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구례군과 전북 남원시 경계를 이루는 지리산 만복대(1440m) 산행은 백두대간 종주시 두 번(2005.10, 2007.2) 올랐던 곳,
어느새 6년 세월이 훌쩍 지났다. 큰 나무가 없어 정상이 빤히 보이면서도 얼른 올라서지지 않아 지루하게 느껴졌던 기억이 남아 있다.
일기예보엔 '구름이 많겠다' 했고, 달리는 고속도로엔 안개가 많아 예쁜 단풍 못볼까봐 걱정했더니 웬걸,
차 안에서 내다보이는 달궁계곡의 단풍은 상큼한 오전 햇살로 가히 환상적, 짙은 추색(秋色)은 역시 홍엽여화(紅葉如花))다.
해마다 보는 단풍이건만, "성삼재까지만 갔다가 집으로 돌아가도 단풍구경은 족하겠다"며 일행들의 감탄과 탄성은 절로 터져 나왔다.
새벽 출발시엔 금방이라도 비가 내릴 것 같은 분위기, 신나게 달리던 고속도로엔 안개가 짙더니 지리산 가까이 도달하니 날씨 쾌청,
자연이 만들어 놓은 곱디고운 색갈에 와~ 와~ 계속 이어지는 함성, 구불 구불 돌아가는 굽은 길은 차멀미가 아닌 단풍멀미가 난다.
성삼재에 하차하니 많은 차량과 그 속에서 쏟아져 나온 사람들의 발길로 정신이 없다.
지난 8월 하순, 성삼재에서 노고단으로 올라 뱀사골로 하산하며 8시간을 걷고,
세 주전 10월에는 피아골로 하산하느라 성삼재를 오르고, 이번엔 만복대에 오르기 위해 성삼재를 찾았으니
자주찾는 머나먼 거리에도 한 마디 불평 없이 빠지지않고 참석하는 산꾼들의 열정에 박수를 보낸다.
화장실만 얼른 들려 만복대로 향하니 산죽잎만 녹색으로 치장하고, 지리산의 모진 바람을 머리에 이고 사는 능선의
키작은 나무들은 잎을 모두 떨구고 겨울 준비를 하고 있다. 발아래 달궁계곡만 울긋불긋 채색되어 있는 셈이다.
지리산 하면 노고단이나 천왕봉이 연상되어 그런지 오늘 처음 참석한 몇 명은 노고단 쪽으로 가는 바람에 잃을뻔 했다.
오늘의 산행 코스는 백두대간 종주시 걷던 코스와 똑같이 성삼재~고리봉~묘봉치~만복대~정령치~고리봉~고기리인데
정령치에서 고기리까지의 4Km는 생략하기로 하고 정령치까지만 걷기로 변경하니 마음이 훨씬 여유롭다.
오랫만에 걷는 등로에 한 발 한 발 떼어 놓다 말고 뒤돌아 주능선 바라보며 봉우리 봉우리에 담겨진 옛 추억을 떠올리기도 한다.
고리봉 지나고 묘봉치도 지나 올려다 보이는 만복대 위로 새파란 하늘을 그대로 바로 전달하고 싶어 휴대폰으로 찍고 발을 옮기다
돌뿌리에 걸려 넘어지는 큰 충격... 산행 중엔 늘 전원을 꺼놓고 다니다 모처럼 휴대폰을 켜 사진을 찍었더니... ㅎㅎㅎ
등엔 무거운 배낭, 목엔 사진기, 양손엔 스틱, 거기다 휴대폰까지 쥐었으니... 배낭무게까지 실린 무게라 카메라가 반항하며 냅다 가슴을 친다.
언제나 그렇듯 오르막엔 맨 꼴찌, 일행들은 모두 정상에 올라 기념 남기기 바쁜데 그래도 좋다고 뒤에서 혼자 즐기며 허덕 허덕,
만복대 오르니 먼저 도착한 일행들은 거의다 떠나 지리산을 혼자 독차지 한듯 거침없이 조망되는 사방, 팔방을 두루 두루 섭렵한다.
"저~기 능선 뒤로 높은 곳이 천왕봉, 그 오른쪽으로 옴폭 파인데가 장터목이고"... 시선을 우측으로 옮기며 노고단, 종석대까지의 봉우리들,
시선따라 몸을 우측으로 돌리며 발아래 남원땅, 반야봉 반대쪽 바래봉까지 바라보니 내가 이곳엘 언제 또 올 수 있을까?
정상기념 남기려고 카메라 쳐다보니 뭔가 허전하다. 렌즈 후드가 없어졌다. 아뿔사, 넘어질때 충격으로 빠진 모양이다.
값이 만만치 않아 뒤돌아 가 찾아오고 싶지만 다녀오기엔 오르막이 너무 길다. 선두와 너무 차이 날까봐 도저히 갈 수가 없다.
일행들 사이 중간 쯤 걷다 그랬다면 뒤에 오는 이에게 줏어오라 할테지만, 성삼재에 그 많던 사람들은 모두 노고단 쪽으로 가고
만복대엔 우리팀만 올랐으니 뒤에 오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그러고보니 전에 정령치에서 스틱 잃었던 생각이 떠오른다. 그 시절 제일 비싼스틱 새로사서 처음 들고와 잃었었다. 징크스 일까?
삼복 더위에 걸어도 더운 줄 모르고 무박으로 또는 엄동 설한에 걷기도 했던 주능선의 많은 봉우리들, 오월의 화려한 꽃길을
몇 번 씩이나 걸었던 바래봉 능선... 추억에서 헤어나 빠른 걸음으로 정령치 향해 내리막을 내려 딛다말고 돌아서서 억새 감상,
고도가 높아지며 아침 햇살의 역광은 지났지만 그래도 천왕봉과 반야봉, 만복대를 배경으로 피어있는 억새능선이 아름답다.
주변엔 상록수가 많은 정령치휴게소 부근, 침엽 교목의 잎갈나무가 잎에 노란물을 들인 채 파란 하늘 배경으로 뽐낸다.
북사면이라 추울 때는 눈이 잔뜩 쌓이고 늦게까지 녹지않아 정강이까지 푹푹 빠지며 걷던 일이 떠오른다.
정령치에서 구불 구불 아름다운 길로 내려오며 단풍 감상, 산행코스 거리를 줄이는 바람에 산행이 일찍 끝나 남원에서 추어탕을 먹기로.
남원 도착하여 추어탕 시켜 반은 다른이에게 덜어 주고, 반 그릇만 뚝딱 해치운 후 식당가 옆에 있는 광한루로 달렸다.
광한루는 재작년 봄(2011.05.31)봉화산 산행 하던 날 들렸었으니 2년 전 일이다.
해는 이미 기울어 어둠이 내리기 시작했지만 일행들 식사하는 틈을 이용해 광한루의 가을 모습을 얼른 담아 내어
귀가행 버스에서 카메라 내밀며 보여주니 "어느 틈에 가 찍었느냐?" 며 놀라는 기색과 부러워하는 눈치로 사진들을 감상한다.
▲ 오작교에서 바라본 광한루(2013.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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