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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산 등대로 가는 길 3
이 생진
외로운 사람이 외로운 사람을 찾는다
등대를 찾는 사람은 등대같이 외로운 사람이다
무인등대가 햇빛을 자급자족하듯
외로움을 자급자족한다
햇볕을 받아 햇볕으로 바위를 구워 먹고
밤새 햇볕을 토해내는 고독한 토악질
소풍 온 아이들이 제 이름을 써놓고 돌아간 후
등대가 더 쓸쓸해진 것을 그 애들은 모르고 있다
거문도 등대로 가는 길 1
이 생진
숲속을 나와
다시 숲속으로
나는 천국에서 걷는 걸음을 모르지만
이런 길은 이렇게 걸을 거다
가다가 하늘을 보고
가다가 바다를 보고
가다가 꽃을 보고
가다가 새를 보고
머리로 생각하지 않아도
머리로 고민하지 않아도
웬일로 나를
나무가
꽃이
새가
혹은 벌레가
아직 살아 있는 나를
행복의 길로 몰고 가는지 모르겠다
너무 행복해서 죄스럽다
까닭 없이 내게만 편중된 행복
남들이 시기하겠다
사람들에게 매맞겠다
사랑도 속박이니
지나친 행복도 구속이니
다시 슬프고 외롭게 해다오
거문도 등대로 가는 길 2
이 생진
다시 터널
동백나무 터널
여기서 새가 울기 시작할 경우
너는 행복하다고 소리치렴
네 행복 누가 빼앗지 않을 테니
“ 나는 행복하다 ”라고 세 번만 소리치렴
아무도 보지 않으니
부가세도 붙지 않을 테고
“ 나는 행복하다 ” 라고 외치렴
너도 한번쯤은 행복에 자신을 가져봐야지
거문도 등대로 가는 길 3
이 생진
빽빽이 들어선 터널은 바다 속처럼 깊고
오른발 밑 절벽은 굴 구멍보다 어둡다
일몰에 조심해야지
나도 모르게 끌려가는 내 목숨
자연이 무서운 줄 절벽에서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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