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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것은 인간의 일들이니
프랑시스 잠
위대한 것은 인간의 일들이니
나무 병에 우유를 담는 일
꼿꼿하고 살갗을 찌르는 밀 이삭들을 따는 일
숲의 자작나무들을 베는 일
경쾌하게 흘러가는 시내 옆에서 버들가지를 꼬는 일
어두운 벽날로와 옴 오른 늙은 고양이화와
잠든 티티새와 즐겁게 노른 어린 아이들 옆에서
낡은 구두를 수선하는 일
한밤중 귀꾸라미들이 날카롭게 울 때
처지는 소리를 내며 베틀을 때 베틀을 짜는 일
빵을 만들고 포도주를 만드는 일
정원에 양배추와 마늘의 씨앗을 뿌리는 일
그리고 따뜻한 달걀들을 거두어들이는 일
우산(雨傘)을 손에 들고
프랑시스 잠
파란 우산을 손에 들고 더러운 양떼를 몰며
치이즈 냄새 풍기는 옷을 입고서
감탕나무 떡갈나무 혹은 모과나무 지팡이를 짚고서
당신은 언덕 위의 하늘을 향해 올라간다
털이 억센 개와 불거진 등뒤에 거무스름한 물통을
짊어진 당나귀를 앞세우고
당신은 마을의 대장간 앞을 지나가리라
이윽고 당신은 향기로운 산에 이르리라
당신의 양떼들이 흰덤불처럼 풀을 뜯어먹고 있을
거기엔 안개가 지나가며 봉우리들을 감추고
거기엔 목털이 빠진 독수리들이 날고
밤안개 속에 빨간 연기들이 피어 오른다
그곳에선 당신을 보리라 평온한 마음으로
신의 령이 이 무한한 공간 위에 떠돌고 있음을
그것은 무서운 일입니다
프랑시스 잠
그것은 무서운 일입니다. 불쌍한 송아지,
조금 전 막 도살장으로 끌려가면서 한참동안 발버둥친 일.
이 조그만 외로운 마을의 벽에서 떨어지는
빗방울을 송아지는 핥으려고 애를 쓰고 있었습니다.
아, 하느님! 동백나무 우거진 이 길의 길동무였던 그 송아지는
그렇게도 정다운 그렇게도 착한 얼굴을 하고 있었습니다.
아, 하느님! 견줄 데 없이 자애로우신 당신께서
제발 한번만 말씀해 주셨으면 합니다.
우리들은 모두 용서 받아야 한다는 것을.
그리고 언제나 그 금빛 찬란한 하늘나라에 가면,
거기서는 귀여운 송아지가 죽임을 당하는 일이 없고,
우리들이 보다 더 선량해져서
그들의 작은 뿔에 우리들의 꽃을 장식하며 놀 것이라는 것을.
아, 하느님! 제발 송아지가 머리에 칼을 받을 때
너무 심한 고통을 받지 않도록 해 주십시오
프랑시스 잠(1868~1938), 프랑스 시인, 투루네에서 태어났다.
평생 자연 속에 파묻혀 자연의 풍물을 종교적 애정을 가지고 쉬운 가락으로 노래하였다.
그가 시를 쓰던 때는 상징주의 말기로서 내용이 퇴 폐적일 뿐만 아니라 그 내용 또한 지나친 상징 기법을 주로 쓰던 시기였다.
이에 맞서 독자적인 세계를 연 그는 프랑스 상징파의 후기를 대표하는 신고전파 시인이다.
말라르메와 지드의 지지를 받았으며, 특히 지드와는 평생의 벗으로 두 사람이 주고받은 편지는 문학적으로도 높이 평가된다.
주요 시집으로 《새벽 종으로부터 저녁 종까지》(1898),《프리물라의 슬픔》(1901), 《하늘의 빈터 Clairitres dans le ciel》(1906) 등이 있고,
아름다운 목가적인 소설에 《클라라 델레뵈즈 Clara d’Elle beu se》(1899)가 있다. 또, 1906년부터는 종교적인 작품 을 많이 창작하였는데,
그 집대성이라고 말할 수 있는 그리스도교의 농목시(農牧詩) Les Glorgi ques christiennes》(1911∼1912)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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