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본지 오래된 친구에게 년말 되기 전 만났으면 좋겠다는 희망사항 전하니,
눈 많이 내린 후 만나자는 답신, 오늘이 그 날인데 약속을 지키질 못했다.
어제 종일 내리는 눈을 맞으며 산행(백악산)을 하고, 오늘 만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집안에
갑자기 큰 일이 생겨 세브란스 병원 장례식장엘 다녀왔다. 작고하신 분 연세는 77세,
집안의 큰 일로 친척들이 모이면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이끌어가며 언제나 얘기를 재미있게 하시던 분이다.
그 분은 대기업의 중역으로 재직하시다 퇴직 후 주식에 손을 댔다.
몇 년 동안 지내며 투자한 금액을 찾기는 커녕 큰 손해를 보았다.
나이가 많아지는 반면에 경제력이 줄어들며 비례로 말수가 줄어 들었다.
사람을 만나면 언제나 이야기하기를 좋아하시던 분이었는데 어느날인가 부터 변해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올 봄에 치매기가 와 혼자서는 외출 내보내드리지 못하고 늘 같이 다닌다는 소식을 들었다.
두 달 전인가 중환자실에 계시다기에 찾아뵈니 사람도 잘 알아 보시고 말씀도 잘 하시었다.
이 정도라면 중환자실 보다는 일반병실에 계시며 사람들도 만나보는게 좋겠다는 얘기를 했더니
정신이 돌아올 땐 멀정하다 금방 또 사람을 못 알아본다고 한다.
망자의 큰아들은 서울 모 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옆에서 망자의 동생 분이 거든다.
"머리에 이상이 오느라 변하는 걸 모르고 주식 때문에 그런 줄로 알고 그러려니 한 것이 잘못 된 것 같다."고.
"더 일찍 병원에 모시고 갔어야 되는 걸 너무 늦게 찾아 고칠 수 있는 기회를 놓친 것 같다"며 말 끝을 흐린다.
* * *
병원문을 나서며 다시 한 번 뒤돌아 본다. 세브란스는 내가 10년을 드나들던 병원이다.
암선고 받고 수술 받은지 오늘로 만 10년째 되는 날(2000.12.29.)이다,
죽음까지 받아들일 각오하며 항암 치료 받았는데, 2년 뒤 폐로 전이되어 또 수술을 받았다.
암세포 다독거리느라 몇 해는 힘들었지만, 지금은
언제 아팠더냐는 듯 아무렇지도 않게, 몸의 장애까지도 잊어버리며 살아가고 있다.
투병생활 끝내고 정식으로 산행 시작한지도 어느새 6년이 되었다.
남들은 산행을 접는다는 60대, 늦게 시작한 산행이지만 힘 닿는데까지 다녀볼 생각이다.
시작을 했으니 적어도 10년은 채워야 할 텐데... 60대 중반 나이에 너무 야무진 꿈일까?
투병생활 후 많은 취미생활 모두 접고 오로지 산행만을 고집했다.
누구든 평생을 건강해야 하지만, 나이 먹으면 뭐니뭐니 해도 건강이 더 절실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찾아보면 할 일이야 많겠지만 산행을 접게되면 또 무엇을 해야할지, 살아오며
습관으로 굳어진 취미생활은 쉽게 접히진 않을 것 같은데, 지금으로선 아무 생각도 안난다.
집에 오는 길, 올림픽대로 달리며 보니 새로 놓여진 다리 위로 처음보는 전철이 지나간다.
서울역에서 인천국제 공항까지 오가는 공항철도가 오늘(2010.12.29) 개통 되었다.
(일반열차-요금 3,700원, 53 분 소요, 직행-요금 13,300원, 43분 소요)
인천 공항을 가려면 나야 김포공항이 가까우니 서울역까지 갈 필요가 없지만
집에 와 메스컴 통해 들으니 서울역 공항 철도역은 찾기가 쉽지않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