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 백암산 산행 예정이었는데 사정이 생겨 문경에 있는 희양산으로 바꾸었다.
전국적으로 하루 종일 비가 내리겠다는 예보에도 불구하고 많은이들이 참석 했다.
엇저녁부터 내리는 비는 오늘도 계속해서 내리고.
출발 세 시간 정도 걸려 들머리 은티마을 주차장 도착하니 비가 제법 세차게 쏟아진다.
빗줄기가 가늘어지는 소강상태 되기를 기다려도 여전히 내리니 1진 산행 팀은 그대로 산을 향해 빗속을 달리고,
2진은 본인 희망 대로 행동한다.
오늘 하루 산행 들머리에서 유일하게 찍힌 한 장.
은티마을 입구의 인상적인 노송들은 여전히 싱싱함을 과시하고 있어 고맙다.
기념석과 소나무를 보니 옆에 흐르는 맑은 계곡물에 흘린 땀 씻느라 첨벙 대던 날의 기억이 떠오른다.
2006년 백두대간 산행하며 날, 들머리로 잡던 은티마을, 2007년 여름 악휘봉 타고 내려와 닭 매운탕 먹던 날,
유난스레 많이 달린 리본과 낙서판에 나도 한 번 끼적 댔던 닉네임이 아직도 있는 걸 보니 얼마나 반갑던지...
올해도 다녀간다고 덧붙여 써 봤다. 여러 닉 네임 위로.
산행할까 하다 2진으로 주저 앉았다.
산행 도중 비가 내리면 어쩔 수 없지만 산행 전부터 줄기차게 내리니 생각이 달라졌다.
신발 안에 물이 들어가 양말이 젖어 불은 발로 걷다보면 신경 쓰이는게 싫기 때문이다.
산세가 가파르고 먹구름에 조망도 시원치 않아 나물 뜯겠다는 산우가 있어 따라 나섰다.
산행 몇 년 동안 이렇게 노골적으로 나물 뜯겠다며 나서 보기는 처음이니 보는이 마다 의아해 한다.
"언니는 나물도 모르면서 나물을 뜯으신다구요?"
"오늘은 나도 나물 좀 배워가며 뜯어 보려구하는데 안될까?"
"누님은 나물보다 사진에 더 관심 많으시잖아요?"
"오늘은 비가 와서 어짜피 사진도 못찍을 걸 뭐."
배낭은 차에 놔둔 채 비닐 봉투 몇 개 준비하여 우비와 우산을 쓰고 들머리를 들어섰다.
제 버릇 뭐 못 준다더니 나물은 커녕 꽃부터 눈에 띈다,
'에라 모르겠다,' 비가 내려도 한 컷 눌러야 발이 떨어질 것 같다.
할미꽃은 보기만 해도 이름 때문에 측은해 뵈는데 비를 맞는 흰 머리?털을 보니 더 측은해 뵌다.
계속 서서 걷다 사진 찍기위해 쪼그리고 앉으려면 다리가 무척 아프다.
"언니 뭐해요?"
"왜?"
"그거 빨리 따요, 두릅이에요."
"이렇게 작은데?"
"작아도 어짜피 다른 사람이 다 따가요."
몇 차례 딴 흔적이 있고 이제 새로 나오는 순을 모두 따면 이 나무는 과연 살 수 있을까? 머리 속이 복잡해 진다.
따야되나 말아야 하나, 그래도 한 두개 쯤은 남겨둬야 나무도 살고 다음 사람도 먹을 수 있겟지?
생각 같아서는 취나물이나 좀 먹을 만큼 뜯었으면 좋겠다며 따라 나섰는데 이리 저리 뒤져봐도
취나물이 그리 쉽게 눈에 띄질 않는다.
얼마 전 "배추 값이 금값이니 나물이나 뜯어다 먹어야겠다." 하며 며늘에게 농담했던 말이 떠오른다.
일부러 T字 형 스틱으로 준비한 여인은 높은 나무를 스틱 손잡이로 잡아다녀 잘도 따는데,
나는 낮은 곳에 있는 것만 맨손으로 따려니 가시에 찔리고 찢겨 손가락에서 피가 흐른다.
피 보충할 두릅보다 흘러나온 피가 더 많을 듯 싶으니 득보다 실이 큰 건 아닌지...
이리 저리 헤메며 봉투 채우던 프로 여인은 금방 어디론가 사라지고 안 보인다.
나물은 눈에 띄지 않고 이름 잘 아는 쑥만 보인다.
'그러면 차라리 쑥이나 뜯자' 하고 주저 앉아 연한 새 순만 집어 봉투에 넣으니 금방 부피가 늘어난다.
산에 간 사람들은 지금 어디쯤 걷고 있을까? 조망은 어떨까? 봉암사는 보일까? 신발은 다 젖었겠지?
쑥 뜯다말고 고개 들어 둘레 둘레 바라보니 산꼭대기엔 여전히 먹구름이 오락가락 하며 비를 뿌린다.
숲 속으로 들어서니 어느 묘와 비석 둘레에 둥글레 꽃이 흐르러지게 피어 쫙 깔렸다.
명색은 산나물 뜯겠다며 들어 섰는데 여전히 꽃이 시야를 가로 막고 발목을 잡는다.
요렿게 예쁜 꽃들을 안찍어 주고 그냥 지나가면 얘네들이 얼마나 서운해 했을까?
산 속을 헤집으며 가르쳐 주는 대로 이것 조금, 저것 조금 담다보니 비에 젖은 나물 든 봉투가 제법 무겁다.
배낭 속 짐을 차 안에 빼놓고 빈 가방 메고온 여인은 어느덧 배낭을 다 채우고 손에 든 봉투까지 두툼하다.
"언니 이젠 내려 갑시다."
내려오다 보니 오히려 가까운 곳에 실하고 큰 취나물이 더 많이 보인다.
산행하고 내려오는 산님들 만나 같이 내려섰다.
오후가 되어도 비는 여전히 그칠 줄 모르고, 낙서 많은 주막집에서 닭 매운탕 시켜 점심 식사 나눈다.
우산 나물은 못먹는 걸로 알았는데, 잎이 벌어지기 전 어린 순 뜯으면 향도 짙고 맛이 좋단다.
고사리 나물.
위에 씀바귀 한 줄과 취나물.
두릅 순.
이름 가르쳐 줬는데 잊었다, 옆으로 머위줄기 조금.
양으로 보아 제일 많이 뜯은 쑥은 떡 한 번 해서 실컷 나누어 먹게 생겼다.
집에 오는 차 안에서 분류하여 봉투마다 따로 담으니 하루 일당 수입 잡은 것 같아 뿌듯하다.
염불보다 잿밥에 관심 많은 날, 비가 내린 덕에 이런 날도 있었다.
'山行 寫眞'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강원(江原) 양구(楊口) 대암산(大巖山) 솔봉(1,129m) 산행 (0) | 2010.06.01 |
---|---|
보성(寶城) 일림산(日林山, 664m) (0) | 2010.05.25 |
치악산 남대봉 (0) | 2010.05.04 |
달성(達城),청도(淸道). 비슬산(琵瑟山1,083.6m),조화봉(照華峰,1058m) (0) | 2010.04.27 |
해남(海南) 달마산(達摩山:481m) 산행 (0) | 2010.04.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