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의 초하루, 한 낮은 뜨거우나 아침 저녁 기온이 제법 서늘하여 일교차가 크다.
오늘은 반팔이 좋을까 긴팔 옷이 좋을까? 산행 후 계곡물에 온몸을 담글 수는 있을까?
아침 일찍 집을 나서니 팔월이 여름을 데리고 갔다고 드높아진 하늘,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이 애기해 준다.
투명하게 맑은 아침 햇살과 한 껏 푸른 하늘이 눈부셔 쳐다 보기조차 아깝다.
맑고 시원한 계곡이 있어 여름 산행지로 각광받는 번암산, 경기북부와 가까운 강원 화천에 있고 산행시간도 짧아
들머리 찾아가는 도중 광덕고개 휴게소에서 잠시 쉬며 농산물 구매하는 여유도 갖는다. 광덕 고개는
일명 '캬라멜 고개'라고도 불리며 경기도와 강원도의 도계를 이루고 넓은 터엔 농산물 좌판대가 빙 둘러 상점을 이룬다.
캬라멜 고개의 유래는 6.25 한국전쟁 때 미군 병사들이 행군 도중, 졸다가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불상사가 발생되어 이곳을
지날 때 지휘관들이 캬라멜을 나누어줌으로써 졸음을 막았다 하여 그 이후로 이곳을 '캬라멜고개' 라고 불렀다고 한다.
포장도로로 바뀌기 전까지는 매우 험한 고개였다. 오래 전 추운 계절 끝나는 이른 봄, 광덕산 야생화 출사 때 여러번
넘나들기도 하고 작년 1월 첫 산행지였던 백운산 산행 때 들머리였던 이곳 '광덕고개'는 한북정맥 코스 이기도 하다.
광덕초교 번암분교(폐교)운동장에 도착(09:20)하여 맨손체조로 몸 풀고, 넓은 계곡 위로 놓여진 구멍이 동글 동글 뚫린
긴 철다리 건너 들머리 들어서니 숲 속 급경사 오르막이 기다리고 있다. 청명한 가을날씨 볕은 뜨거우나
와닿는 숲 속 공기는 차갑다. 계속되는 오르막에 금방 땀이 쏟아져 옷을 적시며 줄줄 흘러 내린다.
한동안을 치고 오르니 좌측 멀리서 화악산이 오랫만이라며 반갑다 환호 한다.
산 아래에서 "유격~ 유격~" 반복되며 들리는 군인들의 우렁찬 소리가 메아리처럼 들린다.
이 산에도 군인들이 상주 하다시피한 흔적들이 많아 길게 파놓은 호가 있는가 하면 알 수없는 세멘 구조물,
가느다란 와이어가 길게 이어져 매어 있는 곳이 곳곳에 많다.
이 산 자체의 아름다움이나 아기자기한 맛은 별로 없고 고도도 아주 높진 않지만 오를수록 조망이 좋아 주변 산들의 봉우리들이
나무 사이로 들쭉날쭉 시원스레 보인다. 숲으로 이어진 능선은 가끔씩 만나는 바위에서나 전망을 볼 수 있다.
속도 빠른 선두는 한 봉우리 더 높은 정상 가까운 곳에 오르고, 후미는 후미 대로 과일로 목 축이며 따라 오른다.
산행시작 1시간 40분만에 정상, 바위 위의 정상석은 나무 그림자로 분위기가 어둡고 나무들로 둘러쳐져 조망이 없어 답답하다.
산행 거리를 짧게 잡아 그런지, 뭉쳐 뭉쳐 다니던 지난번 오지 산행과는 대조적인 산행 모습을 보인다.
일행들이 모두 제 각각 다른 코스로 흩어져 다 같이 만나지지도 않는다.
조망이 잘 보이는 바위 전망대로 내려서서 자리잡고 앉으니 인천에서 왔다는 다른 팀 회원 한 둘 씩 지나가거나
혹은 길을 묻고는 돌아서는 이도 있다, 그 팀도 우리팀 처럼 제 각각인 모양새로 선두와 시간차가 많이 난다.
오를 때 보이던 화악산 반대 방향 내리막 암반봉에서 좌측으로 정상에 하얀 골프공(기상 레이더 관측소) 얹어 놓은
광덕산이 보이고 양쪽으로 다른 산줄기 능선이 겹겹이 보이나 봉우리 이름은 모르겠다.
일찍 내려가면 뭐하나 싶어 긴 산행 하겠다며 혼자 다른 봉우리까지 갔다가 되돌아 오는 정대장님 기다려 먹거리 펼쳐 놓고
이른 점심 먹으며 시간 보낸다, 한낮의 뜨거운 햇살이 쬐는 암반에 앉아 먹는데도 덥지 않고 그늘보다 낫다.
구름 한 점 없는 쾌청한 하늘과 가시거리가 긴 날씨가 아깝다, 이렇게 좋은 날씨 만나기도 힘든데 짧은 산행 잡고
시간을 허비 하다니... 몇 몇 사람 이구 동성으로 맞장구 친다. "오늘 같이 날씨 좋은 날 긴 산행 해야 하는건데."
식사 후 모두들 아쉬운 마음으로 하산 시작, 오를 때도 가느다란 줄을 잡고 오르기도 했지만 급경사 내리막에도 곳곳에
밧줄 잡고 내려가야 하는 곳이 몇 군데 있다. 각종 멋진 모습으로 생긴 바위도 만나며 능선따라 급경사 내리막을 한참을 내려섰다.
계곡을 만나 다리 건너 아스팔트 따라 아침에 하차했던 폐교 도착, 그렇게 여유롭게 시간 보내며 다녔건만
시간이 4시간 반 밖에 안걸렸다. 잰 걸음으로 잽싸게 다닌 짝꿍은 3시간 20분 걸렸단다. 조금 더 내려 딛어 주차장에서
기다리는 차에 얼른 가방 내려놓고 바로 옆 계곡으로 달려가 맑고 차디찬 물에 발 담그고 시원한 캔 맥주 한 모금 마신 후
말끔하게 땀 닦아내고 귀가행 차에 오른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의 총대장 멘트, "다음 주 산행은 해남 두륜산으로 가겠습니다."
뭐라구요? 아니 이 노릇을 어쩐다? 몇 주 전 가고싶은 산 추천 하라기에 두륜산 추천 했더니
하필이면 다음 주에 그 산엘 가다니... "안돼~~~ 그 산 가고 싶어 추천한 나는 어쩌라구~~~"
본인이 추천한 산엘 간다 했으면 제일 좋아해야할 처지에 혼자 약올라 쩔쩔 매다니.
그러지 않아도 다음주엔 산행 못나온다고 얘기할 참이었는데, 대장이 먼저 발표를 해버렸으니...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갈 때와 다른 방향으로 문산을 지나 자유로 달려 역순으로 하차하니 시간이 많이 절약된다.
집 근처에 와 며늘한테 전화하여 이것 저것 구입한 농산물 들여 보내고, 같은 아파트 단지로 이사온 회원 집으로
십 여명이 방문하여 집들이 이벤트로 저녁까지 먹고 헤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