드디어 호롬보 헛 도착, 08시 전에 출발하여 오후 3시 이니 7시간 소요, 거리 11.7km에 고도차이는 1000m 이다.
먼저 도착하여 건물 문 앞에서 주인 기다리는 가방들, 해발높이를 알리는 산장 팻말, 그런데 이상하다.
산장 건물 문 위에 달린 숫자와 마당에 꽃힌 팻말의 해발 높이 숫자가 다르니 어떤 것을 믿어야 하나?
산장 지은 후에 높이가 내려 앉았나? 고도 차이 60m면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다.
호롬보 헛에 도착하여 이름, 국적, 성별, 인원등 인적사항을 장부에 적으면 관리인인 인원과 성비에 따라 방배정하고 열쇠를 준다
우리 숙소는 메인 건물 2층인데 먼저 올라가 아랫층 침대에 자리 집았다.
윗층 침대는 밤에 화장실 다닐 때 남들 잠 깨울까봐 조심 스럽다.
1층 식당에서 2층 침실 올라가는 나무계단이 몇 계단 안되는데도 힘들고 숨차다. 만다라 헛과 또 다르다.
트레커 보다 먼저 도착한 짐을 보며 내 짐 지고온 포터 이름 물으니 본인 이름이라며 가방에 붙은 리본을 가르킨다.
짐과 포터는 첫 날 한 번 정해지면 매일 그 짐을 메고 다닌다.
호롬보 헛에 도착하여 Room mate가 준비한 포라로이드 카메라로 가이드들 사진 찍어 줬더니 빨리 보고 싶다며 인화지를 흔들고 있다.
내 짐을 지고 다니는 포터도 불러 사진을 찍어 주었더니 다른 팀 포터들까지 몰려와 너도 나도 찍어 달란다.
가이드들은 같이 다녀 얼굴을 알아 보겠는데 포터들은 따로 다녀 얼굴 익히기가 어렵다. 그네들로 우리 볼 땐 마찬가지겠지?
사진 위, 우리팀 요리사들이 밥 하는 모습. 일행 중 두 여자분이 많이 도와 주었다.
산이 높아 물이 더디끓어 그런지, 양이 많아 그런지, 쌀이 완전히 익질 않고 밥이 설었다. 익기만해도 좋겠다.
밥은 설은데다 질어 밥인지 죽인지 떡인지... 배가 고파 간신히라도 먹기는 해야 겠는데 잘 안넘어 간다.
주는 대로 먹다보면 평소 먹던 음식이 아니라 Gas가 많이 생성되어 잠 못자고 밤새도록 화장실 다니게 생겼다.
내일을 생각하여 맨 밥(?) 한 술 간신히 떠 넣고 밖으로 나와 일몰 구경, 밥 먹을 동안에 구름이 몰려오며 비가 내렸는데 금방 개인다.
방갈로 보다 조금 큰 호롬보 헛 메인 건물, 아래층은 식당 겸 휴식 공간이고 우리가 묵을 숙소는 식당 2층, 수용 인원 20명.
수용인원 120명 시설인데도 모자라 텐트를 이용하기도 한다. 다른 산장과 달리 호롬보 헛은 오르는 이, 내려가는 이들로 늘 북적인다.
산장 시설은 6인용 방갈로 형태, 환경은 열악하다. 숙소 입장료 1인당 50$,
호롬보 헛에서 올려다 보이는 키보봉, 금방 구름끼고 비가 오다 그치고, 또 내리고.
일몰 모습 담느라 바쁜 일행들과 가운데 선 본인은 마웬지봉 모습 담느라 돌아서 있다.
비 한 차례 내린 후 바라본 모습. 이곳에 비가 오면 키보봉엔 눈이 내린다.
저녁식사 시간에 구름이 잔뜩끼어 한 치 앞도 안 보이더니, 식사 끝나고 나니 서서히 개이며 이런 모습이.
찬란한 저녁햇살에 빛나는 산장과 마웬지봉 Zoom in. 가파른 고도를 나타내는 숲은 마치 벽면 같다.
호롬보 헛(3720m)에서의 일몰. 매 순간 순간 마다 달라지는 구름 모양과 빛이 볼거리를 제공한다.
자연이 빚어내는 풍광이 경이롭고 아름답다. 유화 물감을 덕지 덕지 바르는, 하늘은 넓은 캔버스 같다.
점심식사로 나온 스파게티는 냄새가 싫고 비도 내려 먹다 남기고, 저녁 밥도 먹기 싫은 걸 내일을 생각해 간신히 조금 먹었다.
며칠 먹은 음식이 평소 음식과 달라 속에서 거부를 하는지 새벽녘까지 화장실을 세 번이나 들락거리느라 잠 못자고 기운도 떨어진다.
밖에는 안개비가 지나가기도 하고, 맑은 하늘도 보여준다.
그래도 다행인 것이 내일은 고소적응 산행으로 4200m까지 오른 후 다시 이곳 호롬보 헛으로 오기에 산행시간이 짧다.
남들 고단하게 코 고는 시간에 화장실 다니느라 바쁘다보니 산행하는 어려움이 아니라면 마당에서 별 헤아리며 지새워도 좋겠다.
산 아래 가장 가까운 도시 Moshi의 불빛도 캄캄한 밤엔 아름답기 그지없다. 그러나 추워서 밖에 오래 있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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