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와 글

로버트 부라우닝Robert Browning - 나와 함께 늙어 갑시다 최고의 순간은 아직 오지 않았으니, 피파의 노래,

opal* 2013. 1. 23. 17:57

 

 

최고의 순간은 아직 오지 않았으니... 나와 함께 늙어 갑시다

 

                                                                              로버트 부라우닝 Robert Browning

 

 

잘 익은 상처에서는 꽃향기가 난다는

한 시인의 말처럼 당신이 손을 잡아준 그 순간

어쩐지 켜켜이 구부정한 주름 틈에도

배꽃 향내 흥건하다

 

마주보는 것이든

서로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것이든

농익은 우리가 함께한 시간은

그대로의 축복이요, 기적인 까닭에

 

곰삭은 세월 속에

비밀스레 발효한 우리네 마음결은

어느새 생의 너덜한 끄트머리를

능숙하게 기워줄지 모를 일

 

또 혹간 그러지 못한들 어떠하랴

우리생에 낡고 누추한 실밥 한 가닥

그저 쓱싹 비벼 어느결에 찔러 넣어 줄

 

난삽한 그대로 반겨줄

누군가 '함께'하는 여정이라면

그것은 언제나 어느 순간에도

수고롭지 아니할 것이다

 

하여 내 인생 최고의 순간

내인생 최고의 마침표 아니 말 줄임표를

당신과 내가

이렇듯 사이좋게 나눠 찍을 수 있다면

그때 주저 없이 덮어도 좋으리라

 

나비의 그것을 닮은 이 행복한 마지막 장을

 

그러니

 

"나와 함께 늙어 갑시다.

최고의 순간은 아직 오지 않았으니..."

 

 

 

 

 

피파의 노래

 

                                     로버트 부라우닝

 

때는 봄

날은 아침

아침은 일곱시

 

산 허리는 이슬 맺히고

종달새는 날고

달팽이는 아가위나무에서 기고

하느님은 하늘에 계시오니

세상은 무사 하여라

 

Pippa's Song

The year's at the spring,
And day's at the morn;

Morning's at seven;
The hill-side's dew-pearl'd;

The lark's on the wing;
The snail's on the thorn;

God's in His heaven--
All's right with the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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