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行 日記

계룡산

opal* 2010. 3. 2. 23:02

 

지난 주엔 며늘의 편도선 수술 입 퇴원으로 며칠 바빠 산행을 못했다.

한 주 불참 후 산행하기엔  젊은 사람들 쫓아다니기 힘들어 아예 2진을 각오하고 집을 나섰다. 

 

회원들이 모두 차에 오른 후 "어제 강원도에 눈이 많이 왔으니 강원도 쪽으로 방향을 돌리면 어떨까요?"  

능경봉과 고루포기 산으로 가 이번겨울 마지막 눈산행 하면 어떻겠느냐"는 의견이 나온다.

 

그러나 내가 불참했던 지난 주에 선자령 산행에서 많은 눈을 맛보았고, 계룡산 산행을 계획을 했던터라

날씨가 따뜻하여 스패츠 등 준비가 부실하다는 반대의견도 있어 그대로 계룡산으로 향한다.

요즘같은 계절에 눈도 꽃도 볼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는 계룡산을 왜 선택 했을까? 라는 생각도 들었다.

  

오늘 코스는 장군봉으로 올라 신선봉, 큰 배재, 남매탑, 삼불봉, 관음봉, 은선 폭포 등 동학사 매표소 주차장으로 

계획이 잡혀있다. 코스를 다르게 하여 계룡산 산행을 몇 번 하여 장군봉 위치는 알겠는데 봉우리에 갔던 기억이 없다

장군봉에 오르고 싶은 마음은 크고 아쉽지만, 어쩔 수 없이 혼자 남아 주차장에서 하차 한다. 

초행 코스인 천정 시인마을을 들머리로 많은 수량의 물이 흘러 내리는 계곡물을 친구삼아

안개비가 자욱하게 낀 돌 길을 우산 들고 호젓하게 천천히 내 페이스 대로 걸어 올랐다.

 

강원도에 눈이 내리던 어제, 이곳엔 비가 내려 그럴까?

요즘같은 계절에 계곡물이 어찌나 많던지 마치 여름 소나기라도 내린 뒤의 수량 만큼이나 많아 심심치 않다.

우비를 입은 위에 우산까지 쓰고 계곡물을 피사체로 셔터 눌러가며 혼자 오르니 얼마나 기분이 좋던지...

 

1시간 좀 더 지나 큰배재에 오르니 장군봉 코스와 만나진다. 1진으로 나선 선두들 오려면 멀었을까 생각하며 남매탑을 향했다.

아직은 추운 날씨에 비도 내리는 궂은 날씨라 그런지 산에서 만나는 등산객들이 별로 없다.

 

남매탑에 오르니 안개 속에 탑이 어둡게 나타난다. 어쩌다 한 두사람 보이고, 다시 삼불봉을 향해 올랐다.

가파른 돌 계단에 간간히 쉬어가며 심호흡 가다듬으니 나뭇가지에 얼어붙어 상고대를 만들었던 얼음들이 

빗물에 녹아 후두둑후두둑 떨어지며 지표면을 덮는다. 이젠 상고대 보기도 힘들겠으니 이번 겨울도 오늘로 마지막인 것 같다.

 

물에 젖어 미끄럽고 가파른 철계단을 오르니 안개 속에 조망이 가려져 시야가 좁다.

삼불봉에 오르니 사방으로 조망되며 잘 보이던 여러 봉우리들은 모두 감춰지고 운무만이 가득찼다. 

많은 등산객으로 가득차 교행하기 힘들고 밀려 다니던 자연성릉조차 보이지 않고 등산객조차 구경하기 힘들다. 

 

혹시나 우리팀 일행 뒤따라 오지 않을까? 아니면 다른 길로 관음봉을 갔을까 생각하며 십 여분을 기다리고 있자니 

등산객 한 사람 올라온다, 실례를 무릅쓰고 셔터 눌러주기 부탁하여 기념 남기고 불어오는 바람이 추워 되돌아 내려선다.

혼자 걷기로 작심했던 목적지가 삼불봉이고 내려가다 하산 중에 동학사에 들릴 생각이었다.

 

어느팀이 시산제를 지내고 흘리고 간 것일까? 아니면 고사라도 지낸 무속인이 버리고 간 것일까?

삶은 돼지머리 한 덩이가 살점이 다 뜯긴 채 길 바닥에 나뒹굴고 나무 위에선 까마귀가 까악댄다.

덜익은 살점이 뜯긴 것으로 보아 짐승에겐 좋은 일인지는 모르나 대로에 떨어져 있으니 흉해 보인다. 

  

남매탑을 내려다 보니 안개 속에 많은 사람들이 보인다, 다른 팀 사람들은 기념사진 찍기 바쁘고

1진으로 선두에 섰던 우리팀은 평상 위에서 점심 식사 나누고 있다.

몇 몇이 둘러앉은 곳에 합세하여 식사 나누는 동안 후미에 걷던 사람들은 힘이들어 큰배재에서 하산한다고 한다.

 식사 먼저 끝낸 서너 명은 관음봉을 향해 삼불봉으로 오르고 나머지는 내 오르던 옆 계곡으로 내려딛어 

동학사 둘러본 후 주차장 하산 완료.

 

관음봉으로 간 선두그룹 기다리는 동안 하산주로 막걸리와 맥주 간단히 끝내고 귀가행 버스 출발,  

시간에 쫓기지않고 산행 길이도 적당하게 나름대로 본인에게 맞춰 호젓하게 혼자 즐긴 산행 맛이 꽤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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