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

결혼식장에 다녀오며

opal* 2010. 1. 23. 21:15

 

어릴적 시골 친구 아들 종×이가 결혼을 한다기에 축하해 주러 다녀왔다.

 

할아버지 할머니를 비롯한 여러 형제들, 옛 시절 시골에서 많은 사람들이 그랬듯이 그 친구네도 형편이 꽤 어려웠었다.

국민학교 졸업 후 어린 나이에 공장에 잠시 다니다 외가 친척 언니댁에서 결혼 무렵까지 도우미 생활을 했다.

 

시골 동네라 나이 많은 친구들도 있고 결혼은 생각조차 안하던 나이인데 동갑내기인 그 친구는 나이 스물 둘에 제일 먼저 시집을 갔다.  

서울 근교에 사는 댁 둘째 아들과 결혼하여 시부모 모시며 농사 짓는 생활을 했다. 

그댁 맏이인 시숙은 이미 분가하여 시내에서 크게 장사를 하며 살고 있었다. 

 

아들 딸 아들, 삼남매를 낳아놓고 남편이 갑자기 저 세상으로 떠나니 나이 서른도 안되어, 그야말로 청상과부(靑孀寡婦)가 되었다.   

엄한 시부모 밑에서 어린 것들 보살피며 농사짓는 생활이니 외출은 감히 엄두도 못낼 일이다. 

그야말로 혹독한 시집살이로 청춘을 다 보냈다.

 

힘든 생활 속에서도 아이들은 장성하여 큰아들 결혼하게 되고, 엄하시던 시부모님도 모두 돌아가셨다.

힘들게 살았던 지난날의 보상이라도 받듯 큰아들 큰며느리는 항간에서 효자로 칭찬이 자자하다. 

시대가 변하며 마을이 아파트 부지로 바뀌며 보상을 많이 받아 아파트도 몇 채 받게 되고 다른 지역에 땅도 샀다.

손자 손녀들은 외국으로 공부하러 가고, 이번에 서른 아홉되는 막내 아들이 장가를 가니 친구들 모두 축하 해주며 한 마디씩 덧붙인다.   

"늦복이 터졌으니 얼마나 좋으냐." , "인생은 초년의 복도 좋지만 말년의 복이 더 좋은 것"이라고.  그녀의 앞날에 좋을 일만 있기를 빌어본다. 

 

인연이란 참 묘하여, 그 친구 그 댁으로 시집가는 바람에 그녀 시누이 내 올케가 되고,

그녀 친척 언니댁으로 내가 시집을 오게 되었다.ㅎㅎㅎ 이리 저리 얽힌 인연들을 오래간만에 결혼식장에서 만날 수 있었다.

 

*     *     *    *     *

 

결혼식이 끝난 후 다른 친구 집에 잠시 들렸다 오는 중. 라디오 방송에 사진작가 이 명호씨의 인터뷰가 들린다. 

 수학을 전공하다 사진으로 바꾼 이야기며 외국엔 나가보지도 못하고 혼자 구상하며 사진기술을 익힌 과정 등을 

집에 다 오도록 들었다. 국내 보다는 외국에서 먼저 인정해준 작가다. 

 작가는 말한다. "답을 알려주는 작가가 아니라 질문을 던지는 작가, 대답은 관객의 몫"이라고.

 

한 그루의 나무사진을 찍기위해 나무 한 그루를 찾고, 찾은 나무를 계절별로 만나고, 

그 나무를 시간대 별로 들여다 보며 많은 시간을 투자 한단다. 

 

바다 사진을 찍기위해 고비사막엘 가고, 시베리아나 아프리카에도 갈  것이라 한다.  

작품 한 장을 얻기위해 수십명(나무사진)에서 수백명(바다 사진)의 필요한 인원은 경제적 필수 조건 이다.

 첫 번째 개인전인 ‘나무(Tree)'전이 미국내 첼시의 요씨 밀로 갤러리에서 19일부터 4월 18일까지 열린다고 한다.

작가는 한국에서 각종 수상 기록을 쌓으며 대표적인 젊은 작가로 명성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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